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가 원고료 10년 째 제자리걸음... 최저 원고료 도입의 목소리도 나와
문학 작가 원고료 10년 째 제자리걸음... 최저 원고료 도입의 목소리도 나와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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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인상된 시급 8,35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은 매년 두 자릿수 인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갑론을박이 오고 가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도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제도로,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가치를 보장해준다. 일반적인 노동환경에서 보장받고 있는 최저임금은, 그러나 예술계에 이르러서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에서 예술분야 표준계약서를 보급하고 있지만 아직 그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고, 문학 분야 또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문학 분야 작가들의 주된 수입원은 책을 출간해 얻는 인세와 문예지 등에 작품을 발표 후 얻는 원고료 등이다. 인세가 책을 판매한 액수 중 일부가 작가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면, 원고료는 작품 발표 즉시 일정 금액이 작가에게 지급된다. 즉각적으로 작가에게 비용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원고료는 생활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한편으로는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원고료의 액수는 터무니없이 적을 뿐이다.

작가들이 받는 최저 고료는 얼마일까? 쌀이나 김치 같은 물품이 원고료를 대신하는 쪽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고 할 수 있다. 원고가 수록된 잡지, 잡지의 정기구독이 대체하는 곳도 있고, 고료가 아예 없거나 수록비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중견 작가의 경우는 형편이 좀 낫지만 신인 작가들은 작품 발표를 위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적은 고료에도 청탁을 받는다.

너무나도 낮은 고료에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면 1967년 한국문인협회는 고료의 수준이 너무 낮아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50~100원 수준의 산문 원고료를 300원 이상으로, 500~1,000원 수준의 운문 원고료를 4,000원 이상으로 인상해줄 것을 관계 기관에 건의했다. 4년이 지난 1971년에 이르러서는 한국펜클럽본부와 한국문인협회 등 문인단체들이 작가의 권익 보호를 위해 고료인상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73년의 평균 고료는 산문 150~250원, 운문 2,000~3,000원으로, 캠페인이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평균 고료도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70년대 중반에는 문예진흥원이 최저고료제와 함께 원고료를 지원하게 되며 원고료 상승에 기여하게 된다. 77년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문예진흥원의 원고료 지원금을 3배로 인상하고, 각 문예지들에 최저고료제를 실시토록 권장, 유도했다고 전했다.

문인들의 인상 캠페인과 정부의 지원이 맞물리고, 물가 상승률과 함께 차근차근 증가되어왔던 원고료는 2000년대에 이후부터는 거의 상승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2004년 경기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보통 운문 한편은 5만~10만원, 때로는 20만원 내외다. 소설 등 산문의 원고료는 200자 원고지 1장당 5천~1만원, 때로는 2만원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2004년 경향신문에서 한 평론가는 “어림잡아 시 한편의 고료가 5만∼10만원선, 소설이나 평론의 고료가 200자 원고지 1장당 5,000~1만 원선이 대체적인 고료 수준”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산문 원고지 1매 5,000~10,000원, 운문 1편 50,000~100,000원 수준의 원고료는 2000년 중반 이후 약 15년가량 유지되고 있다. 지난 9월 5일 문학주간 2018의 일환으로 열린 "문예지 세미나"에서 공병훈 협성대 교수는 2017년 문예지 지원 사업 수혜 문예지 33곳의 성과보고서를 분석하고, 산문과 운문의 평균 원고료를 발표했다.

공병훈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운문 시 편당 67,586원, 동시 편당 2만 5천원에서 3만원, 시조 편당 4만원 가량이었으며, 산문 단편소설 매당 8,679원, 장편소설 매당 11,800원, 동화 매당 7천원, 비평/평론 매당 6,885원, 에세이 매당 6,433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와 소설 원고료는 문예지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가들의 평균 원고료는 15년 가까이 제자리걸음 중인 셈이다.

지난 15년 사이 고료 증액은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문학과 사회" 등 주요 문예지들에서만 이뤄졌다. 12년 한겨레는 “문학잡지 ‘고료 인상’ 물꼬 터졌다”는 보도를 통해 “문학동네”가 시 고료를 15만원, 단편소설 1매 1만 5천 원 가량으로 책정하며, 2003년 이후 10년 동안 변함이 없었던 고료를 20~50% 가량 인상했다고 밝혔다. “문학동네”가 인상을 하며 “창작과비평”, “문학과 사회” 등 주요 문예지들은 원고료를 인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들을 제외한 여타 문예지들은 대폭적인 고료 인상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 원고료 인상 쉬운 문제는 아니야... 정부의 지원 필요

원고료가 인상되지 못한 이유는 유통, 판매되지 못하는 문예지와 자급자족형 문예지가 증가하고, 출판계의 불황이 더해지며 작가들이 고료 인상의 목소리를 쉬이 내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설가와 시인은 고용정보원이 공개한 '2016 한국의 직업 정보'에서 가장 소득이 낮은 직업으로 꼽히기도 할 정도이며, 작가들의 열악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상승은 문학계 내에서도 최저 원고료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선우은실 평론가는 17년 인천일보에 기고한 ‘원고료와 최저임금’ 칼럼에서 “잡지사 혹은 출판사가 원고료를 지급하며 개중에는 재정이 넉넉지 않은 곳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째서 원고료를 인상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는가?”라고 묻고 “어째서 이렇게 되었으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말을 걸기 위해 문학을 하고자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해본다.”며 원고료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7월 양동길 시인은 중도일보 기고문에서 예술가들에 대한 열정페이가 심각하고, 문학인들의 예술활동 수입이 저조하다고 지적하며 “문인들이 발표하는 모든 작품에 대하여 반드시 원고료를 지급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작가들이 직접 나서 최저 고료제가 필요하다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2017년 출범한 SF작가 단체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최저고료_원고지1매_만원’ 해시태그 운동을 펼치며 최저고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작가들이 스스로의 몸값을 올리는 활동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의 도움 또한 절실하다. 개별 문예지들이 스스로 원고료를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양재훈 평론가는 지원 사업의 수혜를 받는 문예지들이라도 먼저 원고료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예지 세미나에 참석한 양재훈 평론가 [사진 = 뉴스페이퍼]
문예지 세미나에 참석한 양재훈 평론가 [사진 = 뉴스페이퍼]

9월 5일 문예지 세미나에 참석한 양재훈 평론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학 작품 생산이라는 노동의 대가가 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문학 지원 사업 전반을 통틀어 원고료의 현실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예지 지원 사업에 선정된 문예지 운영 주체에게 지원금을 교부할 뿐 원고료를 얼마나 지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개입도 하고 있지 않다. 지원 사업에 선정된 문예지들에 최저 고료제를 유도하여 원고료의 평균 액수를 올리며 정당한 예술 노동의 대가를 확보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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