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세미나 "지금 여기, 문예지 공동체를 꿈꾸다" 성료... 문예지 지원 제도의 개선 방향 논의
문예지 세미나 "지금 여기, 문예지 공동체를 꿈꾸다" 성료... 문예지 지원 제도의 개선 방향 논의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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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문학주간 2018이 9월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문학주간에서는 한국문학을 한눈에 살펴볼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으며, 한국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예지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9월 1일과 2일에는 웹진과 퓨전 문예지 등이 모인 “문예지 오픈 마켓”이 진행됐으며, 문예지 지원 사업의 역사를 망라하는 “문예지 아카이브 전시”가 7일간 이뤄졌다.

9월 5일 오후 4시 마로니에공원 좋은공연안내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문예지 세미나 “지금 여기, 문예지 공동체를 꿈꾸다”가 개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뉴스페이퍼와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가 공동으로 협력한 이번 행사는 문예지를 둘러싼 현실을 확인하고 문예지에 대한 공공지원정책의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다.

사회를 맡은 신철규 시인과 행사장 모습 [사진 = 뉴스페이퍼]
사회를 맡은 신철규 시인과 행사장 모습 [사진 = 뉴스페이퍼]

이번 세미나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공병훈 협성대 교수가 17년 문예지 지원 사업 수혜 문예지를 분석한 “국내 문예지 운영 현황 분석과 시사점”을, 뉴스페이퍼 이민우 대표가 일반인과 문학인들이 문예지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살펴본, “일반인 및 문학인을 대상으로 한 문예지 인식 조사와 사례”를 발표했다.

2부에서는 평론가들이 참여하는 발표가 이뤄졌다. 고봉준, 이명원, 양재훈 문학평론가가 발제를 맡았으며, 종합토론에는 기혁, 손남훈, 함돈균 평론가와 이병국 시인이 참가했다.

- '디지털 시대, 지원 받은 문예지 내용 웹에 공개되어야'

고봉준 문학평론가는 "디지털 시대와 문예지의 방향"이라는 발표를 통해 문예지가 여전히 문학장의 주요한 위치에 있으나, 지원 사업에 한해서는 수용, 향유 계층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고봉준 평론가는 먼저 문예지가 영향력을 가진 채 유지되고 있는 까닭을 '더블-시스템'이라 명명한 한국의 출판 과정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문예지'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이렇게 모인 작품이 편집자의 손을 거쳐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지며, 이 두 과정이 분리와 연속 상태로 서로의 재생산에 기여해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문예지는 여전히 문학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생산되는 텍스트의 성격이나 그것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의사소통의 형식적 틀 등을 결정짓는 기술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것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유무형의 문화적 네트워크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고봉준 문학평론가 [사진 = 뉴스페이퍼]
고봉준 문학평론가 [사진 = 뉴스페이퍼]

그러나 문예지발간지원 사업에 시선을 두면 "지원 사업은 수용자, 향유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고민을 수반해야 한다."며 문예지들이 안고 있는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통, 판매 등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원 사업의 수용자, 향유자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봉준 평론가는 "지원사업 대상 문예지 중 극소수를 제외하면 서점이나 도서관을 통한 독자의 접근 자체가 어려우며, 발간되는 문예지들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정작 그것들 대부분이 독자의 손에 도달하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사라진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때문에 "공적지원을 받은 문예지의 경우 목차는 물론 잡지 내용의 일부라도 웹을 통해 공개되기를 희망한다."며 "해마다 우수문예지로 선정되는 문예지들은 문학장 안에서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되는 매체일 것이고, 따라서 그것들의 목차, 또는 내용 일부가 웹사이트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공개됨으로써 검색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는 것은 공적 지원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고 독자에 대한 서비스일 뿐 편집권, 이익 추구권의 침해가 아니다."는 것이다.

