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섭 박사의 국민연금 칼럼] 5. 국민연금의 취약성, 재정적보수주의 극복이 관건이다. 
[이재섭 박사의 국민연금 칼럼] 5. 국민연금의 취약성, 재정적보수주의 극복이 관건이다. 
  • 이재섭 박사
  • 승인 2018.09.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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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이재섭 박사]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의 취약성의 근저에는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들을 양산하는 산업구조와 그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취약한 연금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늦게 사회에 진입하고 너무 일찍 직장을 떠나야 하는 실정이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없다. 비정규직은 말할 것 없고 정규직도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이 개인의 몫이다. 사십대 후반, 또는 오십대 초반에 직장을 떠나는 퇴직자들은 연금이 없거나 미미하다. 정규직의 경우에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은 턱없이 짧고 비정규직은 그나마 연금수급요건인 10년 가입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로자에게 기업이 지급하는 퇴직금은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법으로 이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수시로 직장을 옮기는 비정규직들에게는 그나마 변변한 퇴직금조차 없다. 퇴직자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노후소득 빈곤자로 전락하는 위험에 빠진다. ‘퇴직 일시금’은 노후소득보장 수단이기보다는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변변한 연금 없이 일찍 퇴직한 퇴직 근로자들은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퇴직자들에게 알맞은 일자리는 찾기 어렵다. 결국은 퇴직금에 집 담보 대출을 받아 식당, 치킨집, 편의점을 차린다. 아무 경험 없이 생존을 위해 시작한 사업들은 5년 내에 80%가 문을 닫는다. 한두 번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집도 잃고 소득도 없는 노후빈곤자로 전락한다. 그렇게 양산된 노후 빈곤자들이 병이라도 얻게 되면 가족들이 함께 곤궁에 빠진다. 부부, 부모와 자식, 심지어 자식들 사이에 불화가 생기고 가족관계가 파탄난다. 이를 견디지 못하여 하루 평균 10여 명의 노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 빈곤에 시달리다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는 가족이 있는 가정이 행복할 수 없다. 행복하지 않은 가정이 모인 사회가 밝고 활기찰 수 없다. 이런 갈등적 가족 관계와 불안한 사회를 보고 자란 젊은이들이 따뜻한 가정, 행복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고 자식 낳기를 꺼리는 심리적 근저에는 따뜻한 가정과 행복한 노년의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깊은 좌절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노후의 삶의 안전망인 연금제도가 부실하면 노인들 뿐 아니라 그가 속한 가정과 사회가 모두 불안하게 된다. 그 뿐 아니라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경제성장에도 타격을 준다. 빈곤에 빠진 노인과 해체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국가는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면 생산인구도 적어진다. 적극적 재정지원을 통해 빈곤예방과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데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오히려 국가재정과 경제성장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역설적 논리이다. 이것이 보수주의자 비스마르크가 공적연금 같은 근대적 사회보험을 가장 먼저 도입한 이유이다. ‘복지국가는 부조리한 자본주의 체제를 지속시키기 위한 자본가들과 국가의 음모’라는 네오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도 이를 근거로 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가장 앞장서서 옹호하는 자들의 모임인 ‘다보스 포럼’이 자본주의의 수정, 부자 증세, 복지국가의 과감한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제도도 마찬가지다. 제도 도입 이래 빈곤예방과 노후소득보장을 추구하기보다 지속적으로 재정안정화 조치를 취해온 지금 그 존재의 정당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신뢰를 잃은 제도의 가입자들이 재정안정화 조치에 적극 협조할 리가 없다. 그러면 재정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편향된 정책을 고집한 데 따른 부메랑 효과다.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기존의 국민연금 개혁논리와 시각을 완전히 뒤집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추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고령화 속도가 그렇게 빠른 것은 급격한 출산율 저하가 주된 원인이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주의자들은 이렇게 다그친다. “급격한 고령화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진다. 그러기 때문에 급여삭감과 보험료 인상 등 재정안정화 조치가 시급하다.” 그러나 이는 선후가 바뀐 주장이다. 앞선 세대의 불안한 삶을 목도하고, 이를 방치하는 무기력한 국가를 보면서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다. 젊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고령화 속도는 급속히 증가한다. 그 결과 국민연금 가입자(근로자) 1인당 부양해야 하는 연금수급자 비율도 계속 높아진다. 이것이 국민연금 가입자 부담을 증가시켜 재정안정화를 저해하는 주요요인 중 하나가 된다. 고령화 때문에 재정안정화가 시급한 것이 아니라 재정안정화만을 추구한 결과 고령화를 촉진시킨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성장이라는 한 날개만 달고 날다보니 빨리는 날았으나 한쪽 방향으로만 나아갔다. 한 날개만으로는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없고 먼 곳까지 날아갈 수 없듯이 경제성장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국가라는 새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제도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재정안정화라는 명분으로 부실한 제도를 방치하고 국가의 재정책임을 장기간 방기한 결과 국민들의 노후의 삶이 피폐해졌다. 그 결과는 출산율 저하의 기폭제가 되어 고령화 촉진, 생산인구 저하, 국민연금 가입자 및 보험료 수입 감소, 재정불안정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런 구조에 빠진 핵심에는 연금제도를 단순한 개인저축제도로 인식하는 잘못된 시각과, 간섭은 하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개발국가의 재정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국민연금의 ‘재정적 보수주의’의 틀을 깨고 국가의 재정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만성화된 노후빈곤과 부실한 노후소득을 양산하는 국가의 연금체계 전반을 어떻게 재조정할까 고민해야 한다. 노인의 삶의 질 개선은 물론 건전한 가족관계 회복과 생산력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국민연금 개혁에 당면한 우리에게 부여된 책임이다.     

이재섭 박사
이재섭 박사

 

이재섭 박사 이력 

사람을 살리는 공적연금연구소(사·공·연) 소장
(전)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연구소장 
사회정책학 박사 (영국 University of Kent) 

esilkro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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