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퀴어 문학 만나는 '오늘 Talk', 박민정, 김봉곤 작가와의 만남
페미니즘과 퀴어 문학 만나는 '오늘 Talk', 박민정, 김봉곤 작가와의 만남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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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마로니에 공원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오늘 Talk' 모습 [사진 = 김상훈 기자]
9월 2일 마로니에 공원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오늘 Talk' 모습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4월 한국문예창작학회 제34회 정기학술세미나 자리에서 고봉준 경희대 교수는 한국문학장 내에서의 큰 흐름을 '페미니즘'과 '퀴어'가 견인하고 있다고 보았다. 16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 이후 페미니즘 문학은 한국사회의 변화와 함께 한국문학장에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퀴어문학 또한 주목받고 있다. 소설 'Auto'로 데뷔하며 주목을 받은 김봉곤 소설가는 커밍아웃과 함께 소설집 "여름, 스피드"를 내놓았고, 퀴어문학 전문 출판사 큐큐는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를 통해 6편의 고전을 퀴어문학으로 재탄생시켰다. 

'페미니즘'과 '퀴어'가 한국문학의 한 흐름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이러한 흐름을 작가의 입을 통해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9월 2일 마로니에 공원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오늘 Talk'다. 강지희 평론가가 사회를 맡아 김봉곤 소설가와 박민정 소설가가 참여한 가운데, "여성과 퀴어가 꿈꾸는 오드 유토피아"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과 퀴어 및 당사자성, 윤리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학주간 2018 '오늘 Talk' 행사가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강지희 평론가, 박민정 소설가, 김봉곤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문학주간 2018 '오늘 Talk' 행사가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강지희 평론가, 박민정 소설가, 김봉곤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 '퀴어작가라는 표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어'

김봉곤 작가는 '커밍아웃한 첫 게이 소설가'로 불린다.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Auto'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를 내놓았으며, 한 인터뷰에서 "퀴어 작가의 계보를 잇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퀴어작가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봉곤 작가는 "퀴어 작가라는 표현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곤 작가는 퀴어 작품에 시대의 흐름 같은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는 "그들은 우리와 같지 않다."는 흐름에서 "우리와 같다."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 다음은 "다르지만 이상하지 않다."였다면, 김봉곤 작가는 이제 "다르지 않다."로 되돌아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흐름의 퀴어 문학을 보여주고 "넓은 의미에서 문학장 안에 있는 문학으로 이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 퀴어작가라는 호명이 싫지 않다."고 전했다. 

책 표지
책 표지

박민정 작가는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당선되며 데뷔했다.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아내들의 학교" 등이 있으며, 지난 7월 여성 성장 서사를 담은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를 세상에 내놓았다. 박민정 작가 또한 영페미니스트 중 하나로 꼽히며 "페미니즘 작가로 호명, 고무적이고 기쁘다"고 밝힌 바 있다. 

박민정 작가는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는 것에 "작년에만 해도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그러한 부름을 받을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고, 색체가 다른 작가들이 모두 페미니즘 작가라고 뭉뚱그려지는 경향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생각을 해본 결과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는 일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싶었다."며 "작가 개인에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서스럼없이 붙일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전했다. 대학 시절이나 등단 초기, '여성적 글쓰기'라는 말이 비하처럼 사용됐던 시기가 있었고, '여자들이 쓰는 이야기를 쓰느냐'는 식의 말을 듣기도 했다는 박민정 작가는 이러한 호명이 "너무나도 기쁜 일이고, 반가운 일"이라는 것이다. 

박민정 작가는 "제가 만나본 여성작가들이 대부분이 페미니즘 작가"이며, "더 많은 작가들에게 호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혐오의 재현'부터 '당사자성'까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등장한 고민거리들

2015년부터 시작된 페미니즘 붐은 흔히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표현으로도 불린다. 젠더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촉발하여 시작한 이 페미니즘 리부트는 기존과는 다른 고민거리를 문화계에 안겨주었다. "혐오, 폭력을 재현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재현의 폭력, 재현의 혐오' 문제, 당사자의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유효하게 작용하는 "당사자성" 등이 그러하다. 

김봉곤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김봉곤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러한 변화 속에서 두 작가 작품 창작에 많은 고민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봉곤 작가는 "마음가짐부터 단어사용까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혐오에 대해 재현을 할 때, 과연 이 문장, 이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적인 마음가짐으로 "결국에는 나도 남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게이 작가이면서 스스로를 여성에 동일시하는 일이 많지만 "여성성을 편리하게 취하고 있는 것 아닌가, 너무 손쉬운 방법이지 않을까, 라는 자기검열과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며 그런 것들이 글쓰기에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민정 작가는 "여성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에, 작품에 여성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캐릭터를 만드는데 있어 윤리의식이 작동되고, 윤리와 대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윤리는 도덕이나 법과는 다른 생존방식을 이야기한다. 박민정 작가가 만드는 캐릭터는 일관적으로 좋은 면모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면모도 드러나있다. '살아있는 인물'은 다양한 '결'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민정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박민정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박민정 작가는 '롤모델이 되는 여성 인물을 보고 싶다'거나 '끝에 가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좌절하거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드는 인물이 아니라 영웅적 인물을 보고 싶다'는 독자의 요청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박민정 작가는 "그런 인물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앞으로 이상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가, 지금 내 윤리가 어떤 눈치를 보고 있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일까. 독자란 소설을 읽은 사람인가, 읽을지도 모르는 사람인가, 많이 읽는 사람인가, 어쩌면 다른 무엇인가. 이런 생각이 심화되는 것 같다."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당사자성"은 당사자의 목소리가 유효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러한 논리는 때로는 당사자의 목소리만이 유일하게 유효하다는 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성이 아니므로 여성의 이야기를 쓸 수 없다, 퀴어가 아니므로 퀴어의 이야기를 쓸 수 없다는 주장이 당사자성을 강하게 담은 주장이다. 

김봉곤 작가는 "당사자성을 가진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설을 쓰는 사람은 어떤 소수자성을 공유하는 이들이다. 소설가의 소수자성이 메타포로, 이야기로, 또는 어떤 상징으로 바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민정 작가는 "여성인데 남성의 이야기를 쓸 때, 자본가가 아닌데 자본가의 이야기를 쓸 때, 쭉 좋은 가정환경에서 사랑받고 자랐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때, 가져야 하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소설이 인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떻게 인간을 이야기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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