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주간 2018 문예지 세미나] 지역문예지 지원 활성화의 쟁점 - 이명원 문학평론가
[문학주간 2018 문예지 세미나] 지역문예지 지원 활성화의 쟁점 - 이명원 문학평론가
  • 이명원 문학평론가
  • 승인 2018.09.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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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5일 마로니에 공원 다목적홀에는 문학주간 2018 행사의 일환으로 문예지 세미나 '지금 여기, 문예지 공동체를 꿈꾸다'가 개최됐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뉴스페이퍼와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가 협력한 행사로, 문예지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이하는 세미나에서 발표된 발표문 전문입니다

1. 문예지 지원의 필요성 

- 2009년 현재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규모는 99억 5000만원이었다. 부산시가 56억 4000만원을 지원했고, 정부지원은 매해 15억 정도였다. 기타 예산은 스폰을 포함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의 대응예산이었을 것이다. 2018년 현재의 예산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만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연간 250억을 4년간 확보해 10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한 기사가 눈에 띤다. 

- 한편, 문학창작 및 발표의 매개기능 혹은 플랫폼 역할을 하는 문예지 발간지원 예산은 2018년 현재 10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이 예산으로 월간, 격월간, 계간, 반년간, 기관지 50여종을 지원한다. 기계적으로 분할하면 종당 2000만원 수준이다.  

-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국제영화제이긴 하지만, 단일 영화제에 연간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대한민국 전체의 문학 창작과 매개영역이자 플랫폼인 연간 문예지 지원예산이 단일 영화제 예산의 1/10에 불과하다는 점, 공적 예산 지원 규모만 따지더라도 1/7에 불과하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 문학지원 정책은 예술가, 매개기관, 수용자인 시민 3자 모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의 문학지원 정책을 보면, 시민들의 문화적 접근과 향유에 대한 문제의식은 높아진 대신, 예술가 정책과 매개기관 정책은 후퇴하거나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싶다. 독자들이 책을 안 읽는데, 독자들이 시장에서 문예지를 사지 않는데 창작지원이나 문예지 지원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하는 시장주의적 반문에 동의하는 것은 사실상 예술가 정책, 매개영역 활성화 정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 문학은 기초예술이자 토대예술이고, 이것의 가장 확실한 기원은 예술가와 작품, 그리고 이를 독자에게 연결시키는 문예지와 출판사, 그리고 서점과 도서관이다. 지금 한국문학은 생산자와 매개기관이 빈사상태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수용자인 독자로 이어지는 통로가 매우 협소한 형국이다. 생산자와 매개기관 자체가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용자인 독자대중의 접근권 역시 축소되는 것이고, 이것이 생산과 매개 영역에 대한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냉소를 시장주의와 연결시킨다.  

- 문예지 지원은 왜 필요한가. 문학창작과 제도와 수용의 기원인 문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지속가능성의 토대이며 독자들의 문학에 대한 접근권, 향수권을 확장시킬 수 있는 거의 유력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 독자들은 서점에서 문예지를 구매할 여력이 없다. 매호 문제작이 발표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비평적 논쟁이 제기되는 것은 아니기에, 경제적 효용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굳이 매호 문예지를 구매하거나 정기구독하는 것은 손익판단의 관점에서 보자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 문예지를 출판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도, 이처럼 시장에서의 판매를 통한 수익을 확보할 수 없는 문예지를 전국적으로 유통하는 것은 오히려 손실을 증가시키는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실제 판매부수를 실증할 수 없어서 그렇지, 서점에서 1000부 이상 판매되는 문예지 혹은 순수한 정기구독자가 500명 이상이 되는 문예지는 5종 이내도 안 되지 않을까 싶다.  

- 그렇다면 문예지의 기능은 무엇인가. 첫째, 한국의 작가들에게 지속적인 창작동기를 가능케 하는 플랫폼이다. 둘째, 한국의 출판사들에게 유려한 단행본 필자를 발굴하고, 상시적인 비평적 평가시스템을 참조할 수 있는 축구에서의 미드필더와 같은 기능을 한다. 셋째, 신인상과 문학상 제도를 통해, 한국문학의 위상을 점검하는 것과 함께 세계문학 제도 안에서의 영토를 확장하는 근거가 된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현재의 서적 유통구조에서 문예지는 전국적 유통도 어렵고 시장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문예지의 지속가능성은 큰 틀에서 보면,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모두의 영토를 확장, 심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결여/결핍/한계는 어떻게 극복/보완할 수 있는가. 여기에 문학정책이 섬세하게, 과감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발표자의 생각이다. 

