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아픔에 건네는 작은 위로, 영화 "살아남은 아이"와 "대관람차"
인간의 아픔에 건네는 작은 위로, 영화 "살아남은 아이"와 "대관람차"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8.31 2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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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우리는 언제 상처를 입게 되는가? 그리고 그들의 삶은 어떤 형태를 띠고 어디로 나아가게 되는가? 인간의 아픔을 다룬 2편의 영화가 지난 8월 30일 개봉했다.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와 백재호, 이희섭 감독의 “대관람차”이다. 이 영화들은 ‘인간의 상처’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그려내고 있다. 

상처 앞에 선 인간의 용서와 화해

영화 "살아남은 아이" 스틸컷.
영화 "살아남은 아이" 스틸컷.

영화 “살아남은 아이”의 성철과 미숙 부부는 아들 ‘은찬’이 강에 빠진 친구를 구해주다 죽었다는 사실에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아들이 살려준 소년 ‘기현’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가까이서 본 기현의 삶은 크고 작은 상처로 얼룩져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가 기현을 떠나, 월세 낼 돈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배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성철은 이런 기현에게서 죽은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인테리어 일을 가르친다. 

기현의 존재로 성철, 미숙 부부는 자식이 다시 생긴 듯한 큰 위안을 얻게 된다. 기현 역시 부모의 부재로 인한 아픔을 치유 받는다. 하지만 사실 은찬이 강에 빠진 친구를 구하다 죽었다는 말은, 강에서 은찬을 괴롭히다가 결국 죽게 만든 아이들의 거짓말이다. 기현은 ‘은찬이가 죽기 전에 구해준 소년’이 아닌 ‘은찬을 죽게 만든 아이’ 중 한 명인 것이다. 아픔이 치유될수록 기현의 표정은 밝아지지만,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알게 되고 죄책감이 고개를 든다. 결국 기현은 사실을 고백하고, 관계에는 크나큰 균열이 생기고 만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 스틸컷.
영화 "살아남은 아이" 스틸컷.

사람은 누군가에게 보냈던 사랑이 부셔졌을 때 더 큰 상처를 받곤 한다. 특히나 믿었던 변화는 견디기 어렵다. 성철과 미숙은 큰 분노를 느끼고 은찬이 죽었던 장소로 기현을 데려가 죽이려 한다. 하지만 기현의 상처를 모두 알고 있기에 끝내 기현을 죽이지 못한다. 그러나 부모로 생각한 이들에게 또다시 버림을 받았다는 절망감, 그들의 소중한 아들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을 느낀 기현은 스스로 물에 빠져 죽으려한다. 성철과 미숙은 기꺼이 물에 뛰어들어 기현을 구조한다. 이때 비로소 기현은 ‘살아남은 아이’가 된다.

불완전하지만 이것은 분명 용서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용서라는 것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함께 했던 시간만은 사실인 것 이다. 아주 천천히 서로의 상처에 직면했을 때. 그리고 그것으로 부터 도망 갈 수 없어 스스로 선택을 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실과 마주하고 한 걸음을 뗄 수 있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 스틸컷.
영화 "살아남은 아이" 스틸컷.

신동석 감독은 지난 23일 영화 시사회에 참여하여 결국 인간이 하는 애도와 용서는 완전할 수 없지만, 이를 위해 사람들이 애쓰는 과정에야말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상처는 그리고 당신의 폭력은 어떻게 용서받고 용서할 수 있는가?  

상처 입은 자들끼리의 연대, 그리고 이를 통해 들여다보는 자기 자신의 내면 

일본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대관람차”에는 소중한 것을 잃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존경하던 회사 선배 대정이 선박사고로 실종된 후 깊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던 우주는, 일본 출장 중 대정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회사를 사퇴한다. 하루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어머니를 잃었으며, 하루나의 아버지는 원래 아내와 밴드를 했으나 사고 이후로 음악에서 손을 뗐다.

영화 "대관람차" 스틸컷.
영화 "대관람차" 스틸컷.

하루나의 사정을 들은 우주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든 노래를 우리가 공연하고, 아버지를 초대하자.”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신의 음악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하루나의 아버지는 공연초청을 거부하고, 이에 하루나와 우주는 그의 일자리에 찾아가 거리 공연을 선보인다. 자신이 아내와 함께 만든 노래를 딸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며, 하루나의 아버지는 적잖은 위안은 얻는다. 그리고 아내를 잃은 고통으로 애써 외면하던 스스로를 드디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영화 "대관람차" 스틸컷.
영화 "대관람차" 스틸컷.

이 경험을 통해 우주 역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마다 의지했던 대정이 준 동전을 던져버리고,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대정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에 드리워지던 그늘도 온데간데없다.  스스로가 선택하고 행동했을 때에만, 우리는 스스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용산 CGV에서는 이 두 영화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상영관은 달랐지만, 인간의 상처에 대해 각 영화의 감독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생각은 같았다. 영화가 “아픈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더해 두 영화의 감독들은 제작하는 데에 있어 최근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세월호 참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동석 감독(좌)과 백재호 감독(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신동석 감독(좌)과 백재호 감독(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살아남은 아이” 신동석 감독은 이 작품은 세월호 사건을 포함해 자식을 잃은 부모가 억울한 상황에 놓인 사건들을 생각하며 썼다고 밝혔다. 또한 “대관람차”의 백재호 감독은 일본에 처음 방문해보니,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특히나 후쿠시마 지진이라는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재난 앞에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됐으며, 이것이 한국의 세월호 참사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그래서 백 감독은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두 개의 고통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 인간들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당신이 지금 이런 아픔을 겪고 있다면, 아픔 속에서 인간의 태도를 작게나마 제시해주는 “살아남은 아이”와 “대관람차”를 관람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두 작품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당신의 상처는 사람을 통해서 치유될 수 있으며, 스스로 행동했을 때 상처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고 말이다. 당신이 준 아픔도, 당신의 아픔도 영화를 통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