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 희망아카데미 학생들과 아르코창작기금 선정 작가들, 문학주간에서 희망 나눠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 희망아카데미 학생들과 아르코창작기금 선정 작가들, 문학주간에서 희망 나눠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9.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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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4일 혜화역 인근 예술가의 집 3층에는 예술 작품을 통해 소외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자리가 마련됐다. 문학주간 2018의 내부 행사로 진행된 사회공헌 프로그램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이다.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는 타성에 젖어 삶 속의 희망을 놓치지 않도록, 생각 없이 지나쳐온 일상을 되돌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에 참여한 작가들. 사진 = 육준수 기자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에 참여한 작가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행사에는 아르코창작기금 선정 작가 5인과 희망아카데미 학생들이 참여했다. 희망 아카데미는 서울시에서 노숙인들이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사진 예술을 중심으로 인문, 문화, 예술 분야를 고육하는 기관이다. 이들은 ‘희망’을 소재로 집필한 문학작품과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일상 속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를 기획한 오은 시인은 과거 희망아카데미 강연을 통해, 노숙인 학생들의 삶의 태도가 대단히 긍정적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현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워가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오 시인은 학생들의 긍정적인 태도와 작가들의 문학작품을 통해 희망을 나누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작가들과 희망아카데미 학생들은 일상 속에서 어떤 희망의 순간을 발견했을까? 

- 작가들이 전하는 희망의 메세지 

고광식, 이도훈 시인과 권성훈 평론가, 신정근 에세이스트, 신지영 동화작가는 각자 집필한 작품을 낭독하고, 작품을 통해 어떤 희망을 전하고 싶었는지 이야기했다.

이도훈 시인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도훈 시인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도훈, 신지영 작가는 공통적으로 자신의 삶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생각하던 주인공이,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고 희망을 갖는 과정을 그렸다.

이도훈 시인의 짧은 동화 ‘이름 없는 씨앗’에는 조그만 씨앗이 등장한다. 씨앗은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조그만 존재라는 사실에 비관하지만, 농부 할아버지가 ‘너는 아주 귀한 곡식인 보리’라고 일러주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시인은 씨앗이 이름을 통해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됐듯, 사람도 누군가 이름을 불러준다면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신지영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신지영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신지영 작가의 ‘푸쉭!’은 세상에서 가장 방구 냄새가 심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 소설이다. 소녀는 환경보호법에 의거해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될 위기에 처하자, 사단법인 스컹크연합회로의 도피를 결정한다. 소녀는 방구 냄새 때문에 가족의 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비참함을 느끼지만, 스컹크들로부터 교관이 되어 신세대에게 방구 훈련을 시켜달라는 요청을 듣고는 가슴의 꿈틀거림을 느끼게 된다. 환경을 훼손시키는 오염물 취급 받던 자신의 방구를, 필요로 해주는 스컹크들이 있다는 사실이 희망으로 다가온 것이다. 

신 작가는 작중 냄새는 ‘사람이 가진 안 좋은 점’을 말한다며, 부정적인 부분을 가진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겐 꼭 필요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나라에서 관리할 정도로 치명적 결함을 가진 인간이, 타인에게 인정받는 장면을 그렸다는 것. 이 소설은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권성훈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권성훈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고광식 시인은 시 ‘달을 굽는 사내’를 통해 처절한 몰락 속에도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했으며, 권성훈 평론가는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조오현 승려의 시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에 대한 짤막한 평론을 통해 아주 작은 순간에서도 삶의 의미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정근 작가는 한때 잘 나갔으나 현재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조각가 K에 대해 쓴 에세이 ‘사라진 K’를 통해, 희망은 평범하게 다가와 평범하게 떠나간다는 의미를 전했다.

- 희망아카데미 학생들이 발견한 일상 속 희망의 순간 

희망아카데미 학생들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보여주며, 자신들이 삶에서 발견한 ‘일상 속 희망의 순간’을 이야기했다. 

이상훈씨는 차갑고 딱딱한 기운이 느껴지는 대리석 바닥의 한 가운데에 놓인 파란 공 하나를 찍은 사진을 선보였다. 문래예술공장에서 설치 작업을 하는 친구가, 파란 페인트를 칠한 공을 건조시키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이상훈씨가 사진 작품 "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상훈씨가 사진 작품 "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설치물의 일부에 불과한 공에서 이상훈씨가 발견한 희망은 무엇일까? 이상훈씨는 쓰러지지 않고 튀어 오르는 삶의 자세를 갖겠다는 다짐을, 통통 튀는 공의 모습을 빌려 이야기하는 정현종의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을 낭독했다. 그러며 30대 시절에 자신은 언제나 튀어 오르려는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는 스스로가 한 다짐보다는 “남들보다 돋보이려는 생각”의 발현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부분

그러나 이번에 사진을 찍으며, 파랗고 매끈매끈한 공이 ‘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상훈씨의 삶의 자세가 공의 탄력성뿐만 아니라 돌의 단단함까지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상훈씨.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상훈씨. 사진 = 육준수 기자

젊은 시기에는 누구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힘껏 튀어 오른다. 하지만 이 튀어 오르는 힘이 개인이 오롯이 가진 힘으로 인한 것인가? 이상훈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튀어 오르는 것은 주변의 받쳐주고 밀어주는 힘 덕분이다. 이상훈씨는 현재 남의 도움을 받아 튀어 오르는 공처럼,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이 둥글게 깎여나가는 돌처럼 타인과 연대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희망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시민들과 희망아카데미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끝을 맺었다. 이도훈씨는 “오늘 자리를 통해 희망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됐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희망은 바로 오늘이다. 매 순간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일들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 관계자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 관계자 단체사진.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오은 시인은 “희망의 본질은 희망을 드리겠다는 말이나 희망과 관련된 시, 명언”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라 “땡볕 속에서 불어오는 한 점의 차가운 바람에 만족하는 이분들의 상쾌한 표정 같은 것”에 숨어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다. 종종 들러서 시도 함께 써보고, 사진도 같이 찍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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