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의 젊은 작가, 보신 적 있으세요?', 대구 지역 예술공동체 '시인보호구역'을 만나다
[인터뷰] '지역의 젊은 작가, 보신 적 있으세요?', 대구 지역 예술공동체 '시인보호구역'을 만나다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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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문학 다방, 출판사, 예술 아카데미, 갤러리, 시집 전문 서점까지. 인문예술공동체를 표방하는 대구의 단체 '시인보호구역'을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정훈교 시인이 대표로 있는 시인보호구역은 2012년 대구의 김광석 거리에서 문을 열었으며, 시인의 작업실에서 문학 다방으로, 문학 다방에서 시집 전문 서점과 예술 아카데미로 점점 그 활동 범위를 넓혀오고 있다. 

시집 서점으로서의 시인보호구역 [사진 = 시인보호구역 제공]
시집 서점으로서의 시인보호구역 [사진 = 시인보호구역 제공]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해온 시인보호구역의 화두 중 하나는 지역이다. 지역의 문화가 소멸하고 종국에는 서울만이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문학 다방에 불과했던 시인보호구역을 인문예술공동체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 2016년 초에는 월간지 "시인보호구역"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을 주목하기도 했으며, 현재도 인문예술아카데미를 통해 젊은 신인들의 활동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지역 문화 발전과 전파를 위해 7년의 시간 동안 활동해왔지만, 기쁨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첫 번째로 자리 잡은 김광석 거리에서는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금전적인 어려움도 컸고, 한때는 문을 닫은 채 앞으로의 활동에 고민하는 시간을 지내기도 했다. 

시인보호구역 대표 정훈교 시인 [사진 = 시인보호구역 제공]
시인보호구역 대표 정훈교 시인 [사진 = 시인보호구역 제공]

올 초 3개월 가량 문을 닫았던 시인보호구역은 활동을 고민하고 정비한 끝에 다시 문을 열었다. 긴 시간 동안 대구의 지역 문화를 위해 활동하며 지역 문화 거점으로 자리잡은 시인보호구역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뉴스페이퍼에서 시인보호구역의 대표 정훈교 시인과 시인보호구역의 활동 및 지향 가치에 대해 들어보았다. 

- '지역 젊은 작가, 보신 적 있으세요?'

시인보호구역은 2012년 대구 중구 김광석거리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이후 중구 동인동에서 현재의 북구 칠성동으로 이전했다. 정훈교 시인의 서재이자 작업실 겸 문학 다방이었던 시인보호구역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예술아카데미, 시집 전문 서점, 출판, 예술 갤러리 등에 이르기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현재는 시창작교실, 시낭독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고 2016년 1월부터 시인보호구역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행사인 '촉촉한 특강'을 이어오고 있다. 도종환 장관부터 손택수, 김용락, 김성규, 손미, 황종권, 윤석정, 이선욱, 이하석, 김재근, 박소란, 박준, 이혜미, 우광훈, 고영, 권기덕 등 문학 작가와 여행작가 안시내, 마술사 이해웅, 미술작가 손노리, 연출가 안민열 씨 등을 초청해 시민들과 만나왔다. 

도종환 장관이 함께했던 시인보호구역 촉촉한 특강 [사진 = 뉴스페이퍼]
도종환 장관이 함께했던 시인보호구역 촉촉한 특강 [사진 = 뉴스페이퍼]

인문예술공동체로 거듭난 시인보호구역은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인문예술아카데미 15개 강좌도 운영하고 있으며, 인문예술아카데미는 주로 초중고등학교와 청소년수련관, 도서관 등의 초청을 받아 나가고 있다. 정훈교 시인은 "시인보호구역은 예술가들과 함께 축제 등 공연문화기획을 하기도 한다."며 "지난 3월에는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이 지정하는 우리동네생활문화공간으로 지정되었다. 또 5월에는 대구광역시의 청년사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독서문화캠프 경상권 대표기관 지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보호구역이 설립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훈교 시인은 2012년 문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집필실 겸 책방 개념에 가까웠다고 회상했다. 초창기 시인보호구역에서는 젊은 시인들과 합평도 하고 시집을 읽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모두 흩어지고 결국 정훈교 시인만 남게 되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지역에서 30대 이하 시인, 소설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실제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60대 이상 선배 문인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작가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시인, 소설가가 멸종이 되겠구나!’ 비단 문학의 일만 아니더라고요. 이후에 젊은 예술가를 많이 만났는데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도 서울 집중적이며, 중앙집권적입니다. 심지어 청소년들마저 무조건 ‘in SEOUL’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서울을 지향하면, 종국에는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점점 왜소해 질 테고, 소읍 수준의 문화적 격차를 보일 것이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뭐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정훈교 시인은 지역 문화 육성을 위해 활동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런 정신은 시인보호구역의 설립 취지에도 녹아있다.  

