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서점인으로부터 듣는 공동체와 서점운동, 크레용하우스 오치아이 게이코 대표와 셴펑서점 첸샤오화 대표 방한
세계 서점인으로부터 듣는 공동체와 서점운동, 크레용하우스 오치아이 게이코 대표와 셴펑서점 첸샤오화 대표 방한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18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2~3년 간 서점계에 눈에 띄는 변화는 독특한 컨셉을 보여주는 독립서점, 동네서점의 등장이었다. 퍼니플랜의 2018 독립서점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357곳의 책방이 운영 중에 있고, 이중 23%인 83곳은 1년 사이에 개점한 책방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새로이 등장한 이들 동네서점은 지역의 문화 거점이자 공동체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운영하는 유희경 시인은 한 포럼에서 "작은 서점이 공동체를 모으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동체적 서점과 그러한 서점이 지향해야 하는 서점 운동이란 어떤 모습일까? 한국보다 앞서 공동체를 꾸리고 서점운동을 진행한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14일 파주 출판도시에는 중국의 셴펑서점 첸샤오화 대표와 일본의 크레용하우스 오치아이 게이코 대표가 내한하여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의 사례를 이야기했으며, 공동체를 어떻게 꾸려왔으며 어떤 형태의 서점 운동을 해왔는지를 설명했다. 

- 여성과 어린이 위한 크레용하우스... 환경, 반전 운동 참여하는 공동체 서점

크레용하우스는 1976년 도쿄에 설립된 어린이 및 여성 전용 서점이다. 42년 째 영업하고 있으며 1층은 아동 서적, 2층은 친환경 아동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고, 3층은 여성 전문 서점 미즈 크레용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40년이 넘도록 손님이 찾은 크레용하우스는 역사에 걸맞은 독서 공동체를 갖추고 있으며, 아이와 어머니와 할머니까지 3대에 이르는 손님이 손을 잡고 크레용하우스를 방문한 적도 있다. 

크레용하우스 입구 [사진 = 출판도시문화재단 제공]
크레용하우스 입구 [사진 = 출판도시문화재단 제공]

오치아이 대표는 "책을 읽으며 내면의 자신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전문 서점을 열게 된 것도 아이들이 하루 빨리 책을 만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점의 이름에 '크레용'이 들어가는 것도 "어린이가 최초로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가 크레용"이기 때문이다. 오치아이 대표는 "어린 시절, 정말 좋아하는 책이 단 한 권이라도 있었다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책에서 멀어질 수는 있지만, 결국 다시 책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오치아이 게이코 대표 [사진 = 김상훈 기자]
오치아이 게이코 대표 [사진 = 김상훈 기자]

40년 역사의 크레용하우스는 단순히 아동 도서, 여성 도서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은 아니다. 인권과 평화에 관심이 많은 오치아이 대표는 '어더 보이시즈(other voices)'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장애인, 소수민족, LGBT, 남성주의 사회에서의 여성 등 소수자의 목소리가 모두 이 '어더 보이시즈'에 해당한다. 책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치아이 대표는 크레용하우스가 "소수자들 자신이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라 생각할 수 있고, 내면과 대화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전, 차별반대, 평화와 인권은 오치아이 대표의 주된 관심사다. 크레용하우스는 '여름 학교', 어린이책 학교' 등을 열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알려왔으며,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는 매달 한 번 씩 '아침 교실'을 열어 시민들과 함께 핵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치아이 대표는 "일본의 권력은 자유와는 반대로 향하고 있다. 많이 질문받는 내용이지만 원전도 폐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매장 안에는 그와 관련된 포스터가 붙어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비판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 오치아이 대표의 생각으로, 오치아이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시간이 흘러 대부분의 서점에서 원전 관련 도서를 제외시켰지만, 크레용하우스에는 아직도 원전 관련 도서를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치아이 대표는 "평화를 위해서는 다음 세대, 어린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며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서점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 "문화의 뿌리 향촌에 있다" 향촌 재건에 함께하는 셴펑서점

96년에 설립된 셴펑서점은 영국 BBC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10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중국 전역에 14개의 분점을 소유하고 있다. 우타이산 본점은 1,100평을 넘는 방대한 규모와 아름다운 디자인, 수 만 권이 넘는 장서를 자랑한다. 우타이산 본점의 개점 당일에는 10만 명이 방문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관광지이자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중국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각국의 작가와의 만남이 무료로 진행되고 있으며, 첸샤오화 대표는 "셴펑서점은 시민의 공공의 장소이며, 모든 시민이 문화의 정신을 향유하고 공유하며, 문화를 번영하는 장소"라고 이야기했다. 

셴펑서점 내부 [사진 =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제공]
셴펑서점 내부 [사진 =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제공]

이런 셴펑서점은 최근 향촌에 분점을 내기 시작했다. 퉁루, 황산, 쑹양의 향촌 지역에 분점을 두기 시작했으며, 첸샤오화 대표는 "외진 농촌이나 향촌에 서점을 점점 내려 하고 있다. 문화적 공간이 필요한 곳이 향촌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더 많은 문화를 향촌으로 확대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첸샤오화 대표 [사진 = 김상훈 기자]
첸샤오화 대표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는 첸샤오화 대표의 꿈이기도 하다. 첸샤오화 대표는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40년이 됐고,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며 농촌은 빈 공간이 되버렸다."며 탄식했다.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의 뿌리는 향촌에 있다. 촌락에 가보면 전란이나 재해로 망가진 사원들이 있는데, 사원을 재건하고 싶다."는 첸샤오화 대표는 셴펑서점이 향촌에 자리잡아 문화적 공간으로 활동하여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 보았다. 

첸샤오화 대표는 "서점을 통해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향촌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문화를 생산하고 향촌의 공공질서 재건를 재건하면, 향촌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첸샤오화 셴펑서점 대표(왼쪽)와 오치아이 게이코 크레용하우스 대표(오른쪽) [사진 = 김상훈 기자]
첸샤오화 셴펑서점 대표(왼쪽)와 오치아이 게이코 크레용하우스 대표(오른쪽)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들 두 서점인은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주최한 제13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에 연사로 참여했다. 14일 오후 국제출판포럼 세션에서 오치아이 게이코 대표는 "삶의 감성"이라는 주제로, 첸샤오화 대표는 "서점, 본연으로 돌아가다"라는 주제로 한국의 서점인과 행사장을 찾은 이들에게 자신의 사례와 이야기를 전했다. 한편 크레용하우스의 오치아이 게이코 대표의 장편소설 "우는 법을 잊었다"가 지난 9월 10일 한길사를 통해 출간되었으며, 소설을 통해 작가로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이 쓴 "세계서점기행"에는 크레용하우스와 셴펑서점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