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동 소설가, ‘잃어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언어 되찾아야...’ 문학주간에서 소설 “국수” 속 언어에 대해 말해
김성동 소설가, ‘잃어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언어 되찾아야...’ 문학주간에서 소설 “국수” 속 언어에 대해 말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9.0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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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문학주간2018이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대학로 예술나무 카페에서는 문학 작가들과 만나볼 수 있는 ‘작가스테이지’의 첫 번째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내포필담(內浦筆談)”으로, 소설 ‘국수’의 저자 김성동 소설가에게 작품에 사용된 충청도 내포 지역 언어의 특징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김성동 소설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65년 도봉산 천축사로 출가했으며, 75년 주간종교에 ‘목탁조’를 발표하여 작가로 데뷔했다. 당시 종단에서는 소설의 내용이 불교계를 모욕한다며 김성동 소설가의 승적을 박탈하는 일이 있었다. 78년에는 승려 생활을 바탕으로 한 소설 “만다라”를 발표했다. 

김성동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성동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국수”는 이런 김성동 소설가가 지난 8월에 솔 출판사를 통해 펴낸 소설로,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에 연재하다 중단된 후 27년 만에 완간된 작품이다. 내포지역 사투리를 중심으로 조사한 우리말로 집필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소설은 임오군변이 있던 1882년부터 동학농민운동이 있던 1894년 전까지, 각 분야의 특출 난 예인과 인걸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작품의 제목이 ‘국수’인 이유에 대해 김성동 소설가는 먹는 음식이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며, “나라 국 자에 손 수 자를 쓴다. 과거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국수라 불렀다.”고 이야기했다. 의술이 뛰어난 사람, 소리를 잘 내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바둑을 잘 두는 사람 모두가 ‘국수’였다는 것. 김성동 소설가는 “국수는 국가에서 주는 훈장이 아닌 민중이 주는 최고의 꽃다발이었으나 이제는 바둑에서만 국수라는 말을 쓴다.”며, “우리는 이런 사라진 아름다운 언어들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언어라는 것은 계급의 산물”이라 정의하며 “양반 사대부, 이른바 먹물세대의 언어는 지금도 살아남아 지식인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두 번째 계급인 평민이 쓰던 언어 역시 여전히 살아있다.”만, 당시 행정 실무를 담당하던 아전계급과 천민계급의 언어는 전부 실언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동 소설가는 아전계급과 천민계급이 쓰던 말에는 우리의 정서와 아름다움, 당시의 시대상 등이 배어있으므로 응당 되살려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기에 소설 “국수”는 표준어가 아닌 충청도 내포지역의 사투리로 집필됐다. 

김홍정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김홍정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에 행사의 사회를 맡은 김홍정 소설가는 “소설 ‘토지’를 보면 인물들은 전부 표준어를 쓰고, 경상도의 방언이 일부 들어간다. 홍명희의 ‘임꺽정’은 전부 당대의 표준어로 구사한다.”며 “어느 소설이건 지역의 방언은 맛보기 또는 흥미를 돋우거나 생동감을 높이기 위한 용도로 많이 쓰였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김성동 선생님은 내포지역의 말에 지독하게 파고 들었다.”며, 그렇기에 “국수는 우리 국어의 보물 창고”라고 말했다. 

그러며 김홍정 소설가는 전 5권인 소설 “국수”의 부록 형태로 발간된 ‘국수사전 : 아름다운 조선말’을 언급했다. 국수사전은 소설 “국수”에 쓰인 우리 말들을 모아 그 의미를 해설해둔 사전이다. 김홍정 소설가는 “우리 고유어, 생활에 쓰던 말들은 그 사전이 필요한 정도로 잃어버린 게 대부분”이라며 “제가 국수사전을 읽어 보니 이중 2/3는 아는 말인데, 나머지는 모르겠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또한 “그나마 아는 것도 우리 동네 말이라 그렇다. 만약 제가 충청도에 안 살고, 아이들의 국어를 가르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라고 ‘국수사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에 김성동 소설가는 현재 “우리는 우리의 모국어, 말투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밝히며, 이는 “우리의 생각, 철학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문장에는 국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다름 아니다’ 같은 표현은 “미끌미끌하고 멋있는 표현 같지만, 이것은 서구 언어의 번역체”라는 의견이다. 김 소설가는 “조선말은 아니면 아니고 다르면 다른 것이지 두리뭉실하지 않다.”며 “이것이 영문법을 따라 완전히 바뀌었다.”고 이야기했다. 

김홍정 소설가(좌)와 김성동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김홍정 소설가(좌)와 김성동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성동 소설가는 “더 무서운 것은 이 심각한 위기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소설 “국수”를 통해 이런 언어에 대해 작게나마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표준어에 대해서도 김성동 소설가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김성동 소설가는 “표준이라고 깃발을 세우는데, 이는 지배하기 위해 언어를 통일한 것”이라며 “서울의 중산층이 쓰는 언어가 표준어라지만 누가 중산층을 만들었나, 어떤 언어가 있으면 이 말이 왜 나왔나 등 근본적인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김홍정 소설가는 “김성동 선생님의 국수 다섯 편을 다 읽고 나니 ‘노을 편 끝’이라고 되어있더라.”며 “2부 밤길 편을 현재 구상 중으로 알고 있다. 1부 쓰시는데 27년 걸렸는데, 밤길은 얼마나 걸리실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김성동 소설가는 원래 국수는 5권짜리 1부인 노을 편과 2부 밤길 편, 3부 새벽 편으로 구상하여 민족사회를 상징하고자 했다고 답했다. 

문학주간 작가스테이지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문학주간 작가스테이지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김성동, 김홍정 소설가가 함께한 작가스테이지 행사는 독자들의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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