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 거세...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계 블랙리스트 복기하고 제도개선 논의 위한 자리 마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 거세...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계 블랙리스트 복기하고 제도개선 논의 위한 자리 마련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10.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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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블랙리스트 조사, 제도 개선, 그 이후 공청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출판계 블랙리스트 조사, 제도 개선, 그 이후 공청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 징계를 둘러싸고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블랙리스트 피해 연극인들은 도종환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으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민간위원들은 문체부의 초라한 변명과 자기 합리화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예술인들이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관여자들의 처벌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3일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관여자 68명에 대한 수사의뢰 및 징계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68명 중 48명이 징계를 받은 것처럼 발표했지만, 징계를 받았다는 이들의 대부분은 주의 조치였기 때문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문체부는 10월 1일 해명 자료를 내고 주의 조치는 징계에 해당한다고 해명했으나,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들은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으로 구분한다(국가공무원법 79조)라는 법률 자체를 왜곡하며 뻔뻔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징계 0명, 주의 12명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괴이한 숫자놀음으로 물 타기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과 지난 6월 취임 1주년을 맞은 기자간담회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에 연루한 관계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도종환 장관이기 때문에 예술인들의 충격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관련 기관 앞에서는 연일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예술 단체들에서 성명서가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등 반발이 거세다. 10월 4일에는 출판계 단체 중 하나인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출판계 블랙리스트 조사, 제도개선 그 이후" 공청회를 열고 출판계의 블랙리스트 피해를 복기 및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사진 = 김상훈 기자]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사진 = 김상훈 기자]

공청회에 앞서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견을 좁히고 생각을 모으기 위해 공청회를 모색했다."며 "공청회를 계기로 생산적인 논의들이 만들어지는 뒷받침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청회는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 소장이 출판계의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와 진상조사위의 권고안에 대해 복기했으며, 정원옥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연구소 연구원이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 : 세종도서사업의 개선방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세종도서사업의 문제점 및 개선점을 제시했다.

블랙리스트 사태의 특징과 흐름, 실행 체계 등을 설명한 이원재 소장은 문학 및 출판 분야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조사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며, 블랙리스트 사태 때 어떠한 피해가 있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를 가졌다.

문학 및 출판 분야 블랙리스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학번역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실행되었다. 이번 발표에서는 출판계와 연관이 깊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블랙리스트 사례를 살펴보았다. 출판진흥원은 배제 지시에 따라 도서를 누락시켰으며, 심지어 심사위원이 작성한 심사표를 진흥원 직원이 조작하기도 했다. 세종도서 선정사업, 2016 찾아가는 중국도서전 사업, 2016 초록 샘플번역지원사업, 2016 우수출판콘텐츠 지원 사업 등에서 블랙리스트가 작동했으며 피해 문학인 및 출판사는 백 여 곳을 훌쩍 넘는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꼽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주요 문제점은 △ 문체부의 권한 독점과 수직적 관계, △ 출판문화 전문기관으로서의 정체성과 전문성 부족, △ 내부 운영의 민주주의와 협치가 부재, △ 고유사업 부재와 세종도서 선정사업 편중 등 왜곡된 사업구조 등이었으며, 특히 세종도서 선정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았기에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세종도서 선정 지원 사업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만큼 왜곡된 사업 구조를 갖게 된다.

발표 중인 이원재 소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발표 중인 이원재 소장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원재 소장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사업구조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세종도서 선정사업의 개혁 과정"이라며 "세종도서 선정사업은 국가권력을 이용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심의 권한을 침해한 블랙리스트 실행의 대표적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체부와 출판진흥원의 수직적 관계에서 소속기관이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도서의 우수성을 심의하는 사업을 국가 기관이 주도한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정원옥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블랙리스트 이후 출판계의 대응이 어떠했는가를 복기하고,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세종도서사업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세종도서 사업 민간 이양 방안이 크게 "완전한 민간 이양"과 "부분적 민관 협치"로 요약됐다고 설명했다.

정원옥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연구소 연구원 [사진 = 김상훈 기자]
정원옥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연구소 연구원 [사진 = 김상훈 기자]

완전한 민간 이양은 사업공고부터 도서 선정, 책 구매 및 배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민간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출판진흥원이 민간운영위원회에 예산을 재교부하고 사업을 관리, 감독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민-관-정 협치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민-관-협 협치 구조의 장점은 △블랙리스트 이후 문체부의 개혁 및 제도 개선 의지를 명확히 부각, △ 민간의 자율적, 창의적 역량 강화 및 활성화, △ 출판의 자유 및 출판의 종 다양성 실현 이지만 한편으로는 주관 기관을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우려가 있다.

부분적 민관 협치는 심사위원회 구성, 선정 결과 발표, 보급 도서관 선정 등 핵심적인 부분만 민간에서 참여하고 협치하는 방안이다. 부분적 민관 협치의 장점은 △ 선정의 공정성, 전문성, 투명성 확보, △ 협치형 사업 모델 제시, △ 사업 관리의 편의성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단점으로는 △ 민간 이양의 의미 및 효과 반감, △ 협치 시스템의 불안정성 등이 있다.

세종도서 사업을 둘러싼 여러 시각을 소개한 정원옥 연구원은 "세종도서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간 이양이 블랙리스트 이후의 과제로 제기되었다는 것이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관련자 처벌 0명이라는 문체부의 책임 규명 이행 계획 발표는 그 동안의 무수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하도록 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한 정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세종도서 사업의 민간 이양은 단순히 운영 주체를 출판진흥원에서 민간으로 바꾸는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으며, "민간은 더 이상 정책의 단순한 대상이나 이해당사자가 아니라, 출판역사를 함께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참여와 협치'의 파트너로서 문체부와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작해야 했다. 그 상징적 사건이 세종도서 사업의 민간 이양이 되어야 하며, 민과 관의 이러한 관계 맺기를 통해서만 블랙리스트 이전과 이후가 구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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