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인문학석강 참여한 이기호 작가, "소설,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에 품은 회의에서 출발"
교보인문학석강 참여한 이기호 작가, "소설,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에 품은 회의에서 출발"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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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중인 이기호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강연 중인 이기호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소설,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주제로 2018 교보인문학석강을 개최했다. 이기호, 김애란, 권여선 등 문학계에서 뚜렷한 자신만의 필체를 자랑하는 작가들이 강사를 맡으며, 첫 강의는 8월 30일 오후 7시 30분 이기호 소설가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기호 소설가는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데뷔했다. 짧은소설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등 다수가 있다. 이효석문학상,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소설,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에 품은 회의에서 시작’

8월 30일 교보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기호 소설가는 ‘소설을 통해 본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라는 소주제로 소설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기호 소설가가 본 소설의 역할이란 “독자들의 감수성에 균열을 내거나 내가 아는 질서에 회의하게 하고 의심하고 반성하게 하는 것.”이며 “선이라 믿었던 것들, 악이라 믿었던 것들의 경계를 찾고 허무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었으며,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고 이야기했다. 

소설에는 무수히 많은 타인이 작가의 시선에서 재현된다. 소설이 창작되어지는 과정에서 타인을 바라보는 문제는 필연적이다. 이기호 소설가는 “우리가 타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에 회의를 품고 있다.”며 “그 회의에서부터 무언가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망하기 시작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기호 소설가는 작업실에서 만난 공사인부와의 일화를 이야기했다. 이기호 소설가의 작업실은 광주에서 살짝 떨어진 나주에 위치해있는데, 공사인부들이 작업실 건물에 입주해 살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공사인부 하나와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게 되었는데, 그때 공사인부가 흘린 땀방울을 보게 된다. 이기호 소설가는 “그 친구와 같이 앉아있으면 작가로 산다는 것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엄살 부리고 앉아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우리는 그 땀에 대해 모른다. 땀에 대해 안다고 글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이야기했다. “모른다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이기호 소설가에게 고민의 지점을 만들어낸다. 이기호 소설가는 “바로 그 고민하는 순간이 제가 글을 쓰게 되는 순간”이라며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무언가 쓰기 시작하면 달라지는 것들이 보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이기호 소설가는 행사에 참여한 관객들에게 “여러분의 문장을 써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강연 중인 이기호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강연 중인 이기호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  글을 쓸 때 경계해야 할 것? 자기연민에 빠지면 곤란

이기호 소설가는 강연에서 소설의 기능과 이해의 불가능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현장에 자리한 관객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답하기도 했다. 

“글을 쓸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기호 소설가는 자기연민을 가지면 곤란해진다고 이야기했다. 자기연민은 작품을 처음 쓰는 이들이 가지기 쉬운 함정 중에 하나이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기호 소설가는 “학생들이 첫 소설로 자기 이야기를 써오고, 그중 대부분은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다.”며 “그 사람에게는 큰 의미였고, 큰 슬픔이었겠지만, 타인에게는 ‘별일이 아닌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객관화를 위해서 학생들에게 1인칭 소설이 아닌 3인칭 소설을 쓰는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한 이기호 소설가는 “무언가를 결정하려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다. 이 목소리는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한 부모님의 목소리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성인이 되는 순간은 내면의 부모 목소리를 지워내는 순간들이다.”고 이야기했다. 이기호 소설가는 객관화를 통해 자기연민에서 벗어나고, 동시에 자기에게 의미 있는 것들이 공적인 의미에서 인정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기호 소설가의 작품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한 독자는 “작가님의 제목을 보면 이름이 많이 들어가는데 몹시 인상 깊다.”며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고 물어보았다. 최근 출간된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에는 ‘최미진은 어디로’, ‘나정만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오래전 김숙희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한정희와 나’까지 7편이 수록됐으며, 모두 제목에 인물 고유명사가 들어간다. 

이에 대해 이기호 소설가는 “제자들 이름”이라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각각의 소설들이 쉽게 지어진 제목들은 아니며, 인물 고유명사가 등장하는 제목들은 어떠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기호 소설가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 원하는 것, 사람들의 감각 등의 차이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똑같은 디자인, 똑같은 형태로 취향마저도 비슷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이기호 소설가는 “우리들 사이의 차이란 무엇일까? 결국 이름밖에 남지 않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이름이 남은 사람들의 개인적인 사연, 이야기를 한명한명 만들어주자. 차이를 확보해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기호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기호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 말미에는 스스로를 “한국문학 애독자”라고 밝히며 특히 “김금희, 김애란, 권여선 작가는 팬심으로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여러 예술장르도 있겠지만, 한국소설, 한국문학을 사랑하고 많이 읽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