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연관 공무원 졸속 처벌,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라' 문체부와 정부 비판 직면
'블랙리스트 연관 공무원 졸속 처벌,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라' 문체부와 정부 비판 직면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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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사진 = 뉴스페이퍼 DB>
블랙리스트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사진 = 뉴스페이퍼 DB>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참여했던 민간위원들이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 민간위원 18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예술인들에게 사과하고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적폐청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13일 문체부는 진상조사위의 수사의뢰 및 징계 권고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수사의뢰 권고 26명 중 7명에게만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징계권고 44명에 대해서는 10명 '주의' 조치로 그쳐 사실 상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문체부의 발표가 있은 후 예술인들의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으며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이하 블랙타파)"는 13일 오후 "문체부의 발표는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과 시민들에게 깊은 배신감과 상처를 주었다."며 도종환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블랙타파는 문체부가 실질적인 처벌을 전혀 하지 않고, '숫자놀음'을 통해 예술인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문체부가 보도자료를 내며 실질적으로 형사 처벌 권고 7명, 주의 처분 10명을 기존에 감사원 처분을 받은 이와 전보 조치 대상자를 포함해 마치 48명이 징계를 받은 것처럼 부풀렸기 때문이다.

14일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결과 발표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출판계는 정부 발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과연 정부가 적폐청산과 문화발전의 의지가 있는지 깊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 블랙리스트 관련 범죄자를 강력히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위한 제도개선 컨퍼런스 <사진 = 뉴스페이퍼>
진상조사위가 개최했던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위한 제도개선 컨퍼런스 <사진 = 뉴스페이퍼>

18일 입장문을 발표한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은 "진상조사위가 권고했던 책임규명 권고와는 너무나도 멀어져 버린 '공무원 7명을 검찰에 통보하고, 12명에게 주의 처분을 하기로 했다'는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으로 인해 지금 문화예술인들은 또 다시 커다란 좌절과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은 문체부의 계획으로부터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태도가 존재하지 않으며, 문체부 조직을 지키기 위한 관료주의와 행정편의주의만이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체부는 자신들만을 위한 조직을 지키기 위해 문재인정부의 1호 국정과제인 적폐청산 자체를 폐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은 △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권력의 차원에서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에 대해 국민과 문화예술인에게 사과하고, 향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적폐청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 문재인정부는 문체부의 이번 이행계획 발표를 전면 백지화하고, 공정한 사회적 검증 과정과 토론을 통해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 우리는 위의 내용이 실현될 때까지 (가칭)‘블랙리스트 사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청와대앞 공론장’(공개토론회 외) 공동개최를 문화예술인과 국민들에게 제안한다 고 밝혔다.

- 이하는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의 입장문 전문이다.

‘문체부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 이행계획’ 발표에 대한 전(前)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민간위원들의 입장

우리 모두는 블랙리스트 범죄의 진실과 책임을 규명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

_ 문재인정부는 블랙리스트 범죄 가해자들의 책임규명에 대한 조직적인 은폐‧축소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에 참여했던 민간위원들입니다.

우리는 블랙리스트 범죄의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 30일까지 11개월 동안 활동했습니다.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는 이미 공개한 바와 같이 다양한 성과와 한계를 남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는 객관적인 조사결과와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블랙리스트 범죄에 관여한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131명(수사의뢰 26명, 징계 105명)에 대한 책임규명을 정부에 엄중하게 권고하였습니다.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의 임기를 마치고 2개월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자 68명에 대한 이행계획 발표”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의 임기가 종료된 이후 어떠한 과정과 절차도 없이, 갑작스럽게 언론을 통해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 이행계획을 통보받았습니다.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가 권고했던 책임규명 권고와는 너무나도 멀어져 버린 “공무원 7명을 검찰에 통보하고, 12명에게 주의 처분을 하기로 했다”는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으로 인해 지금 문화예술인들은 또 다시 커다란 좌절과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는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문체부는 어떤 원칙과 의지를 가지고 ‘책임규명 이행계획’을 발표하였습니까.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 발표, 그 내용과 형식 어디에도 블랙리스트 범죄의 책임을 엄중하게 규명하고,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태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번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에서 블랙리스트 범죄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블랙리스트 범죄의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어떠한 배려와 존중도 없다는 사실에 가장 크게 분노합니다.

