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북소리 찾은 박준 시인, '작가는 쓰는 사람 이전에 읽는 사람, 여러분의 일기 써보길'
파주북소리 찾은 박준 시인, '작가는 쓰는 사람 이전에 읽는 사람, 여러분의 일기 써보길'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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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인과의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박준 시인과의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파주시 출판도시문화재단과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가 주최, 주관한 파주북소리 2018이 지난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파주 출판도시에서 개최됐다. 파주 출판도시를 배경으로 책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16일에는 박준 시인과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진행됐다. 박준 시인은 작가와의 만남에서 창작자란 무엇이며, 자신이 어떻게 창작의 길로 들어서게 됐는지 이야기했다. 

박준 시인은 먼저 시인과 일상인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했다. "하루에 20분 정도는 시인인 것 같다. 큰 차이는 없고, 시인일 때의 저는 굉장히 예민하다."고 설명한 박준 시인은 "그날 본 나무나 쓰레기나 버스의 번호를 예민하게 복기하는 시간에 시인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를테면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갔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며칠 간 쉽니다"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면, 일반인일 때의 박준은 "허탕을 쳤네."라고 생각하지만, 시인으로서의 박준은 '예민 버튼'을 누르고 "왜 쉴까, 무슨 일일까"를 고민하고 생각해본다는 것이다. 

박준 시인은 "세상의 수많은 시인, 창작자들을 봐도 세상 만물에 대해 예민한 상태가 창작자의 상태인 것 같다. 늘 예민하게 살 수는 없기에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작가는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읽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박준 시인은 "재미없는 이유겠지만, 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것은 독서"라며 읽는 행위가 몹시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준 시인과의 만남이 파주북소리 2018 행사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박준 시인과의 만남이 파주북소리 2018 행사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 '일기가 없으면 우리의 삶은 카드승인내역으로만 남게 된다' 일기쓰기의 즐거움 전해

뜻밖에도 박준 시인은 "글자를 읽는 걸 따분해했다."며 자신이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스스로가 책을 챙겨 읽는 사람이 아니었고, 지금에서야 책을 많이 읽어둔 상태지만 이는 시인이 되는 과정에서 밀린 이자를 내듯 읽어왔다는 것이다.  

박준 시인은 "과거에 시인이 될만한 준비과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그것이 바로 일기쓰기"였다며, 일기를 쓰게 된 과거를 이야기했다. 초등학교 때는 흔히 일기를 쓰게 하는데, 박준 시인 또한 초등학교 때는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그림일기 같은 것을 쓰기도 했었다. 중학교에 진학했을 때 접한 담임 선생님은 일기를 쓰게 하는 것이 교육철학이었기에 중학교 때도 일기쓰기를 이어간다. 여기에 학칙이 '일기쓰기'인 고등학교로 우연찮게 진학하며 박준 시인의 일기쓰기는 10년이 넘게 이어지게 된다. 

박준 시인은 "그때 썼던 건 시도 아니고 산문이라 할법한 것도 아닌, 감정을 넋두리하듯 풀어놓은 것이지만 그 일기가 지금 제가 하는 문학의 근원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며 관객들에게 "여러분들의 일기를 써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일기 없이는 우리 삶은 카드 승인 내역 밖에 남지 않는다. 삶의 기록이 이런 식으로만 남는 일은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일기로 남긴 삶의 기록은 훗날 복기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감정을 토로하고, 창작의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 박준 시인의 설명이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다이어트가 필요하듯, 감정 또한 풀어놓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준 시인은 "감정을 이야기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도 좋지만, 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감정은 마음 어딘가에 앙금처럼 남아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손끝으로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하루의 감정을 쓴다면 스스로에게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창작의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 박준 시인은 일기를 쓰며 일부러 비문이나 이상한 문장을 쓰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이런 문장을 썼단 말이야?"라고 스스로 놀라워하고 즐거워 한다는 것이다. 박준 시인은 "작가에게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은 '많은 독자를 만나야지', '인정을 받아야지' 같은 것도 있겠지만, '이 문장 좋다'는 스스로 좋아하는 쾌감을 넘지는 못한다."며 일기 쓰기의 장점들을 이야기했으며, "일기건 생활글이건 좋으니 스스로의 감정을 손끝으로 말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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