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에서 환상성이 가진 역할은 무엇인가? 문학주간 2018 참여한 송미경 동화작가에게 듣다
아동문학에서 환상성이 가진 역할은 무엇인가? 문학주간 2018 참여한 송미경 동화작가에게 듣다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9.1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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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태어날 때부터 어른인 동생, 가방 안에 들어간 아버지, 갈색 토끼로 변해버린 소녀... 독특한 환상성과 괴담처럼 오싹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송미경 작가와 만나보는 자리가 지난 2일 이음센터 5층 이음아트홀에 마련됐다. 문학주간 2018을 맞아 열린 송미경 동화작가의 작가 스테이지 행사이다. 

송미경 작가는 2008년 웅진주니어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동화작가로, 동화 “복수의 여신”과 “일기 먹는 일기장”,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어떤 아이가” 등을 펴냈다. 이날 작가 스테이지는 이중 2013년에 시공주니어를 통해 발표한 동화집 “어떤 아이가”를 중심으로 아동문학에서의 환상성은 무엇을 말하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송미경 동화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송미경 동화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송미경 작가는 아동문학에서의 환상성은 곧 작가의 철학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환상성’은 막연히 신비하고 재미난 분위기가 아니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집요하게 사유한 후 극적으로 표현해낸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 

그러며 송미경 작가는 “어떤 아이가”의 수록 동화인 ‘아버지 가방에 나오신다’와 ‘없는 나’를 예로 들었다. 

‘아버지 가방에 나오신다’는 아무도 살지 않던 동네에 아이들과 엄마들이 들어와 살게 되며 생기는 일을 다룬 동화다. 작중 엄마들은 ‘아버지’가 들어있는 가방을 하나씩 끌고 다닌다. 가방 안에 모습을 감춘 아버지들은 손만을 꺼내 아내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린다. 그러던 중 마을에 한 아버지와 아들이 들어오게 되고, 이들의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아버지가 밖으로 나와 놀아주길 바라는 천진한 마음으로 가방에 불을 지른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 속 아버지와 가족들 간의 단절을 다룬 작품이다. 송 작가는 “현대의 아버지들 중 다수는 돈만 벌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만, 돈 버는 것만이 전부인 관계는 단단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현대인의 모습은 한국의 기독교와 비슷한 형태라고 진단했다. 기독교 신자로서 교회를 다니며 본 일부 교인들은 “자기가 필요한 순간에만 성경을 꺼내 필요한 구절만을 읽고, 필요한 위안을 얻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송 작가는 종교나 가족 등 모든 교제는 “내가 원하는 것만 듣는 게 아니라, 내가 들어야 할 음성을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가방가 열리고 그 안에 있던 아버지가 나오게 되는 순간, 단절이 일거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간 생각의 차이 등 진실 앞에 우리는 불편한 감정에 휩싸인다. 평생 그 가방을 덮어놓는 것이 오히려 편했다고 후회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덮어놓은 관계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동화 ‘아버지 가방에 나오신다’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행사의 사회를 맡은 김지은 평론가는 “특히 가방에 불을 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며 “아귀포처럼 마르고 비들비들한 아버지들이 그 안에서 기어 나오는 모습”이 현대사회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송미경 작가 스테이지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송미경 작가 스테이지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동화 ‘없는 나’는 어느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그린 동화이다. 엄마는 보이지 않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와 주변인들에게 말을 건네고, 아이의 운동화를 구입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산모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혹자는 “내가 아이를 봤다.”는 맥락의 거짓 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송미경 작가는 이 동화 면서 “동화에 이런 내용을 써도 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으며, 심지어는 동화 자체를 끔찍하게 여기는 독자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이 작품이 여성의 낙태와 그로 인한 상처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송 작가는 “이 작품을 쓴 것은 12년이지만, 당시 작품을 출간해줄 출판사가 없어 13년에 책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김지은 평론가는 작품이 처음 써진 2012년이나, 작품이 발표된 2013년은 낙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때문에 독자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으리라는 것. 하지만 현재는 낙태가 왜 죄가 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낙태 문제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던져줄 것이라고 전했다. 

송미경 작가는 작품에 대해 올바른 해석이 뭐다, 라는 식으로 제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작품을 쓰고 난 뒤에는 자신의 손을 떠나 독자들이 마음껏 읽어야 하므로 “이제 이 글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 송미경 작가는 딱 떨어진 하나의 해석보다는 다양한 논쟁점이 제시되는 작품이 건강한 작품이라고 말하며, “작가가 손을 대지 않아야 책이 야생에서 성장한다. 독자들의 입에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이야기가 나와 문제의식을 갖게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송미경 작가 스테이지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송미경 작가 스테이지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행사에는 어린이 독자들과 학부모, 동료 동화 작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끝으로 송미경 작가는 아동 문학에서 환상성은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목소리를 더 잘 나타낼 수 있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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