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다룬 김숨 소설가와 친일파 문인 기리는 동인문학상 후보 선정의 아이러니
위안부 문제 다룬 김숨 소설가와 친일파 문인 기리는 동인문학상 후보 선정의 아이러니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10.10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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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김숨 소설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문제를 현재의 문제로 환기시키는 작업을 지난 수 년째 하고 있다. 16년 8월 위안부 피해자의 현재와 과거를 조명한 장편소설 "한 명"을 시작으로 18년 7월에는 일본 군인에게 납치를 당해 위안부가 된 열다섯 소녀를 화자로 하는 두 번째 소설 "흐르는 편지"를 펴냈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의 증언을 엮은 소설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가 동시에 출간되기도 했다. 

 국제인문포럼 발표자로 참여한 김숨 작가 [사진 = 뉴스페이퍼]
 국제인문포럼 발표자로 참여한 김숨 작가 [사진 = 뉴스페이퍼]

김숨 소설가는 집필 활동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열린 국제인문포럼에서는 발표자 중 하나로 참석하여, 일본군 위안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극단적이고 유례없는 성폭력”이라고 비판했으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문제는 과거 일제 강점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를 현재로 불러내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김숨 작가이기에, 그가 동인문학상 수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는 지난 9월 동인문학상 수상 후보를 공개했으며 후보 작가에는 최시한, 정한아, 김숨, 이기호, 김종광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동인문학상은 김동인의 문학적 유지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55년 "사상계"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현재는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목하는 김숨 소설가가 동인문학상 후보에 오른 아이러니는 김동인의 적극적 친일 협력에 기원한다.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 세미나 모습 [사진 = 뉴스페이퍼]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 세미나 모습 [사진 = 뉴스페이퍼]

지난 10월 6일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재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친일문학기념문학상 이대로 둘 것인가 세미나'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동인의 적극적 친일 행위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으며, 동인문학상이 가진 문제를 지적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우리에게 '감자'나 '배따라기', '광염소나타' 등으로 알려져 있는 김동인 소설가는 근대 문학의 선구자로 꼽히지만, 그 이면에는 적극적인 친일 행보가 숨겨져 있다. 

일제 강점기 하에서 일제에 협력한 친일 문학인들은 글을 통해 내선일체, 징병 찬양, 전쟁 고무 등의 활동을 했는데, 김동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김동인은 친일 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형상화하는 장편소설 "백마강", "성암의 길"을 집필하기도 했으며, 신문에 산문을 발표하여 일제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길 강조했다. 

위안부를 동원한 일본군에게 협력할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1942년 1월 23일 매일신보에 발표한 글에는 "대동아전쟁이야말로 인류 역사 재전의 성전인 동시에 나의 심경을 가장 엄숙하게 긴장되게 하였다."고 표현하고 일본인과 조선인이 한 민족임을 강조했다. 대동아전쟁은 일제가 태평양지역과 동남아 지역을 침공한 전쟁을 의미하는데, 김동인의 글이 발표되기 불과 1개월 전 일본군은 동남아와 대평양 지역에 다수의 조선인 여성들이 동원, 위안부로 만들었다. 

1944년 1월 1일에는 "지원병에서 징병으로 또는 특별지원병으로 우리 반도인도 황민화의 보조가 더욱 힘차고 더욱 열 있게 행진할 때에 이 모든 행사가 일시 뇌동적 흥분이 아니고 진정한 황민화의 산물인 점을 천하에 알리는 동시에 후계자의 육속을 효과 있게 부르기에는 문학의 선동력과 흥분력의 힘을 빌 필요가 많다고 본다."며 전쟁을 알리고 찬양하는 것이 문학인의 책무라고 보았다. 

같은 달에는 "일본제국의 일익인 조선도 함께 져야 하고 함께 누려야 할 것이다. 지금 국가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사람이 필요하다. 지나대륙에 또는 저 남방에 직접 전투원과 전쟁보조자를 얼마를 가질지라도 넉넉하다고 할 수 없을 만한 대전쟁을 수행하는 중이다."라며 친일 협력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한편으로는 글 이외의 협력 행적을 남기기도 했다. 1939년에는 조선총독부 학무국 사회교육과를 방문해 황군을 위문할 사절단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제안이 받아들여져 1939년 4월 15일부터 5월 13일까지 김동인과 박영희, 임학수는 황군위문사절단으로 파견된다. 1941년 12월에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시국에 적극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발표하는 1945년 8월 15일 오전에는 조선총독부 정보과장 겸 검열과장 아베 다쓰이치를 찾아 시국에 공헌할 새로운 작가단을 만들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베는 정오에 일본이 항복선언을 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명원 교수의 발표가 진행 중이다 [사진 = 뉴스페이퍼]
이명원 교수의 발표가 진행 중이다 [사진 = 뉴스페이퍼]

이렇듯 적극적으로 일제에 협력한 김동인이지만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동인문학상은 한국의 소설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실정이다. 친일문인기념문학상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구 식민지, 제국주의 체제를 소설과 논설을 통해 적극적으로 옹호했을 뿐만 아니라 침략전쟁을 예찬한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수여하는 제도가 거대언론사에 의해 시행된다는 것은 넌센스다. 지속되는 식민주의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며 동인문학상 폐지가 가장 명료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명원 교수는 동인문학상이 유지되고 존속되는 이유 중 하나로 문인들의 역사와 문학사에 대한 무지와 과잉된 인정욕망을 꼽았는데, 이 과정에서 김숨 작가의 후보 선정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명원 교수는 "후보작들을 보면서 괴로운 심정을 느낀다. 최종 후보자가 된 작가 중 한 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크게 감명해 소설을 내고 증언집을 내기도 했던 분이다. 그분이 동인문학상 후보자가 되어 있다. 그분을 추천한 조선일보는 무엇인지 복잡한 생각이 든다."며 "역사의 진실규명 작업에 구체적으로 모독하는 상황"이며 "작가 역시 이 부분에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