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김광석,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
(6) 김광석,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
  • 김병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4.17 18:37
  • 댓글 0
  • 조회수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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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

남자처럼 머리깎은 여자

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가방없이 학교가는 아이

(...)

한 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 겨울에 수영복 장수

번개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편지를 쓰는 일이 서툽니다.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글이 나를 쓰게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말과 나를 구분할 수 없어서, 글은 점점 가식적이 되고 결국 나와 글은 별개가 됩니다. 나란히 달리던 버스가 커브를 돌리면서 멀어져가듯.

메신저에 1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지금에 와서 이런 편지를 쓴다는 일도 뭣합니다. 말은 쓰는 순간 멀어지고, 그 말로 글을 지으면 다시 멀어집니다. 이성복 시인이 편지라는 시에서 말한 '그리운 당신……빌어먹을,'은 아마 진심이었을 게 틀림없을 겁니다. 그리움의 깊이와 시궁창의 깊이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의 말일테지요. 말의 깊이가 닿을 수 없는 마음의 깊이가 있고, 글의 깊이가 다다르지 못하는 깊이가 있습니다.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어쩌면 말과 글 너머에 있는 저변을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광석에 대해선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도록 그에 대해선 말들이 많아집니다. 가객이라느니, 여전히 그립다느니. 그러나 어쩐지 관습처럼 들리고 습관처럼 들립니다. 호명될수록, 추억할수록 사람은 멀어지고, 사람은 사라집니다. 그저 이름 석 자. 그렇게 남습니다. 꾹꾹 눌러썼던 연필자국도 점점 책의 무게에 눌러져 흐려집니다. 그저 그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은 노래로만 남아있습니다. 노래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때론 허하다고 느껴진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는 엄밀히 말해 그의 곡은 아닙니다. 양병집이 밥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에 새로운 가사를 붙이고, 김광석이 리메이크를 한 것이죠. 곡의 주인도 없고, 곡을 붙인 것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때문에 선율이 남고, 목소리가 남습니다. 김광석의 목소리만 남습니다.

가사를 듣는 내내, 이 안에 등장하는 불가능들이 이제는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직은 세월 타령할 때가 아니지만, 처음에 세월 타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억들이 이내 그것을 바로잡아줍니다.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었던 세상이 실은 참 좁다란 세계였다는 것이라고.

우리가 참 좁은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좁다란 방에서 아무런 꼼작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좁다랗게 느껴집니다. 거기서 우리는 여전히 가만히 서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야 하고 기어이 가만히 있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게끔 만들어져 있습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무심하라 말합니다.

대체 어떻게 무심하라는 말일까요?

여기까지 쓰면서 조심스러워하는 내가 있습니다. 이 조심은 내가 스스로 키운 것일까요, 얌전히 있으라는 세상이 키운 것일까요? 마음과 글을 구분지을 수 없듯, 겁이 많은 나는 이것조차도 구분 지을 수 없습니다. 그저 겁이 많다는 사실 또한 죄가 될 수 있다는 일, 겁이 많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만 실감할 뿐입니다. 그 순간부터는 모든 말들이 차라리 변명처럼 느껴집니다.

요새따라 말주변이 없어진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말 하나가 마음 저 안으로 가라앉습니다. 나는 그렇게 매일매일 잔인해져 갑니다. 다들 그런거라고 생각해도, 그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해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내가 있습니다. 책임들만 '애드벌룬'처럼 둥둥 떠 있습니다.

쓰다만 편지를 다시 읽어봅니다. 세월타령이라고 쓰인 대목을 다시 읽어봅니다. 세. 월. 두 글자를 발음해봅니다. 아직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잊지 않으려는데 멀어져가서 서글픕니다.

토요일 밤이라 비가 더 많이 오고 있나봅니다. 오늘 하루 남은 부끄러움을 다 부끄러워하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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