1.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고, 적극 지원하고자 합니다. 
2. 청년예술가를 적극 채용함으로써, 꿈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3. 지역 문학의 발전적 미래를 위하여, 작가 양성 및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4. 지역 문화가 중앙에 예속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힘쓰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5. 협업(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한 새로운 시도로, 지역의 문화적 보수성을 탈피하고자 합니다. 
6. 시민과 예술인, 그리고 독자(관객)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좀 더 따뜻한 세상을 꿈꾸고자 합니다. 

- "공동체는 구성원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해져... 대한민국 또한 마찬가지"

"단체든 회사든 모든 구성원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공동체가 된다."는 것이 정훈교 시인의 생각이다. 정훈교 시인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역시 각 지역이 고루 참여하고 발전해야 융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대구도 그렇고, 서울도 그렇고, 부산, 광주, 대전, 제주, 5개 권역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지역문화가 발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공동체적 관점에서 지역 문화가 튼튼해진다면 대한민국 문화가 튼튼해지는 것이고, 지역 문화가 꽃을 피운다면 대한민국 문화가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예술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중심에 서울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정훈교 시인은 "지금은 서울이 아니면 모두 지역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우스운 일입니다. 외국에서 봤을 때는 서울도 대한민국의 지역일 뿐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끼리 경계 아닌 경계를 둘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문화는 모든 지역을 통틀어 한데 어우러졌을 때 그 가치가 가장 빛날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지역문화의 가치는 그 지역만의 고유성을 가질 때 의미가 있다."며 서울 문화에 종속된다면 지역의 고유성과 특수성은 점점 옅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 스스로 당당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훈교 시인은 "대형 프로젝트나 기획을 할 때, 타지역 인사를 초빙할 것이 아니라 지역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인재가 없다면 육성하고 양성해야지요. 지역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지역을 딛고 있는 지역민 스스로 자신을 탓해야 합니다. 내 지역을, 내 주변을 눈여겨 본 적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고 이야기했다. 

시인보호구역은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좋은 작가 발굴을 우선적으로 진행했다. 시 창작 교실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으며, 시 낭독 교실도 유명한 시집, 대형 출판사 위주가 아니고 작품이 좋은 시집을 읽고 있다. 또한 열의가 있는 청소년이나 문학청년이 방문하면, 시집을 파는 서점이지만 무료로 주기도 하고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고 있으며, 독립문예잡지를 꾸준히 발행함으로써 작가지망생이나 출판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편집위원으로 위촉해 멘토 역할도 겸하고 있다. 

전시전 모습 [사진 = 시인보호구역 제공]
전시전 모습 [사진 = 시인보호구역 제공]

문학 이외에는 공연 대관, 갤러리 전시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훈교 시인은 "인디뮤지션의 공연 대관이 있을 때는 정규직이 아니면 대관료 부분에서 저희 규정보다는 뮤지션의 입장을 많이 고려해주고 있다. 갤러리 같은 경우에도 작가의 이력이나 학력보다는 오로지 작품을 보고 결정합니다. 작품이 좋은데, 대관료가 없다면 역시 무료로 진행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축제나 행사 같은 공연기획도 하는데, 우선적으로 예술가 본인이 자기 작품을 발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정훈교 시인은 "지역에 뜻있는 분들과 문화 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경문화예술포럼인데, 경상도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발전을 목적으로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문화예술 전반에 관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있다. 이 포럼은 제가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찾아뵙고, 시인보호구역 설립취지처럼 지역문화를 위해 함께 하고자 설득해 만든 단체인데, 얼마 전에는 제1회 시민대학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시인보호구역의 활동을 설명한 정훈교 시인은 "지역을 위한 활동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무엇이 되었든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하고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걸음을 떼야 다음 걸음도 걸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인보호구역 내, 무대 공연 모습 [사진 = 시인보호구역 제공]
시인보호구역 내, 무대 공연 모습 [사진 = 시인보호구역 제공]

이하는 시인보호구역 정훈교 대표와 나눈 인터뷰 일부분이다. 

Q. 인문예술공동체 ‘시인보호구역’의 연혁과 활동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12년 대구 중구 김광석거리에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중구 동인동에서 현재 북구 칠성동으로 이전 후 활동 중입니다. 비록 저는 김광석거리에서 쫓기듯 나왔지만, 지금도 그 거리에는 필자의 詩 10편이 벽화로 남아 있습니다. 사람은 가고, 작품만 남아 있는 셈이죠. 이후 2015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시창작교실, 시낭독교실, 그리고 2016년 01월부터 ‘촉촉한 특강’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종환(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손택수, 김용락, 김성규, 손미, 황종권, 윤석정, 이선욱, 이하석, 김재근, 박소란, 박준, 이혜미, 우광훈, 고영, 권기덕 등 문학 작가 외에도 여행작가 안시내, 마술사 이해웅, 미술작가 손노리, 연출가 안민열 씨 등을 초청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 외에도 출판사 운영, 시집서점, 독립서점, 문학책방을 겸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문예술공동체를 지향하는 예술단체이기도 해서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인문예술아카데미 15개 강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문예술아카데미는 주로 초중고등학교와 청소년수련관, 도서관 등의 초청을 받아 나가고 있습니다. 

