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문학 세계화는 문인들의 국제적 교류에서 시작'... 한국문예창작학회의 국제교류 16년
[인터뷰] '한국문학 세계화는 문인들의 국제적 교류에서 시작'... 한국문예창작학회의 국제교류 16년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10.0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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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예창작학회 2018년 7월 일본 국제심포지엄 및 한일 시인 교류회
한국문예창작학회 2018년 7월 일본 국제심포지엄 및 한일 시인 교류회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한국문예창작학회(이하 문예창작학회)는 2001년 설립된 전국 문예창작과 교수, 문예창작 연구자들의 학술단체다. 한국 문학을 연구하고 문예창작학의 이론 심화에 힘써온 문예창작학회는 매 해 마다 학기 중 두 차례의 정기학술세미나와 세 권의 학술지를 발표하며 활동하고 있다.

문예창작학회에서는 한국문학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설립 직후부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활동해온 역사가 존재한다. 2002년 8월 러시아 바이칼주립대를 방문하며 시작된 문예창작학회의 국제교류는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했으며, 최근에는 해외의 문학인뿐 아니라 동포들의 문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스페이퍼에서는 문예창작학회 이승하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예창작학회의 국제교류에 대해 들어보았다.

문예창작학회는 2001년 8월 발기인대회를 열고 같은 해 11월 창립총회를 통해 창립됐다. 해외의 문인 및 학자와 교류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 8월 러시아 바이칼주립대에 방문한 것이 국제 문학 교류의 시작이 되었다. 이듬해 2월 멕시코와의 수교 50주년을 맞아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학에서 한국-멕시코 국제문학심포지엄을 가진 이후 현재까지 문예창작학회가 교류한 국가는 20여 곳을 넘는다. 최근에는 동경대에서 그곳의 언어태연구회와 함께 일본 국제문학 심포지엄과 한일 시인 교류회를 공동 주관하여 일본의 젊은 시인인 가니에 나하, 전후 세대 대표 시인인 노무라 기와오 등과 한국 시인들이 교류하기도 했다.

국제 교류는 심포지엄과 교류회 등의 형태로 이뤄지는데 한국의 작가와 해외의 작가가 직접 만나 문학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연구 결과를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교류 과정에서 한국 작가들은 일종의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하게 된다. 이승하 회장은 "해외 서점이나 대학 도서관을 가보면 우리 문학이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며 "우리는 우리 문학 작품, 작가, 역사가 해외에 많이 알려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한국문학의 위상은 정말 볼품없다. 이건 안 되겠다 싶어 학회 회원들이 본인의 책을 가지고 가 기증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기증된 책은 작품 코너로 마련되어 한국에 관심있는 현지인들에게 읽히고 한국과 한글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승하 시인 [사진 = 이승하 시인 제공]
이승하 시인 [사진 = 이승하 시인 제공]

일반적인 문학 교류 행사는 정부 기관과 출판사들이 협력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문학 교류와 비교했을 때 학회의 문학 교류 행사가 가지는 차별점이란 무엇일까? 이승하 회장은 "후원사가 없어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우리가 단독으로 기획하고 섭외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학회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며 "특히 ‘문학’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문예창작학회의 국제 교류를 통하여 그 나라와 우리나라 문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이승하 회장은 "예를 들면 모스크바국립대학에 가서 투르게네프의 산문시가 우리 문학에 끼친 영향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러시아 문인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페루에 갔을 때 세자르 바예호 한국 번역시집을 보여주었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교류의 배경에는 문학인의 교류를 통해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이승하 회장은 한국문학이 세계의 문학과 어떠한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학회 차원 혹은 대학 차원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주자 한 명을 내세워 노벨문학상을 탈 생각만을 하는 것은 진정한 교류에 적합하지 않으며, "한류의 바람을 타고 우리 문학도 해외에 많이 소개되고 번역되어야 하며,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타국의 문학인들, 학자들과의 폭넓은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승하 회장은 "한강 소설가가 맨부커 상을 탄 기회마저 우리는 잃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동포들의 문학과 마주하는 것, 진정한 한국문학 세계화

터키, 일본, 스페인, 몽골, 러시아, 그리스, 미국 등 20여 개 국가의 문학인들과 교류를 해온 문예창작학회는 최근 수년 간은 동포들의 문학에 집중하고 있다. 학회의 국제 교류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보았으며, 재외동포문학을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의미에서의 변방의 문학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승하 회장은 "박덕규 교수는 방학 때마다 미국 LA에 가 문학창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저도 3회 초청을 받아 특강을 한 적이 있다."며 "학회에서 미국 LA와 알래스카, 호주 시드니를 방문하여 그곳 교민들과 문학심포지엄을 가졌고, 내년 7월에는 오스트리아의 문학인 교민들과 교류를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오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호주의 김오 시인을 소개한 수요낭독공감 행사 [사진 = 김상훈 기자]

최근에는 재외동포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6월 8일 문예창작학회가 주관한 '수요낭독공감' 행사에서는 호주 시드니의 김오 시인과 신작 시집 "플레밍턴 고등어"를 국내의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김오 시인은 80년대에 호주 시드니로 이주하여 정착해 한글로 시를 쓰고 시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문예창작학회가 시드니 동포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인연이 닿은 것이다. 당시 행사에서 박덕규 교수는 "해외에 나가 우리 글로 문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 밖으로 많다는 것을 보고 그분들과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 세계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근년에 들어 한국문예창작학회는 해외에 나가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인문학인들과 교류하고 있으며 교류 영역을 호주, 미국, 유럽 쪽으로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문예창작학회가 재외동포들의 문학을 주목하게 된 것은 우리 문학사에서 재외동포의 작품이 제대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하 회장은 "언어습득과 인종차별의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동포들은 작품을 써왔다. 문화혁명을 비판했다가 숙청을 당해 어려움을 겪었던 김학철 작가의 '격정시대' 같은 작품이 있는데 우리말로 쓴 작품을 문학사에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우리 문학이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도 이민 후 수많은 고난을 겪고, 피눈물을 흘린 동포의 애환이 그려진 작품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학철의 "격정시대" 표지
김학철의 "격정시대" 표지

"김은국, 이창래, 차학경, 돈오 김으로 대표되는 이민문학은 영어로 씌어졌지만 통권 제83호가 나온 계간 '미주문학'에 실린 작품은 다 한글로 쓴 것입니다. 영어를 해야 살아갈 수 있는 미국에서 모국어를 지키면서 쓴 작품을 한국의 독자, 연구자, 평론가들이 외면하면 안 되겠지요."

"재외동포들의 한글 문학에 깃든 이민자의 애환과 갈등, 삶과 꿈, 향수와 깊은 슬픔을 짚어보고 있다."는 이승하 회장은 "학회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재외동포문학의 역사와 현주소를 살피고 격려하고, 문학사적인 점검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하 시인이 호주 시드니를 방문해 재외동포들에게 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이승하 시인 제공]
이승하 시인이 호주 시드니를 방문해 재외동포들에게 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이승하 시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