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눈에 거슬리고 불편한 것을 제거하는 데에 적극적” 천명관 소설가, 파주북소리에서 비판해
“우리 사회는 눈에 거슬리고 불편한 것을 제거하는 데에 적극적” 천명관 소설가, 파주북소리에서 비판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0.0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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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난개발로 인해 국내 각 지역에는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지역이 형성됐다. 산을 깎아 만들어 차가 오르기 어려운 비탈진 곳에 위치한 동네이다. 높은 산길에 위치한 데다 밤만 되면 어두침침해지는 복잡한 골목 탓에 살기에는 불편하지만, 비교적 집값이 저렴하여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많이 살아가고 있다. 달동네에 개발이 진행되면 거주민들은 곤란에 빠지고 만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재개발된 건물에 입주할 자격이 생긴다지만,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거주민들에게는 쫓아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천명관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천명관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소설 “고래”와 “고령화 가족” 등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천명관 소설가는 “우리 사회는 옛날부터 눈에 거슬리고 불편한 것을 제거하는 데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했다.”며 “나병환자와 집창촌, 판자촌, 노점 등은 보기에 불편하고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로 사회에 의해 격리되거나 철거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름답고 예쁜 것만 남기는 것이 정말 인간을 위한 행위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천명관 소설가는 이야기했다. 아름답거나 예쁘지 않은 곳에서도 인간은 살아가며, 비록 거칠더라도 그들은 하루하루를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천명관 소설가는 지난 9월 16일 파주북소리 “독무대 낭독공연” 행사에 참여하여, 자신의 단편소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낭독극을 감상하고 독자들과 대담을 나눴다. 

소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는 인력사무소에 나가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년 남성 ‘경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경구는 술에 취해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이혼을 당했으며, 집안에서는 두 자식과 제대로 대화도 나누지 못하는 처지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들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지 못한 것처럼 억울하다. 하루는 동료 윤가가 몰래 빼돌린 꽁꽁 언 칠면조 한 마리를 경구에게 건넨다. 다 늙어서 힘도 못 쓰는 꼴이 보기 안쓰러우니 몸보신이나 하라는 의미의 선물이다. 귀가하던 중 경구는 노래주점의 어린 사장과 시비가 붙게 되고, 화를 참지 못해 칠면조로 그의 머리를 내리쳐 죽이고 만다. 
   

소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낭독공연. 사진 = 육준수 기자
소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낭독공연. 사진 = 육준수 기자

낭독공연에는 총 세 명의 배우가 참여했다. 두 명의 배우가 각각 경구와 술집 여주인을 전담하고, 한 명의 배우가 그 외 인물의 대사와 지문을 낭독하는 형식이다. 이들은 김길려 음악감독이 작곡한 스산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있는 가운데, 위태롭고 날서있는 경구의 삶과 살인이라는 파국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냈다. 

공연을 관람한 천명관 소설가는 “원작은 이보다 훨씬 저질스럽고 상스러운 말들이 많은데 낭독하는 분들이 순화해주셨다.”며 “그런데도 직접 들어보니 적나라했다.”고 머쓱함을 표했다. 사회를 맡은 최지애 소설가는 “안 그래도 낭독을 보여드리는 데에 앞서 수위조절에 대한 고민이 조금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소설에서는 욕설을 쓰는 거 자체가 용기에 가깝다. 독자나 평단의 눈치를 보게 된다.”며 작품에 거친 언어를 쓴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천명관 소설가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경구는 술 처먹고 와이프를 패는 폭력적이고 못 배우고 늙어가는 가난한 남자”라며 “요즘 흔히 말하는 개저씨의 전형”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며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폭력적이고 못 배우고 가난하고 늙어가는 남자가 문학 작품에 많이 등장했다.”만 “이런 인간은 이 사회로부터 경멸과 혐오, 제거와 분리의 대상이 된지 오래됐다. 90년대 이후 문학 작품의 인물들은 주로 많이 배우고 우아한 인물들로 변했다.”고 이야기했다. 

천명관 소설가는 소설의 무대인 금촌 역은 자신이 자주 오가는 곳으로, 역 근처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노동자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고 말했다. 또한 “저도 시골에서 못 배우고 가난하게 자라 그런 분들에게 눈길이 많이 갔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누구에게도 이해 받을 수 없는 ‘개저씨’의 이야기”를 통해 아름답지 않다고 여겨져 사회로부터 제거되는 이들을 그리는 것이, 소설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지애 소설가는 “사회의 낙오자 중 경제력이 없고 못 배운 나이든 남자”가 제일 먼저 제거되는 것이 사회학적으로 맞는 설정이라며, 이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비극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작중 경구의 살인 도구가 되는 ‘칠면조’라는 오브제는 비극을 더욱 극대화시킨다고 덧붙였다. 검은 봉지에 돌돌 싸여 있던 칠면조는 살인의 도구가 되며, 봉지를 찢고 겉껍질을 드러내고 있다. 경구는 살인을 저지른 후 운전을 하면서, 이혼한 아내에게 칠면조를 내밀고 가족들과 그것을 먹는 상상을 하며 비실비실 웃는다. 

낭독공연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낭독공연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작중 경구는 자신의 삶이 망가지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 소설에는 ‘하여간 그렇게 됐다.’는 말이 반복된다. 천명관 소설가는 “우리 역시 살다보면 스스로의 인생을 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를 반추해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이 흘러왔음을 알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인생이 모두 계획에 의해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 그렇다고 온전히 우연에 의해 흘러오는 것은 아니라며, 때문에 삶에 대해 떠올리면 “참 멀리도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작중 경구 역시 자신의 삶이 망가진 연유를 알지 못하여, 살인과 일상의 경계가 극도로 희미해져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천명관 소설가는 육체노동자를 비롯해 거친 이들, 사회가 제거하려는 이들에 대한 글을 다루는 방법에 있어 ‘유머’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쓴 글을 읽고 웃어주는 사람이 있는 한, 글을 계속 써나가고자 한다는 것. 

이날 천명관 소설가의 소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의 독무대 낭독공연은 파주북소리를 찾은 많은 독자들의 참여 속에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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