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시인으로부터 듣는 '시적 순간과 산문적 순간', 파주북소리 작가와의 만남 성료
김현 시인으로부터 듣는 '시적 순간과 산문적 순간', 파주북소리 작가와의 만남 성료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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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김현 시인은 지난 2월 한 권의 산문집과 한 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산문집 "질문 있습니다"와 시집 "입술을 열면"이다. 두 작품집 안에는 무심한 정권에 의해 사람들이 스라져가던 2013년부터 페미니즘 리부트가 일어나기 시작한 2015년의 시간 동안 쓰여진 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사회에서 일어난 어떤 모습들이 김현 시인에게 다가와 어떤 때는 산문이 되고 또 어떤 때는 운문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책 표지
책 표지

파주출판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 책 축제 "파주북소리 2018"이 지난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가운데, 그 첫날인 14일에는 김현 시인과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행사의 제목은 "입술을 열면 질문있습니다"로, 김현 시인이 최근 집필한 두 권의 작품집 제목을 합쳐놓은 것이다. 최지혜 소설가가 사회를 맡았으며, 이날김현 시인은 '시적인 삶'과 '산문적인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했다.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 중인 김현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 중인 김현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에 앞서 김현 시인은 먼저 '시적인 삶'과 '산문적인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살면서 '아, 이건 너무 시적이다'고 표현하지만, '이건 너무 산문적이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어째서 우리는 '산문적'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일까? 김현 시인은 "산문적인 것은 너무나 생활적인 것, 자연스럽게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특별히 표현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한편 시적인 것, 시적인 순간은 내 삶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특별하고 특수한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자신이 썼던 생활적인 산문이 어떻게 시로 형상화되었는가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 "'딴짓'의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과는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짓을 하곤 한다. 그런 행동을 가리켜 '딴짓'이라고 표현한다. 김현 시인은 청중들에게 "딴짓을 하기 좋아하시느냐."고 묻는다. 본인이 바로 딴짓하기를 좋아했던,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창부터 딴짓을 해온 김현 시인은, 수업을 열심히 듣는 척 하고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읽거나, 비나 눈이 올 때면 창밖을 멍하니 보는 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딴짓'은 벌을 받아야 할 일이거나 해서는 안 될 것으로 취급받는다. 장애의 이름까지 붙여가며 '딴짓하는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해놓은 삶의 구조를 따라가야 하며, 그 경로를 이탈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 해서는 안 될 '딴짓'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김현 시인은 "글을 쓰는 것, 문학을 하는 것도 일종의 딴짓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만약 자신이 어린 시절 몰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홀로 비나 눈이 오는 것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그러한 딴짓의 순간이 없었다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정해진 구조 위를 벗어나 딴짓을 해오며 '딴짓'의 옹호자였던 김현 시인은 어느날 '전혀 다른 딴짓의 순간'을 목격하고 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저질렀던 '딴짓'은 수많은 사람들의 수없이 많은 시간을 사라지게 해버렸다. 김현 시인은 "그걸 목격하는 순간, 불쑥 '딴짓'이라는 것이 어쩌면 무서운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되는가." 생각해보았다며 "세월호 사건이 수많은 사람들의 무능 같은 차원보다는, 그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그 시간 동안 '딴짓'을 했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몇 개월 전에 문학 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같이 딴짓을 해보기 위해서였다.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백4명의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작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낭독회를 한 달에 한 번씩 열기로 눈빛을 모았다. 하다 보니 열일곱 번째 낭독회가 되었고 이제는 제법 모두에게 딴짓 같지 않은 딴짓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딴짓이란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어떤 딴짓은 한 나라의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딴짓에도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이란 것이 있다. 그게 딴짓하기의 어려움이다. - 김현, '딴짓', "질문 있습니다" 중 일부

책임지는 '딴짓'을 위하여 김현 시인은 다른 작가들과 '딴짓'을 해보기로 결심한다. 김현 시인은 "오랜 시간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며 세월호의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지만, 노란색 리본을 보면 '쿵' 하곤 한다."고 말했다. 세월이라는 말을 그 단어의 원래 의미인 '세월'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는 김현 시인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세월호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304 낭독회'를 이어오고 있다. 오는 9월 29일 행사는 벌써 마흔 아홉 번 째를 맞이한다. 

김현 시인은 "4년이나 됐으면 진정될 법도 하고, 혹자들의 말에 의하면 지겨울 수도 있다. 그러나 지겨워지지도 않고, 안정되지도 않는다."며 돌아오지 못한 이들과의 관계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돌아오지 못하는 304명의 사람들이 자신과 전혀 관계 없는 이들이라 생각하면, 물건처럼 느껴지게 된다. 물건처럼 느껴지기에 물건처럼 값을 매기려 한다. '보상해줄게, 한 명 당 얼마를 주면 그만할래' 물건의 값을 치르듯이. 

많은 학생들이 행사장을 찾아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많은 학생들이 행사장을 찾아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그러나 김현 시인은 돌아오지 못한 304명이 정말로 자신과 상관없는 이들인지 질문을 던졌다. 마침 행사장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있었다. 교복을 입었다는 최소한의 공통분모가 생겨나고,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똑같이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고 학창 시절을 보냈을 것이라는 공통의 것으로 이어진다. 김현 시인은 "우리는 그렇게 연결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무한하게 인간관계의 범위를 넓혀나가다보면 사람은 늘 누군가가 연결되어 늘 관계되어 있다."며 "그렇게 생각하다면 과연 물건 취급을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현 시인은 돌아오지 못한 학생을 추모하며 학생과의 공통분모를 찾았다. 영만이라는 학생의 생일은 2월 19일이었다. 김현 시인의 호적 상의 생일은 2월 19일이었다. 김현 시인은 이제 자신의 호적 상의 생일을 영만 학생의 생일로 기억한다. 영만 학생은 두부를 좋아했고, 두부를 가지고 엄마와 두부고로케를 해먹는 걸 좋아했는데, 김현 시인 또한 두부를 좋아한다. 김현 시인은 "두부를 좋아하는 지금의 김현과 두부를 좋아한 그때의 영만이는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304 낭독회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낭독회를 찾는 이들, 그리고 영만이와 연결되어 있는 생각 등을 바탕으로 쓰여진 시가 '열여섯번째 날'이다. 

진실의 전단을 들고 
두 다리를 사용해 길을 걷다가

경언에게 

경언아 
우리는 죽었어 

말해버렸다 
입술이 창백해졌다 

- 김현, '열여섯번째 날', "입술을 열면" 중 일부

삶의 경험과 생활은 한 편의 산문이 되고, 한 편의 시가 되었다. 김현 시인은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자연히 인권과 투쟁, 사회문제, 현장에 결합하고 움직이며, 생활에 가까운 시들을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삶 그 자체가 바로 고스란히 시가 되지는 않는다. 산문적인 것으로 삶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한 반면, 시는 직관에 의해 쓰여지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김현 시인은 가을을 맞이하고 느낀 점을 쓴 산문 '제철에 나오는 말'과 그 안의 시적 순간이 탄생하며 만들어진 시 '기화'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산문의 순간과 운문의 순간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게 되었다고 전했다. 

김현 시인이 제시한 두 순간의 공통점은 바로 "질문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현 시인은 "시를 쓰는 것도 그렇고 산문을 쓰는 것도 그렇고, 문학을 하는 것, 예술을 하는 것, 생각하는 것, 사색하는 것, 공부를 하는 것, 그 모든 게 실은 무엇과 계속 질문을 하는 과정의 하나겠다. 혹은 그렇게 계속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대답을 되려고 하는 과정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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