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태 소설가. 현 세대에게 북한은 일상적 존재, 작가는 일상의 층위에서 분단 다루는 방법 고려해야...
전성태 소설가. 현 세대에게 북한은 일상적 존재, 작가는 일상의 층위에서 분단 다루는 방법 고려해야...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0.0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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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전성태 소설가는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분단 문제를 제대로 감각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전쟁의 경험이 없어서가 아니다. 역으로 “태어나자마자 지척에 북한이 존재하고, 남자는 군대에 가야하는 상황” 속에서 “북한이 지극히 일상적인 존재가 됐기 때문”에 우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해외에 나가보면 방송에서는 일촉즉발의 한반도를 다루고, 사귄 친구들은 남북 중 어디에 사냐고 물어 분단이 낯설어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는 것. 

전성태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전성태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지난 9월 16일 파주출판도시에서는 파주북소리 행사를 맞아 전성태 소설가의 소설 ‘성묘’의 “독무대 낭독공연”이 열렸다. 전성태 소설가는 1994년 실천문학에 단편 ‘닭몰이’가 당선되어 데뷔했으며, 소설집 “매향”과 “국경을 넘는 일”, “늑대”, “두 번의 자화상” 등을 펴낸 작가이다. 이날 전성태 소설가는 낭독극 공연을 감상한 후 청중들과의 대담을 통해 통일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사회는 최지애 소설가가 맡았다. 

무대에 오른 단편소설 ‘성묘’는 접경지역인 파주 적성면의 적군묘지 옆에서 농사를 지으며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노인이, 매장된 이들을 애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적군묘지는 1996년 제네바 협약의 인도주의적 정신으로 조성된 1800평가량의 묘역으로, 이곳에는 한국전쟁 당시 목숨을 잃은 북한군의 시신들이 묻혀있다. 퇴역군인 출신인 노인은 이곳에서 무연고 묘들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아 제사를 지내준다. 그러면서 벌초를 나온 인근 부대의 이등병을 달래주고, 부대 간부에게 유심히 살피라는 언질을 해주기도 한다. 
   

낭독극을 선보인 배우들. 사진 = 육준수 기자
낭독극을 선보인 배우들. 사진 = 육준수 기자

낭독극은 1명의 배우가 소설 전체를 낭독하는 가운데 노인과 노인의 아내, 이등병을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노인 역할을 맡은 배우는 무대 전체를 가로지르며 능글맞으면서도 군인에 대한 애정을 느끼는 모습을 연기했다. 

전성태 소설가는 소설 ‘성묘’에는 그간의 삶에 대한 반성이 어려 있다고 이야기했다. 전방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도 분단국가라는 정체성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보지 않았으며, 대학생이던 80년대에 민족과 분단에 대한 이야기가 대두되자 그때부터 분단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 때문에 전성태 소설가는 “저는 일상의 층위에 살며 분단을 크게 느끼거나 고민한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며, 다른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일상에서 분단을 이끌어내고자 소설 ‘성묘’를 썼다고 밝혔다. 

전성태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전성태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전성태 소설가는 두 차례 적군묘지에 다녀왔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한나절 동안 북한군 묘지를 거닐었으며, 두 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전쟁 60년을 맞아 DMZ 지역에 대한 르포 작업을 하기 위해 적군묘지를 발로 뛰었다. 전 소설가는 “그때는 전쟁 육십년이었고, 남북 관계가 냉각되기도 했다.”며, 평화적인 지금과는 분단을 대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누군가 이곳(적군묘지)에 국화 다발을 갖다놓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생각을 했으며, 이는 소설 ‘성묘’의 결말에 녹아들었다고 밝혔다. 

작품 말미에서 노인은 군 간부로부터 통칭 ‘김 대위’라 불리는 남파간첩의 묘에 누군가 국화꽃을 가져다둔는 이야기를 듣고 꽃의 정체를 추론해본다. 하지만 간첩의 묘에 꽃을 둘만한 사람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적군묘지를 확인하기 위해 버스에 오른 노인은, 낯설고 젊은 여성 한 명이 버스에 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리곤 그녀가 국화 한 송이를 묘지에 가져다두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러며 간첩의 묘에 둔 꽃 한 송이가 문제시 되지 않도록 누군가 꽃을 치워주는 일상적인 행동을 한다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성묘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지애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지애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지애 소설가가 “여성이 꽃을 가져다 둔 것이냐.”고 질문하자 전성태 소설가는 짓궂게 웃어 보이며 “꽃다발을 가져다 놨는지는 작품 안에서 상상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며 “이 소설의 결말은 누군가의 성묘가 계속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취한 방법”이라며, 일상의 층위에서 분단에 대한 기억이 이어지기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끝으로 전 소설가는 젊은 시절에 글을 쓰는 목적은 “내 이념을 남들이 더 주목할 수 있게끔 하는 욕심”이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생각이 변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삶 자체가 “문학으로 질문을 하고 답을 기다리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성태 소설가는 “이 방식으로 앞으로 한 이십년을 살아낸다면 후회스럽지 않을 것 같다.”며, 특히 ‘분단의 문제’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최지애 소설가(좌)와 전성태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지애 소설가(좌)와 전성태 소설가(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행사는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참여 속에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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