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토론회 모습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09/30610_21125_3830.jpg)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문제시 됐던 것 중 하나는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것이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 제정의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지난 9월 11일 오후 2시 대학로 이음센터 5층 이음홀에서는 “예술인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며 법률 제정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가 오고갔다.
예술인들을 검열, 사찰, 배제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가 전무하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법률상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거나 법률적 통제장치가 미비하여 행정적 재령을 발휘할 수 있는 법적 틈새에서 작동”했으며 표현의 자유 침해 범죄 및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가 미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법제도 정비를 통해 문화예술 관련 표현의 자유 범죄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며, 이러한 의견 등에 힘입어 17년부터 예술계와 국회는 “예술인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11일 토론회는 새문화정책준비단,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성희롱 · 성폭력 예방대책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후원으로 개최됐으며, 법률(안)에 대해 예술인들에게 공유하고,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동연 문화연대집행위원장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09/30610_21126_3914.jpg)
토론회에는 이동연 문화연대집행위원장과 황승흠 국민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법률에서 제시하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법안 체계의 구성 등을 살펴보았다. 분야별 전문가로는 이양구 작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 박경신 고려대 교수, 임정자 동화작가, 정원옥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가했다.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 보장에 관한 법률(안)은 예술인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를 보장하고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크게 예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예술인 권리 구제 기구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술인의 정의를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 뿐 아니라 “예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은 눈에 뜨인다. 이는 문화예술계 내에서의 성폭력이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동연 문화연대집행위원장은 “예술 내 위계 권력의 상층부에서 성공가도를 달린 진보적 남성 예술인들이 같은 장 안에 함께 있었던 여성 후배들에게, 제자들에게 습관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성폭력을 자행했던 것은 단지 은폐되었을 뿐”이며 “미투 운동이 블랙리스트에 속한 진보적 남성 기성 예술가들을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승흠 국민대 교수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서 대중문화예술인을 정의하면서 연습생 계약을 맺은 자도 대중문화예술인으로 보호하는 것과 같은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안)은 예술의 자유와 침해 금지, 예술지원의 차별 금지 등의 조항을 담고 있으며, 이를 위한 벌칙과 예술인 보호 기구에 대해서도 포함하고 있다. 보호 기구로는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 예술인 성희롱 · 성폭력 피해구제위원회 등이 설치되고, 신고가 접수될 경우 ‘예술보호관’이 조사의 주체가 되어 활동한다.
예술보호관은 예술계 옴부즈만을 제도화한 것으로, 황슴흠 교수는 “문체부에 소속된 공무원이기는 하지만 문체부 장관은 개방형 직위로 운영하여 민간출신이 예술보호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예술보호관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였다.”고 설명했다. 예술보호관은 조사를 위해 현장조사, 문서열람 등을 하거나 신고인, 피신고인, 피해자, 관계자 등에게 관련된 사항을 출석,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블랙리스트 행위 등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마련됐다. 정당한 이유 없이 폭행, 위협, 위계, 위력 등을 행사하여 예술 활동의 성과를 전파하는 활동을 방해하거나, 블랙리스트 등을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해 이를 이용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등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됐다. 또한 심사의 공정을 해한 자, 심사관련 문서를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한 자 등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됐다.
![발언 중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09/30610_21127_3950.jpg)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2018년 하반기 국회와 정부의 협업을 거쳐 발의될 예정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예술인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을 통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예술 활동의 자유가 침해받거나 성폭력으로 발생한 피해도 제도적으로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술인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문체부가 법 제정을 지원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