고봉준 평론가는 "문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매체 변화의 역사였고, '문예지'라는 형식 또한 변화의 한 계기를 통해 등장한 문학 장치일 따름이다."며 "문예지가 '문학 창작 활동의 주요한 거점 공간'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동일하게 유지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으며, "문학에 대한 지원이 창작에 대한 지원에만 국한되어도 좋은 것인지, 매체나 독자에 대한 지원을 통해 창작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 문예지 전체 지원 규모 너무 작아... "예술가 정책, 매개영역 활성화 정책 포기한 것과 다름 없어"

17년과 18년 문예지 지원사업에서 선정된 문예지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출판되는 문예지들이었다. 이명원 평론가는 "지역문예지 지원 활성화의 쟁점"이라는 발표를 통해 현재의 문예지 지원 제도가 열악한 지점을 중점적으로 지적했으며, '서울공화국' 상태의 문예지 지원 사업에 지역 안배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명원 평론가는 먼저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 규모는 99억이 넘으며, 단일 영화제의 지원 예산에 비해 대한민국 전체의 문학창작과 매개영역이며 플랫폼이기도 한 문예지에 대한 지원 규모가 1/1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의 문화적 접근과 향유에 대한 문제의식은 높아진 대신, 예술가 정책과 매개기관 정책은 후퇴하거나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싶다."며 정부가 "예술가 정책, 매개영역 활성화 정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보았다.

이명원 평론가 [사진 = 뉴스페이퍼]
이명원 평론가 [사진 = 뉴스페이퍼]

문예지가 "문학창작과 제도와 수용의 기원인 문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지속가능성의 토대이며, 독자들의 문학에 대한 접근권, 향수권을 확장시킬 수 있는 거의 유력한 근거"라고 본 이명원 평론가는 "문예지의 지속가능성은 큰 틀에서 보면,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모두의 영토를 확장, 심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적 유통구조에서 문예지는 전국적 유통도 어렵고 시장성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하고, "이러한 결여, 결핍, 한계는 문학정책이 섬세하게, 과감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지역문예지 활성화에 있어서 지역 거점 문예지의 선정, 중장기적인 지원, 공공도서관 매개 유통 등을 통해 서울/지역의 비대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 한국 문학장의 문제는 대항 권력이 없기 때문... 문예지 지원 사업에 대한 9가지 제언

발표의 마지막을 맡은 양재훈 문학평론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지원 사업에 대한 9가지 제언을 이야기했다. 먼저 지난 수 년 사이 한국문학장에 제기됐던 문제들을 크게 세 가지(신경숙 표절 사태,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지 지원 사업 중단)로 나눈 양재훈 평론가는 신경숙 표절 사태와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에서 지적됐던 '문학권력' 문제는 "권력과 관계된 문제는 언제나 그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행사되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몇몇 출판사의 권력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항 권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보았다.

양재훈 평론가 [사진 = 뉴스페이퍼]
양재훈 평론가 [사진 = 뉴스페이퍼]

양재훈 평론가는 "새로 등장한 문예지들이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며 "이들의 노력은 아직은 시작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문학 장 전체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줄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았다.

이어 문예지 지원 사업은 "문예지가 공공성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문학 작품과 문예 담론의 산실로서 기능하도록 하는 데 맞춰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9가지 제언을 이야기했다. 양재훈 평론가가 제안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자생능력이 없지만 공공성을 위해 필요한 문예지에 지원할 것, △ 상업출판사와 연결된 문예지는 지원에서 배제할 것, △ 비평 전문 문예지의 창간을 유도하고 지속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마련할 것, △ 리뷰나 해설을 담당하는 웹진을 구축하고 웹 포털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할 것, △ 원고료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목적을 둘 것, △ 청탁이 아닌 공모를 통해 원고를 수급하는 문예지를 우대하고, 문예지가 공모제를 채택하도록 유도할 것, △ 공적 자금의 지원을 통해 간행된 문예지에 수록되는 글을 웹을 통해 공개되도록 할 것, △ 종이잡지와 다른 형태의 문예지 지원정책을 마련할 것, △ 독자들을 문학 작품 독서로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

양재훈 평론가는 특히 대항권력에 대해서는 적정 원고료의 더 많은 지면이 확보되고, 발표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지면이 있을 때 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9년 간의 과오를 씻어내고 한국문학 장의 확장에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기여를 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종합토론 모습 [사진 = 뉴스페이퍼]
종합토론 모습 [사진 = 뉴스페이퍼]

발표 이후에는 발제자 세 명과 기혁, 손남훈, 함돈균 문학평론가, 이병국 시인이 참석하는 종합토론이 이어졌으며,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날 세미나는 오후 4시부터 7시 30분까지 약 3시간 30분 가량 진행됐으며, 문예지 관계자부터 문예지 독자, 문예창작과 학생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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