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의무 아닌 시민의 권리 따르라' 손아람 작가와의 만남
'국민의 의무 아닌 시민의 권리 따르라' 손아람 작가와의 만남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2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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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되기 전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궁중족발
철거되기 전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궁중족발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6월 4일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족발집 '본가 궁중족발'에는 농성 중인 활동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가 궁중족발'은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이들이 내몰림 당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장이었다. 건물을 새로 구입한 건물주는 기존 보증금 3천만 원을 1억 원으로, 월세 297만 원을 1,200만 원으로 올렸고, 터무니 없는 인상 앞에서 내쫓길 수 없었던 본가 궁중족발 측은 농성을 시작했다. 열 차례를 넘는 강제집행이 시도됐고, 이 과정에서 궁중족발 사장 김 씨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결국 6월 4일 새벽 3시 지게차를 통원한 강제 집행으로 인해 농성은 중단된다. 궁중족발 사건은 이후 본가 궁중족발 사장 김 씨가 건물주 이 씨를 망치로 폭행하며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본가 궁중족발에 터무니없는 보증금, 월세 인상이 가해진 것은 임대차보호법 계약 보장 기간이 만료된 이후였기 때문이다. 궁중족발 사장 김 씨의 아내인 윤 씨는 궁중족발 사건이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법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고, 사건 이후 임대차보호법 계약 보장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 개정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20일 열린 국회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임대차 계약 보장 기간은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다.  

본가 궁중족발 사건과 임대차보호법 개정은 '법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 중 하나다. 5년이라는 기간은 자영업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기간이지만, 그러한 '상식'을 법은 받아들여주지 않았고 무수히 많은 피해자를 낳아왔다. 이렇듯 보호 기간이 끝난 세입자를 순식간에 내쫓을 수 있었던 '법'은, 개정 이후 하루 아침에 5년의 연장 기간을 가지게 됐다. 법이 이처럼 쉽게 변하고, 또 상식과 충돌한다면 법은 대체 무엇일까?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 '파주북소리 2018'의 마지막 날에는 손아람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 손아람 작가는 시민이라는 개념과 국민이라는 개념이 같지 않으며, 법이 상식의 형태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민의 권리와 국민의 권리 같지 않아... 시민의 권리 생각할 것

손아람 작가는 먼저 "국가는 일정 영토 내에서 물리력을 단독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사용하는데 성공한 인간의 무리"라는 막스 베버의 정의를 가져와 소개했다. 국민은 이러한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인간으로, 반면 시민은 "프랑스 시민혁명 인권선언문"의 "인간은 권리에 있어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 살아간다"에 기원한다. 

이야기를 전하는 손아람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야기를 전하는 손아람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시민과 국민은 엄연히 다른 단어지만, 지금은 두 단어를 바꿔써도 무방할 정도로 차이가 인지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국가가 민주주의를 채택하며, 헌법을 통해 시민의 권리를 국민의 권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아람 작가는 "국민의 권리와 시민의 권리는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에게 국민으로서의 의무가 지어지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 받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의무는 자주 시민의 권리와 충돌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에는 1980년 광주 항쟁, 2009년 용산 참사, 2015년 광화문 촛불 시위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가 충돌해왔다. 

이러한 각각의 역사적 국면 안에는 시민과 국민이 함께 등장한다. 손아람 작가는 "시민이 자기 생각과 원하는 것이 있고, 이를 위해 자유롭게 길거리를 나간 것을 선택했다."면 "진압자로 등장한 국민은 국가의 명령을 받았기에 진압을 할 뿐이다."며 이 '국가의 명령'을 다른 말로 '법'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 '진압은 어쩔 수 없다?' 법보다 상식이 먼저... 시민들의 목소리 중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법을 상식처럼 여기고 있지만, 역사적 국면을 살펴보면 "정말 그러한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손아람 작가는 "1980년 광주에서 학살 같은 진압이 일어났을 때, 불법을 저지른 것은 시민들이었다. 당시 국가는 불법을 저질렀고 과격했기에 총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로 시민은 불법, 국민은 합법이라는 구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나서 "과연 그 당시의 법은 상식적이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다. "국가의 명령은 맞았으나 상식은 아니었다. 즉 법이 틀렸으며, 불법이기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손아람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국면이 의미하는 것은 "법은 명백하게 늘 상식적이지 않으나,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이는 바로 우리의 법과 상식이 일치하지 않으며,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광주항쟁 당시 적용된 불합리한 법에 대해 설명하는 손아람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광주항쟁 당시 적용된 불합리한 법에 대해 설명하는 손아람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2009년 용산 참사는 권리금을 돌려달라는 목소리가 묵살되며 일어났다. 당시 "권리금이 법에서 보호하고 있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가 팽배했으며, 지금까지도 이러한 목소리가 제기된다. "법을 어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법을 어겼으므로 진압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손아람 작가는 행사한 참여한 이들에게 "보증금을 줬다가 돌려받는 것은 상식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보증금을 줬다가 돌려받는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 2001년까지는 보호받지 못했다고 설명한 손아람 작가는 "법이 있기 때문에 상식이 생기는 게 아니라, 상식이 있기 때문에 법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은 아직도 여러 장소에서 남용되고 있다. 시위 진압의 현장을 설명한 손아람 작가는 "법의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민 사회가 낮다는 인식이 있을 때 국가는 법을 남용하게 되며, 시민의 영역으로 쳐들어온다는 것이다. 손아람 작가는 "여러 집회에서 공권력이 남용되어 시민들이 다치고 죽는 사례는 국가가 '눌러 꺾을 수 있다'는 발상을 했기 때문"이며, "이런 방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일종의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멈출 수 있다. 

"법도 정치이며,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가 정치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한 손아람 작가는 박근혜 퇴진 당시의 2015년 광화문을 상기시켰다. 손아람 작가는 "시민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목소리의 총합이 질량이 되고 질량을 무시할 수 없었던 정치권은 어쩔 줄 몰라했다."며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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