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이유? 관심 없어서!' 독자와 비독자 분석한 제7차 책생태계 비전포럼
'책 안 읽는 이유? 관심 없어서!' 독자와 비독자 분석한 제7차 책생태계 비전포럼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9.28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자의 비독자화 차단해야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독서 시간은 평일 23.4분, 주말 27.1분에 불과했으며, '책읽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에는 "일,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가 성인 32.2%, 학생 29.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를 기반으로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독서 시간 확보와 책에 대한 접근성 늘리기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각 학교들은 독서 시간 확보를 위해 아침독서운동 등을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특정 회사에서는 업무 시간 중 한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정해 책을 읽기를 독려하기도 했다.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비독자들을 대상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9월 27일 발표된 "독자 개발 연구"에 따르면 자발적 비독자들은 책을 읽지 않는 주된 이유가 관심이 없어서이며, 독서 시간 등 독서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독자로 전환되기 힘들다고 나타났다. 

- 독자와 비독자 최초로 비교연구한 "독자 개발 연구" 발표 
- 비독자 유형에 따라 상이한 지원책 필요

9월 27일 제7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에는 전국 10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독서 정도와 연령에 따라 구분한 6개 집단의 포커스 그룹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독자 개발 연구"가 발표됐다. 고려대 국어교육과 이순영 교수가 책임연구를 맡았으며,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사무처장과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이뤄졌다. 

책 생태계 비전 포럼 종합토론이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책 생태계 비전 포럼 종합토론이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독자 개발 연구"는 국내 최초로 독자와 비독자의 비교 연구를 통해 독서 행위 여부의 사회적․개인적 원인, 독서 행동과 독서 습관화의 계기 등을 파악함으로써 향후 독서정책 수립 및 독자 개발 프로그램에 활용하고자 시행한 사업이다. 독자를 크게 애독자(매일, 일주일에 한 번), 간헐적 독자(한 달에 한 번, 몇 달에 한 번, 일 년에 한 번), 비독자(전혀 읽지 않음)로 분류하고 각각의 독자들의 독서 실태, 독서 빈도, 자기 평가, 독자 유형별 분석 등을 실시했다. 

27일 발표된 "독자 개발 연구"에서 "독서 장애 요인"으로는 "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가 19.4%, "독서하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가 17.4%로 나타났다. 일, 시험 준비, 디지털 매체 이용, 여가 활동, 육아 등 시간 부족 응답을 모두 종합하면 40%에 이르며, "시간이 없어서"는 독서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이는 국민독서실태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독자 유형별 조사에서는 애독자와 간헐적 독자는 "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를 21.7%, 21.2%로 가장 높은 장애 요인으로 꼽은 반면, 비독자는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33.1%로 높게 나타났다. 같은 문항을 애독자는 3.5%, 간헐적 독자는 14%로 응답한 것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한 "독서가 즐거웠던 적이 없어서"를 응답한 비독자는 9.5%인데 반해 애독자와 간헐적 독자는 각각 1.2%, 3.1%로 나타나며 비독자의 경우 시간 부족보다는 "독서에 대한 가치 인식 부족", "독서 습관의 미형성", "독서의 긍정적 경험 부족" 등이 더 중요한 장애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 생태계 비전 포럼 이순영 교수의 발표가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책 생태계 비전 포럼 이순영 교수의 발표가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순영 교수는 "외부 요인에 의한 비독자는 환경 개선 후 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독자(자발적 비독자)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독서에 대한 관심이 없고 가치를 인식하지 않은 부분이라 바뀌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부 요인으로 '시간', '심리적 여유', '적합도서 발견 어려움' 등을 독서의 장애 요인으로 꼽지만, 실제로는 독서 그 자체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순영 교수는 "환경이 개선되어도 독자 전환이 되지 않고 고정형 비독자로 존재하며, 비독자의 유형에 따라 비독서의 이유가 다르므로 상이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독자 개발 연구"에 따르면 비독자에게 책은 '공부, 업무', '지루하고 졸리다', '마음의 짐'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으며, 독서와 책에 대한 가치 인식과 동기가 부족한 것으로 타나났다.  

- 비독자는 중고등학교와 직장에서 만들어져... 비독자 차단 중요한 문제

"독자 개발 연구" 중 생애 주기별로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 정도의 변화를 응답자들이 스스로 평가한 '생애 독서 그래프'에 따르면 연령 증가에 따라 독서 관심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시에 따른 조기 경쟁이 격화되어 초등학교 시절에 비해 중학교 때 독서 관심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젊은 세대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크게 두드려졌다. 

또한 취업 준비와 업무 부담이 30대부터의 독서 관심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등학교 때 나타나는 1차 감소는 20대 때 약간 회복되지만, 30대 취업 시기를 겪고 2차 감소를 겪으며 독서 관심도는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 주기별 독서 관심도
생애 주기별 독서 관심도

생애 독서 그래프에 의하면 비독자들이 형성되는 시기는 크게 중등학교기와 취업준비기-직장 생활기(30세 전후)로 나타났다. 이순영 교수는 "취학 전과 취업 준비 시기 및 초기에는 독서 관심도가 나쁘지 않다. 독서 정책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경로를 잡고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독자-비독자 전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중고등학교가 바뀌고 직장에서 비독자를 줄여나갈 수 있게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독서의 가치 인식 내면화"이며 독서가 습관이 되고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가정, 학교, 직장, 정부가 뒷받침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는 아이와 함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에서는 독후감 일변도가 아니라 즐거운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장은 기존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등한시 되어왔으나 연구 결과 가장 중요한 비독자 형성 시기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폭 넓은 독서와 상상력이 조직과 개인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한상수 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토론 패널로 참여한 한상수 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순영 교수의 발표 이후에는 각계 패널들에 의한 토론이 이어졌다. 한상수 행복한아침독서이사장, 김영석 명지대 교수,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 김정명 신구대 교수, 오선경 성공독서코칭센터 대표, 이홍 한빛비즈 이사 등이 참여했다. 

한편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책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출판, 서점, 도서관, 독자, 저자 등 다양한 요인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비전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로, 지난 3월부터 매달마다 포럼을 이어오고 있다. 정은숙 2018 책의해 집행위원장은 "3월부터 포럼을 지속적으로 열고 있으며, 책 생태계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 출판계를 둘러싼 어려움만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에 대해 같이 공유하는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10월 25일 '읽기의 과학', 11월 29일 '북 큐레이션' 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 진행 예정이며, 12월 13일에는 '책의 해'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