시인보호구역은 예술가들과 함께 축제 등 공연문화기획을 하기도 합니다. 또 지난 3월에는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이 지정하는 우리동네생활문화공간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또 5월에는 대구광역시의 청년사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독서문화캠프 경상권 대표기관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Q. ‘시인보호구역’을 설립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2012년 문을 연 당시만 해도, 집필실 겸 책방 개념에 가까웠습니다. 1년 동안은 몇몇 젊은 시인들과 합평도 하고 시집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모두 흩어지고, 결국 저만 남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데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지역에서 30대 이하 시인, 소설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실제 없었으니까요. 그하지만 60대 이상 선배 문인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작가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시인, 소설가가 멸종이 되겠구나!’ 비단 문학의 일만 아니더라고요. 

이후에 젊은 예술가를 많이 만났는데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도 서울 집중적이며, 중앙집권적입니다. 심지어 청소년들마저 무조건 ‘in SEOUL’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서울을 지향하면, 종국에는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점점 왜소해 질 테고, 소읍 수준의 문화적 격차를 보일 것이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뭐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정신은 설립취지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1.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고, 적극 지원하고자 합니다. 
2. 청년예술가를 적극 채용함으로써, 꿈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3. 지역 문학의 발전적 미래를 위하여, 작가 양성 및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4. 지역 문화가 중앙에 예속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힘쓰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5. 협업(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한 새로운 시도로, 지역의 문화적 보수성을 탈피하고자 합니다. 
6. 시민과 예술인, 그리고 독자(관객)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좀 더 따뜻한 세상을 꿈꾸고자 합니다. 

Q. ‘지역문화’가 지닌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지역문화’를 왜 육성해야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일까요? 

A. 단체든 회사든 모든 구성원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공동체가 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역시 각 지역이 고루 참여하고 발전해야 대한민국의 융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대구도 그렇고, 서울도 그렇고, 부산, 광주, 대전, 제주, 5개 권역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일부분입니다. 지역문화가 튼튼해지고 꽃 피운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대한민국 문화가 꽃 피운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그러나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그 중심이 서울에 있는 듯합니다. 지금은 서울이 아니면 모두 지역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우스운 일입니다. 외국에서 봤을 때는 서울도 대한민국의 지역일 뿐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끼리 경계 아닌 경계를 둘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문화는 모든 지역을 통틀어 한데 어우러졌을 때 그 가치가 가장 빛날 것입니다. 

지역문화의 가치는 그 지역만의 고유성을 가질 때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서울 문화에 종속 아닌 종속이 된다면, 지역의 고유성과 특수성은 점점 옅어질 것입니다. 지역 스스로 당당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 스스로 지역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합니다. 대형 프로젝트나 기획을 할 때, 타지역 인사를 초빙할 것이 아니라 지역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인재가 없다면 육성하고 양성해야지요. 지역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지역을 딛고 있는 지역민 스스로 자신을 탓해야 합니다. 내 지역을, 내 주변을 눈여겨 본 적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Q. ‘시인보호구역’의 ‘지역문화’를 위한 활동은 무엇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시인보호구역은 가장 먼저 지역에서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해야겠다 싶어서, 시창작교실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를 배우고 싶다고 수강료만 준다고 해서 수강 신청이 되지 않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의 작품 수준, 그리고 열의를 함께 평가해 승인을 합니다. 시낭독교실도 유명한 시집, 대형 출판사 위주가 아니고 작품이 좋은 시집을 읽고 있습니다. 열의가 있는 청소년이나 문학청년이 방문하면, 시집을 파는 서점이지만 무료로 주기도 하고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독립문예잡지를 꾸준히 발행함으로써 작가지망생이나 출판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편집위원으로 위촉해 멘토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문학 외에도 공간에서 공연도 할 수 있는데, 인디뮤지션의 공연 대관이 있을 때는 정규직이 아니면 대관료 부분에서 저희 규정보다는 뮤지션의 입장을 많이 고려해주고 있습니다. 갤러리 같은 경우에도 작가의 이력이나 학력보다는 오로지 작품을 보고 결정합니다. 작품이 좋은데, 대관료가 없다면 역시 무료로 진행한 경우도 있고요. 축제나 행사 같은 공연기획도 하는데, 우선적으로 예술가 본인이 자기 작품을 발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외에도 지역에 뜻있는 분들과 문화 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대경문화예술포럼인데, 경상도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발전을 목적으로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문화예술 전반에 관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이 포럼은 제가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찾아뵙고, 시인보호구역 설립취지처럼 지역문화를 위해 함께 하고자 설득해 만든 단체입니다. 얼마 전에는 제1회 시민대학을 열었고요. 지역을 위한 활동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무엇이 되었든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하고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걸음을 떼야 다음 걸음도 걸을 수 있으니까요. 

