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을 기억하는가? 억압과 맞서는 촛불혁명 정신 담은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을 기억하는가? 억압과 맞서는 촛불혁명 정신 담은 이호철통일로문학상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9.22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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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박정희 정부의 군사독재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이는 당시 정권이 1974년 1월 8일 정오에 발동한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에 여실히 드러난다. 긴급조치의 1항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행위를 금한다.”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는 내용이었다. 

지난 14일 제2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시상식에서 진행된 임헌영 평론가의 축사는 박정희 정권의 경직성을 떠올리게 했다.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故 이호철 소설가와 함께 박정희 정권의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에 함께 연루된 바 있기 때문이다. 

임헌영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임헌영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임헌영 평론가는 1941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1966년 현대문학 3월호에 ‘아나키스트의 환가(幻歌)’를 발표하며 평론가로 데뷔했다. 저서로는 평론집 “문학의 시대는 갔는가”와 “창조와 변혁” 등이, 산문집 “새벽을 위한 밤의 연가”, “문학을 시작하려면” 등이 있다. 중앙대학교 국문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한편 문학상의 기념 대상인 이호철 소설가는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났으며, 1950년 한국전쟁에 인민군으로 참전하고 이후 월남했다. 1955년 단편소설 ‘탈향’이 “문학예술”에 추천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전쟁이 남긴 상처와 민족의 분단을 작품의 주요한 주제로 삼아왔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이런 이호철의 문학에 드러난 평화 지향적 정신을 계승하고,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

임헌영 문학평론가와 故 이호철 소설가는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다. 1974년 박정희 정부가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문인 5명(임헌영, 김우종, 이호철, 정을병, 장병희)에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우고 구속한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 당사자라는 인연이다. 당시 국군보안사령부는 이들이 반국가 성향을 띤 일본 조총련 기관지 “한양”에 원고를 게재하여,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석영 등의 문인은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을 유신헌법의 독재에 반대하여 1974년 1월 7일에 진행된 “문인 61인 개헌 지지선언”에 대한 공안당국의 보복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임헌영 평론가와 이호철 소설가가 지지선언에 서명했기 때문에,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이라는 구실로 구속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건의 피해자였던 임헌영 평론가는 축사에서 심한 억압이 있던 지난 시대를 “낡은 시절”이라고 지칭하며, 우리는 과거를 노둣돌처럼 밟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민들이 ‘반독재 민주 투쟁인 촛불 혁명’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추악한 불장난이 피워낸 연기”를 평화적으로 연소시켰다며, 같은 시기에 제정된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을 담았다.”고 말했다. 

임헌영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임헌영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박정희 독재정권에 억압당했던 이호철 소설가의 정신을 계승한 문학상이,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대통령이 된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싸운 촛불혁명의 정신을 담았다는 사실은 의미가 깊다. 군사독재라는 국가적 억압을 겪었으나, 이제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간다는 반증이다. 평화를 추구하는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의 정신이 새 시대를 열어가는 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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