이 거대하고 처절한 국가 범죄 앞에서조차 “이제 블랙리스트 문제는 그만 끝내자”, “공무원이 무슨 죄가 있나,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어차피 정권은 또 바뀌니 문체부 조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식의, 전혀 바뀌지 않는 문체부의 관료주의와 행정편의주의만이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이번 이행계획 어디에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계기로 국가 문화행정의 정의와 신뢰를 되찾기 위한 문체부의 성찰과 노력은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노골적인 적폐문화에 동조할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는 블랙리스트 범죄의 가해자를 보호하는 2차 가해자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는 블랙리스트 범죄의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는 일을 끝까지 할 것입니다.

둘째,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은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가 권고했던 내용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심지어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의 권고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는 이에 대한 최소한의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의 책임규명 권고는 오랜 시간 진행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보고서 및 책임규명 권고 내용에는 책임규명 대상자들의 행위, 진술, 정황 등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가 적시되어 있습니다. 문체부가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의 책임규명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면 이에 대한 타당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거쳐야 합니다. 심지어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범죄의 관련자임은 부정하지 않으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면 더욱 더 납득할 만한 이유와 조치를 사회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체부의 책임규명 이행계획에는 “블랙리스트 범죄에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이 왜 아무도 징계를 받지 않는지”, “징계 방식이 아니라면 어떠한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의 문화정책을 파국으로 몰아 간 역사적 국가 범죄, 대규모 공무원들의 불법 행위 앞에서 문체부는 “주의를 주겠다”, “지시를 따랐을 뿐인 하위직은 처벌하지 않겠다”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모든 공무에는 권한이 존재하고, 그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이 따릅니다.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문제가 있고 잘못은 했지만 책임을 지지 않을 권한”을 공무원들에게, 문체부라는 조직에게 부여한 바가 없습니다. 법도, 규정도 지키지 않는, 오직 자신들의 안위와 조직만을 지키는 문체부 공무원과 조직을 과연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요.

셋째, 문체부는 자신들만을 위한 조직을 지키기 위해 문재인정부의 1호 국정과제인 적폐청산 자체를 폐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문체부의 이행계획과 판단기준인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야 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문체부의 지시를 따랐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주요 소속기관(산하기관)에 대한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역시 불가능합니다. 문체부는 지금 와서 징계는 각 기관의 규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기관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문체부 스스로도 노력하지 않는 진상규명을 자신들이 지시하고 강요했던 소속기관(산하기관)들에게 요구할 자격이 있을까요. 문체부의 주장대로라면 블랙리스트 범죄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은 “주의”를 받으면 되는 것입니까. 결국 우리 사회의 적폐, 다시 말해 대통령과 비서실장 그리고 2명의 문체부 장관 등이 구속된 이 엄청난 국가 범죄는 단지 “지시에 따라야 했던 점을 고려”하면 되는 것일까요.

우리는 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묻겠습니다. 지금 문체부가 발표한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이행계획을 보면서 어떤 국민이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 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문재인, 당정청 전원회의, 2018년 9월 3일)고 기대할까요.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1호, 적폐 청산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있는”, “영혼이 있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해결을 원합니다.

블랙리스트 사태의 진실과 책임 규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경험해 왔던 수많은 국가 범죄들에 대한 역사적 과정을 상기해야 합니다. 지난 1년 간 진행되었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 책임규명과 제도개선 권고들은 잘못된 국가 권력이 국민, 문화예술인들에게 자행했던 국가 폭력과 범죄의 진실을 밝혀내고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합니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앞으로 더 오랫동안 토론되고, 성찰되고, 조사되고, 연구되고, 기록되어야 하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그 지난하고 힘든 과정을 경유했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표현의 자유, 문화민주주의 등을 우리의 삶으로 사회 구조로 내면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앞에 무책임하게 던져진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이행계획을 거부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단지 문체부 조직의 피로감과 안위를 배려하기 위해 역사적 진실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할 의사가 없습니다. 우리는 블랙리스트 범죄에 대한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개인에 대한 처벌 여부”를 넘어 “사회적 적폐 청산과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 기여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블랙리스트 진실과 책임 규명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우리 역시 이 제안들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권력의 차원에서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에 대해 국민과 문화예술인에게 사과하고, 향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적폐청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하나. 문재인정부는 문체부의 이번 이행계획 발표를 전면 백지화하고, 공정한 사회적 검증 과정과 토론을 통해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합니다.

하나. 우리는 위의 내용이 실현될 때까지 (가칭)‘블랙리스트 사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청와대앞 공론장’(공개토론회 외) 공동개최를 문화예술인과 국민들에게 제안합니다.

2018년 9월 18일

전(前)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 민간위원들

고영재, 김미도, 김소연, 김윤규, 김준현, 류지호, 박태원, 박희정, 배인석, 송경동, 신학철, 오동석, 이동연, 이양구, 이원재, 장지연, 최승훈, 하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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