Q. ‘시인보호구역’ 활동 도중 겪었던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A. 시인보호구역 운영이 햇수로는 7년째인데요. 며칠 전에 지인을 만났는데,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문 안 닫고 있는 걸 보니 용타~” 이 말에는 많은 것들이 숨어 있습니다. 지역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것도 힘든 일이고, 그것도 시인이 전업으로 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 더구나 문화 사업이 아니라 문화 운동을 하고 있으니, 그 고충과 어려움은 말할 수 없음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지요. 

활동 중에 어려웠던 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그 중 하나는 처음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시인이 쓸데없는 것을 한다는 둥, 자꾸 나선다는 둥 같은 문학계에서 들려오는 비난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말이 많이 사라졌고요. 

또 하나는 역시 운영자금에 관한 것인데요. 시인보호구역을 와보지 않거나, 저를 모르는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보시고 엄청 부자다. 통 큰(?) 조력자가 있나 보다 이런 소문이 돌더라고요. 심지어 제 지인도 그런 소문을 들었다면서 저한테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2015년 봄에 12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문화 운동에 헌신했습니다. 2012년부터 운영했으니 그간의 고충도 있었겠지요. 2015년 봄에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은 이미 허공으로 산산이 부서져 내렸고, 그간 들었던 적금이나 보험도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지금 있는 곳은 세 번째 둥지입니다. 이곳으로 옮길 때는 마침내 대출을 받았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대개의 문화예술 공간이나 예술단체가 그렇듯 자금이 넉넉지 않은 경우, 2년을 채 넘기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보호구역은 햇수로 7년을 버텼으니 어지간히 독하긴 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 대출도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러, 마침내 시인보호구역도 올해 봄, 문을 닫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현재는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이후 3개월 동안 문을 닫고 많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문화예술 계통으로 어찌 됐든 자립을 해보겠다 버텼지만 결국 문을 닫았으니 말입니다. 

Q.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 활동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무엇이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당겨주고 밀어주는 힘(사람, 재화, 제도)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특히 지역의 경우에는 청년활동가, 청년기획가, 청년혁신가, 청년단체 등의 발굴과 지원 및 육성에 온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런 활동 없이 지속 가능이란 말은 무의미합니다. 지속가능한 문화를 만들고 가꿀 인재가 없는데 어떻게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인적 자원은 당기는 힘이 될 테고요. 자원이 풍부할수록 문화 또한 융성해지겠지요. 또한 재화와 제도는 밀어주는 힘이 될 것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물적 지원, 행정적 지원,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지원은 관리감독이 아니라, 행정 및 제도적 지원의 역할로만 한정해야 합니다. 이런 밀당의 관계는 필요조건도 아니며, 충분조건도 아닙니다. 반드시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입니다. 문화는 두 바퀴가 틈 없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탈선을 하거나 사고가 나겠지요. ‘지역문화’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고 그들로 하여금 다음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성세대는 아직도 청년들에게 기회와 지원을 많이 아끼는 편입니다. 지자체의 각종 지원 사업만 보더라도 기존 단체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자체의 지원 사업에 반드시 ‘청년할당제’를 규정했으면 합니다. 비록 청년(단체)가 부족하더라도, 특정 분야를 떠나 모든 분야에서 청년할당제를 실시해 전폭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미래의 동력은 미래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오늘 시작해야 합니다.  

Q. 향후 어떤 형태로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신가요? 

A. 시인보호구역은 인문예술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시민, 예술가가 함께 가고자 합니다. 우선 작게는 시낭독회와 시창작교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좋은 작가와 고급독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역문학을 튼튼히 하는 것이, 결국 대한민국의 문학을 튼튼히 하는 일입니다. 또 최근에 시작한 ‘시민대학 특별강좌’를 내년에는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뜻있는 청년들과 청년학교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물론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으면 좋겠지만, 일상에서 지원으로 이어지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시인보호구역이 늘 그래왔듯, 시인보호구역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먼저 자부담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청년예술가와 시민이 만나는 자리를 더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일상에서 인문학을 접하고,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인보호구역 입구 [사진 = 시인보호구역 제공]
시인보호구역 입구 [사진 = 시인보호구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