[이재섭 박사의 국민연금 칼럼] 4. 문재인 정부 국민연금 논의, 출발점과 방향은 옳다
[이재섭 박사의 국민연금 칼럼] 4. 문재인 정부 국민연금 논의, 출발점과 방향은 옳다
  • 이재섭 박사
  • 승인 2018.08.2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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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완화 및 소득보장 강화, 다층적 연금제도 종합검토, 긴 안목의 사회적 논의 필요  

[뉴스페이퍼 = 이재섭 박사] 필자는 지난 열흘 동안 국민연금 재정계산과 제도개선위원회의 건의안, 공청회, 정부의 향후 계획 발표 등을 보면서 공적연금 논의의 문제점 및 바람직한 논의 방향에 대해 본 신문 등에 몇 차례 칼럼을 연재하였다. 오늘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거기에 필자의 핵심 주장들이 정확히 반영된 것을 보며 안도와 함께 이에 대한 철저하고 실효성 있는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고자 한다. 

오늘, 국민연금제도개혁과 운영방안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다. 한 마디로 안심과 불안이 교차했다. 안심이 되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출발점과 방향이라는 큰 틀에서 옳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감지되는 것도 희망적이다. 한 편, 불안한 이유는 대통령의 지시의 속 의미를 철저하게 이행할 수 있는 논의의 구도를 잘 설정할 수 있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국에서 ‘2007년 국민연금개혁의 정치’를 분석한 학위논문을 썼다.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개혁 과정에서 벌어지는 정권(관료)의 의도성, 정략적 정책교환, 언론의 왜곡, 노동계의 소극적 대응,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의 한계, 제도적 제약 등 제대로 된 개혁을 발목 잡는 수많은 변수들을 발견했다. 어느 나라든 제대로 된 공적연금개혁은 심히 어렵다고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나 집권 여당이 그 점을 인정할 때만이 제대로 된 개혁의 구도를 마련할 수 있다.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감지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좋은 출발이 어느 시점에 가서 의지를 잃고 쉽게 과거의 사례를 답습하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논의의 출발점에 대해 살펴보자. 역대 정부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 특히 공적연금 이슈를 다룰 때 잘 못된 지점에서 출발하였다. 그 결과 정책 방향이 잘못 설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논의의 과정은 파행되었고, 힘들게 논의해서 내린 결론조차 국민의 삶과 동떨어지게 되었다.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공적연금개혁 논의는 과거 진보, 보수정부를 막론하고 철저히 ‘기금고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잡았다. 정책 아젠다(agenda)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논의의 방향이 결정된다. ‘기금고갈’ 논의에서 출발하게 되면 국민연금개혁은 자연스럽게 재정불안정 논의로 흐르고, 재정불안정 논의는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인하 논의로 의제가 제약되게 된다. 왜냐하면, 정권의 속성상 시간의 제약을 두고 단기간에 논의의 성과를 내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여러 공적연금개혁의 논의과정을 복기해 보라. 기금고갈 시점 부각-> 재정불안정 부각 -> 후세대 부담 가중 부각 -> 경제에 부담 부각이라는 궤도를 거쳐 소득대체율(급여율) 인하, 연금개시연령 인상이라는 결론을 항상 도출해 왔다. 그렇지만 일 년만 지나면 또 같은 주장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민망하다. 하지만 노후 빈곤완화와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공적연금제도의 본래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심도 있는 진단과 평가는 없었다. 그 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철저히 진단하지 못했다. 과거는 물론 금년 국민연금 제도개선위원회의 건의안에도 그런 아쉬움이 크다. 시간적 제약과 위원회 역할의 한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처럼 ‘노후소득보장 강화’라는 출발점에서 연금논의를 시작한다면 노후빈곤을 완화하지 못하게 된 수많은 원인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으로 해결할 수 없는 타 연금제도의 문제,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공적연금에서의 국가의 재정책임과 재원부담 문제, 심지어 산업 구조적 취약성의 문제까지 나올 것이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 보험료를 20년 동안 인상하지 못한 실질적 이유를 파악하게 될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해도 ‘용돈연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런 당연한 논의들이 왜 지금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그것은 사회전체에 철저하게 굳어지고 구조화 된 우리나라의 ‘재정적보수주의’ 때문이다. 개인의 노후보장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고, 국가는 최후적으로 최소한으로만 재정지원을 하면 된다는 정책기조이다. 그래서 모든 논의의 시작은 ‘기금고갈’이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대통령의 지시는 연금 논의를 국민연금에 한정하지 말고 기초연금, 퇴직연금까지 포괄하라는 것이다. 필자의 그간의 주장이 그러했다. 국민연금의 작금의 다양한 문제는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전체에 대한 종합적, 다면적 접근으로만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다. 단선적 해법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각 공사연금제도의 역할과 기능을 재조정하여 노후소득보장의 틀을 제대로 바꿔야 한다. 이는 ‘구조적 개혁’과 함께 ‘모수적 개혁’(보험율 등 변수를 조정하는 것)을 병행해야 국민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제도개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긴 안목을 가지고 사회적 논의를 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지난 8월 22일자 컬럼에서 “수년이 걸리더라도 긴 안목을 가지고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조급한 성과주의를 배격하는 데는 정부는 물론 국회나 국민들의 큰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의 틀을 만드는 게 순서다. 과거의 사례는 성공사례의 모범으로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위험하기까지 하다. 제대로 된 논의의 틀을 잡는 것에서부터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면 모든 국민들이 국민의 연금을 만드는 데 앞장서 도울 것이다.   

 

이재섭 박사
이재섭 박사

이재섭 박사 이력 

사람을 살리는 공적연금연구소(사·공·연) 소장
(전)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연구소장 
사회정책학 박사 (영국 University of Kent) 

esilkroa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