2. 지역문예지 지원활성화의 문제 

- 한국은 서울공화국이다. 문예지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지역에서도 많은 문예지/동인지/무크지/기관지 등이 출판되고 있지만, 2018년 4월 현재 지원사업에 선정된 51종의 문예지를 보니 5종을 빼고는 모두 서울에서 출판되는 문예지였다.  

- 선정된 지역문예지는 <신생>(부산), 푸른글터(부산), <오늘의문예비평>(부산), 시와반시(대구), 문학들(광주)이었다. 51종 가운데 5종이 지원되었으니, 1/10의 비율이다. 기관지 12종을 빼면, 1/4 비율이다. 지역 문예지 지원 역시 서울에 비하자면 열악하다. 물론 대개의 전국적 성격을 가진 문예지가 서울에 있으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역 문예지를 전국화하는 지원정책이 이 시점에서 더 필요하다고 본다.  

- 지역에서 문인들은 얼마나 활동하고 있나. 정확한 파악은 어렵다. 그러나 표본을 추출할 수는 있다.  

- 2018년 1월 한국작가회의 정례이사회 자료를 참조하면, 2018년 현재 한국작가회의에 등록되어 있는 회원수는 총 2268명이다. 물론 이 중에는 작고문인 등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정확한 것은 아니다.  

- 그렇다면 지역 작가회의에 가입되어 있는 문인은 몇 명인가. 이사회 자료를 보면 총 1855명이다. 무순으로 지역별 인원수를 밝히면, 강원(52), 경기광주(31), 경남(75), 고양(47), 광주전남(282), 대구경북(183), 대전(96), 목포(56), 무주(30), 부산(262), 부천(36), 순천(26), 양주(28), 영주(12), 울산(97), 전북(210), 제주(95), 충남(52), 충북(78), 충주(10), 인천(97)이다.  

- 물론 지역문인들 가운데 30% 이상의 문인들은 서울에서 거주하고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의 문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들 지역 출신 문인들이 지역의 문예지를 강화시킨다거나, 지역의 문인들의 전국적 창작행위에 대한 기여도는 약소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문인 분포수를 보면, 그에 비례해서 최소한 거점 문예지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회원수로 보면, 1) 전남(282), 2) 부산(262), 3) 전북(210), 4) 대구경북(183), 5) 인천, 대전, 울산, 제주(95-97), 5) 충북. 경남(75-78) 순이다.  

문인분포 비율에 따른 기계적 문예지 지원은 지양되어야겠지만, 각 지역의 이른바 거점 문예지를 선정·지원함으로써, 지역문예지의 전국화를 가능케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렇게 해야 서울/지역의 비대칭/불균형 문제가 다소나마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3. 지역문예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 일단 전통/혁신, 종합/장르지라는 분류체계 아래서 지역문인과 시민, 지역 문화재단 등이 4종 정도의 대표성이 있는 예비 지원후보 문예지 리스트를 확정하고, 이를 예술위원회 심의에서 참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 서울과 지역 문예지 지원 비중을 6:4 혹은 5:5 정도로 명시한다. 대개의 지역출신 문인들이 서울 기반 문예지를 주된 활동무대로 하고 있는 것은 지역의 문학/출판 인프라의 부재 때문이다. 제도/예산 지원을 통해 이 불균형을 시정하면, 지역문학의 활성화는 경향적으로 가능하다.  

- 문예지 유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서점에서의 상업적 소비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 출판사의 경우 유통에 따르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내 판단에는 사정이 이런 이상, 문예지 유통을 서점이 아닌 공공/학교도서관을 매개로 해서 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다. 그렇게 되면 독자들의 접근권/향수권 역시 충족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별도의 예산이 보충되어야 한다.  

- 지역문예지의 경우 편집(편집위원)과 제작(출판사)이 분리된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문예지 지원은 투 트랙으로 하는 것이 좋다. 예산을 편집위원회에 지원하는 경우, 출판사에 지원하는 경우로 나누어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출판사가 주도하는 문예지와 편집위원 동인들이 주도하고 출판을 대행하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이다.    

- 문예지 지원은 제작비용 지원이 아니라, 문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원고료 지원이라는 점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럴 경우 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장르별 표준 원고료를 산정한 후, 이에 준해서 지원액을 결정해야 한다. 지원액의 증액이 불가피하다. 부산국제영화제 수준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한국의 문학창작과 매개의 플랫폼 지원이 1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역문예지 지원의 경우, 지원기간을 1년으로 하기보다는 2년 이상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하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1년 지원 이후 선정에서 탈락하게 되면 예상되는 후폭풍이 너무 크다.  

이밖에도 논의할 사항은 토론자와 함께 숙고해 보도록 하겠다. 

문학평론가 이명원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부 교수를 역임한 후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타는 혀》, 《해독》, 《파문》, 《시장권력과 인문정신》,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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