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출간한 최은영, 천희란, 이영광, 강성은 작가.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에서 각 작품 소개하다
신작 출간한 최은영, 천희란, 이영광, 강성은 작가.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에서 각 작품 소개하다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9.1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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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천희란, 이영광, 강성은... 네 작가의 신작은 어떻게 쓰여졌나?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가 오프라인에서 청취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일 마로니에 공원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 예술나무 카페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문학주간 2018을 맞아 진행된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이다. '문장의 소리'는 조해진 소설가가 연출을, 해이수 소설가가 진행을, 정현우 시인이 구성을 맡고 있는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해이수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해이수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공개방송에는 최은영, 천희란 소설가와 이영광, 강성은 시인이 게스트로 참여하여 사회를 맡은 해이수 소설가와의 대담을 가졌다. 작가들은 이를 통해 최근 출간한 책이 어떻게 쓰였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천희란 “영의 기원” 

최은영 소설가는 책의 제목인 “내게 무해한 사람”에 대해 “무해한 사람은 곧 내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좋아하는 사람, 관계 맺는 사람과는 살면서 당연하게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은영 소설가는 이런 당연한 ‘해’조차 무섭게 느껴져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둘 때가 있다며, 이번 작품은 그런 ‘무해함’에 집중하여 쓴 소설이라고 밝혔다. 

최은영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은영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런 소설을 쓴 계기에 대해서는 “저는 제게 주어진 시간들을 글로 쓰고, 그 시간이 묶이면 한 권의 책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삶 속에서 발견한 순간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시각들을 꾸준히 글로 쓰고 있다는 것. 때문에 최 소설가는 “기본적으로는 제 소설이 여성주의로 읽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자신의 시각들을 글로 쓸 것이라는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다만 이번 소설집에서 여성 성소수자를 인물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초고를 완성하고 나서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을 전형적으로 대상화하는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 소설가는 친구들에게 보여주거나 계속 개작을 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러며 “소설 쓰기에는 실제 읽는 이에게 상처를 주거나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험이 항상 있다.”며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부분이 항상 겁이 난다.”고 말했다. 

천희란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집 “영의 기원”이 죽음과 자살, 멸망 등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죽음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소설 공부를 하면서 문학의 언어가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없는 무언가를 설득하는 언어”라는 생각을 했으며, “없음으로써 존재하고 있는 결핍과 부재, 망각” 등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 것. 

천희란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천희란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영의 기원”이 첫 소설집인 천희란 소설가는 “소설이라는 장르는 세계를 대상화해서 쓸 수밖에 없고, 계속해서 타자화하려는 힘이 작동한다.”며, 그 힘을 거스르고 거부하는 게 소설쓰기의 괴로움으로 작용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현재는 “제 작품들이 어떤 식으로 명명되고, 다음의 작품은 어떤 식으로 명명되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성은 “lo-fi” 
이영광 “끝없는 사람” 

강성은 시인은 시집의 제목인 Lo-fi는 저음질을 뜻하는 음향 용어로, 시집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생각하던 제목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반대가 있었으며, 심지어 제목이 정해지고 인쇄소에 가기 직전에도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성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강성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Lo-fi라는 제목을 고집스레 밀고 나간 것에 대해 강성은 시인은 “제 시가 음악으로 비유하면 lo-fi 음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평소에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금 불분명하게 들리기도 하고, 음질이 그리 좋지 않으면서도 귀에 잘 감기는 저음질 음악이 자신의 시와 비슷하다고 여겨졌다는 것. 그리하여 강 시인은 “인디음악에서는 홈 레코딩을 많이 한다.”며, 자신이 시집을 내는 마음가짐도 홈레코딩을 하여 첫 싱글을 내는 아마추어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집 “lo-fi”에 대해 강 시인은 ‘죽음’을 가장 큰 키워드로 하고 있으며, “이번 시집의 죽음은 세계가 이미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죽음”이라고 말했다. 세계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북극에서는 최후의 빙하가 녹아 사라지는 등 소멸과 같은 죽음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안에서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다는 것. 그러며 ‘죽음’은 자신의 작품이 가진 결이라는 맥락의 말을 했다. 이는 앞으로도 ‘죽음’에 대한 고민을 글로 담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영광 시인은 자신의 시집 제목 “끝없는 사람”은 두 번째 시집 “그늘과 사귀다”의 ‘4월’이라는 시에서 따온 것이라 밝혔다. 작중 어머니를 ‘끝없는 사람’으로 표현했던 것을 가져와 제목으로 삼았다는 것. 

이영광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영광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 ‘끝없는 사람’은 시 ‘수학여행 다녀올게요’에 등장하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이영광 시인은 세월호 참사가 ‘사건’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자신은 ‘사태’로 기억하고 있다며, “이 사태는 끝이 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이 난다면 아무런 슬픔이 없어야 하지만, 세상을 떠난 이들과 연루된 많은 사람들이 아직 고통에서 해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며 이 시인은 자신 역시 강 시인처럼 죽음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살면서 끝없이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접하기 때문이다. 이영광 시인은 “누가 죽었을 때 가서 문상을 하면 나도 곧 죽을 사람 같다.”며 “우리는 다 죽음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렇기에 죽음은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죽음을 직시하지 않고 낯선 것으로 인지하면, 인생 자체가 공포의 연속이 된다는 것. 이영광 시인은 애초에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한 후, 독자들과 간단한 질의응답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정현우 시인의 축하 공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정현우 시인의 축하 공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한편, 이날 공개방송 이후에는 문장의소리에서 구성을 맞고 있는 정현우 시인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정현우 시인은 문인인 동시에 2007년 디지털 싱글 음반 Lime 1st를 발매한 바 있는 가수이다. 이날 정 시인은 시인과촌장의 ‘가시나무’와 조수미의 ‘나 가거든’, 그리고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문장의 소리 로고송 등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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