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외부에서 작품을 표절 당하는 작가들... 현재 저작권법에선 보호 받을 방법 요원해
문단 외부에서 작품을 표절 당하는 작가들... 현재 저작권법에선 보호 받을 방법 요원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8.31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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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사태 이후 문단은 몸살을 앓았다. 신경숙 소설가는 “외딴 방”과 “엄마를 부탁해” 등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이후 문단에서는 신경숙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표절의 문제는 문단 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경숙 사태가 있었던 문단 내부와 달리, 문학계 외부의 업체나 컨텐츠에서는 문학작품을 표절하는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너랑나랑노랑'을 사용한 카피 문구들.
'너랑나랑노랑'을 사용한 카피 문구들.

오은 시인은 2012년 ‘노랑’의 색감을 다룬 미술산문집 “너랑 나랑 노랑”을 출간했다. 이후 오은 시인은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화장품 회사와 여행사, 치킨집 등의 업체가 오은 시인의 허락 없이 ‘너랑 나랑 노랑’을 상품명으로 사용한 것이다.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오은 시인은 당시에는 당황스럽고 화도 많이 나 저작권 관련 문의를 해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목에는 저작권 보호가 안 된다고 하더라. 상표 등록을 해야만 보호가 된다고 하더라. 그런데 상표 등록이라는 게 돈이 많이 들어 부담스러웠다.”며, 현재로서는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오은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DB
오은 시인. 사진 = 뉴스페이퍼 DB

오은 시인이 저작권을 보호 받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뉴스페이퍼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법무법인 감우의 이영욱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보았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표절을 판가름 짓는 데에 주요하게 작용되는 부분은 “해당 문장의 길이”라고 이야기했다. 짧은 문장의 경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의미를 가졌다고 본다는 것. 또한 상표에 대해서는 업종 별로 등록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상표등록을 하더라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법은 “축구공 상품명을 갤럭시로 짓는다고 해서, 핸드폰 갤럭시를 배꼈다고 취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오은 시인이 보호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너랑나랑노랑" 표지.
"너랑나랑노랑" 표지.

이영욱 변호사는 “일부 학설에는 창작성 있는 제목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여태까지의 판례를 살펴봤을 때 창작물의 제목이 보호받은 경우는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더욱이 제목은 간단한 문장이나 표현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특정한 창작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 또한 상표등록에 대해서도 설명을 보탰다. 이영욱 변호사는 “제목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 힘들고, 상표등록을 하면 상표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만, 상표등록의 기준은 굉장히 까다롭다고 말했다. 상품마다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등록하더라도 3년간 상표를 사용하지 않으면 취소 심판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오은 시인을 비롯한 작가들의 책 제목에 대한 저작권이, 문단 외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 셈이다. 이는 비단 오은 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문학계에는 문단 외부로부터 저작권 피해를 받은 작가가 다수 있었다.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 저작권을 침해당했을까?

가수 문문의 노래 “비행운”은 처음 음원이 공개됐을 당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의 제목이 김애란 소설가의 소설 “비행운”과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노래의 “나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라는 구절까지 소설의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라는 문장과 흡사해, 표절 논란으로 확대되었다. 문문은 처음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문제가 커지자 잘못을 인정하고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김하은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운영위원은 과거 한 토론회에서 아동청소년문학 분야에서는 문학 분야 외의 저작권 침해 사태가 많이 나타난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집을 만드는 일부 출판업계에서 작가의 허락을 얻지 않고 작품을 싣는다는 것. 김 위원은 연대의 한 회원이 자신의 글이 허가 없이 문제집에 있는 것을 보고 문제집 출판사를 고소했으나, 벌금이 저작권료보다 더 적어 출판사는 고소를 당해도 문제집 제작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김하은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운영위원. 사진 = 뉴스페이퍼 DB
김하은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운영위원. 사진 = 뉴스페이퍼 DB

이훤 시인은 과거 TV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 나온 자신의 시를 보고 크게 놀랐다. 시를 드라마에 넣을 것이니 허가해달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드라마 방송사인 SBS는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프로그램을 방영할 때 작가의 이름을 명시하려 했으나 실수로 누락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스페이퍼와의 취재에서 이훤 시인은 해당 사태는 작가와의 통화에서 ‘문학을 알리겠다는 의도의 진실성’이 느껴져 잘 해결했지만,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며 저작권 침해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 이훤 시인은 작가의 작품을 가져가는 행위는 “한 시절의 팔과 다리와 불면과 기후를 전부 절단해서 가져가는 것”이며 표절, 도용 사례가 일어나더라도 작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말했다. 때문에 저작권 문제에서 작가는 “약자의 위치에 놓이기 쉽다.”는 것. 그러며 이훤 시인은 저작권 무단 도용 문제들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일부.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일부.

작가들의 권리와 권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오래 전부터 계속 되어왔다. 하지만 이런 사례들을 살펴보면 아직 미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들에게 작품은 자기 자식처럼 소중한 존재이며, 그것들은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한다. 그러나 도용을 당하고도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 상태는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진다. 앞으로는 많은 이들이 저작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 저작권 침해 및 도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