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어떤 음악을 들을까? 연희문학창작촌, 2018 연희극장 “음악의 맛” 성황리에 마쳐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어떤 음악을 들을까? 연희문학창작촌, 2018 연희극장 “음악의 맛” 성황리에 마쳐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0.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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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많은 작가들은 글을 쓸 때에 음악을 즐겨듣는다. ‘작가’라 하면 많이들 어두운 방 한 구석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작품에 대한 소재를 채집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은 다양한 예술을 접한다. 음악도 그중 하나이다. 재즈 마니아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음악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집필해온 바 있으며, 배수연 시인은 검정치마의 노래 ‘everyyhing’에서 영향을 받아 시 ‘여름의 집’을 쓰기도 했다. 

연희동 독립 서점들이 마련한 부스. 사진 = 육준수 기자
연희동 독립 서점들이 마련한 부스. 사진 = 육준수 기자

작가들은 평소 어떤 음악을 듣고, 그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을까?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9일 창작촌 야외무대와 마당 일대에서 열린 가을 축제 “음악의 맛”이다. 

“음악의 맛”은 ‘음악’과 관련 있는 작가들과 만나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작가나 작가가 선정한 뮤지션들로부터 노래 및 악기연주를 들어보는 시간이다. 축제를 맞아 오후 3시부터 연희문학창작촌 마당에서는 연희동 독립 서점들의 부스가 운영됐으며, 오후 5시부터는 야외무대에서 음악공연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창작촌 상주 작가들과 외부에서 방문한 작가들,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사회는 2012년 현대문학을 통해 데뷔한 시인인 동시에 KBS의 아나운서인 이상협 아나운서가 맡았다. 

이경자 서울문화재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경자 서울문화재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내빈으로는 이경자 서울문화재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김종휘 대표이사가 함께했다. 축사를 맡은 이경자 이사장은 “이렇게 평화롭고 공기 좋은 공간에서 작가들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문인들에게 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혜택을 준 것은 대단히 창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가을 축제에 대해서는 작가와 직접 만나 작가가 고른 음악을 듣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아하던 작가의 문학이 훨씬 육감적으로 이해가 될 것”이라며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행사는 1부 ‘음악 안의 나’와 2부 ‘내 안의 음악’ 순으로 진행됐다. ‘음악 안의 나’는 평소 음악을 즐겨듣는 작가들에게 음악 이야기를 듣고, 작가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와 연주를 들어보는 코너였다. 김연수 소설가는 가수 ‘백아’를, 최정화 소설가는 쌈바 밴드 ‘화분’을, 이병률 시인은 음악감독 ‘이병우’를 각각 선정했다. 다만 이병률 시인은 태풍 콩레이로 인해 행사 일자가 6일에서 9일로 변경된 여파로,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병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병우.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연수 소설가는 1993년 작가세계에 시를 발표하여 시인으로, 이듬해에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 “사랑이라니 선영아” 등과 “세계의 끝 여자친구” 등을 펴냈다.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김 소설가는 “저는 평소 수시로 음악을 듣는다.”며 “글 쓸 때에는 가사가 없는 조용한 음악을, 글을 쓰지 않을 때에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듣는다. 일렉트로닉 장르도 즐겨 듣는다.”고 밝혔다. 음악에 워낙 관심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한 가지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음악을 들으려 한다는 것. 그러나 “BTS(방탄소년단)는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이상협 아나운서의 질문에 “비틀즈요? 좋아합니다.”라고 답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김연수 소설가(좌)와 백아(우).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연수 소설가(좌)와 백아(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음악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집필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김연수 소설가는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언급했다. 해당 작품의 제목은 일본의 일렉트로닉 1인 밴드 ‘World's End Girlfriend’에서 따왔다는 것. 김 소설가는 “밴드명이 영어로는 조금 이상하게 읽힌다. 그런데 다시 한글로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 하니 어감이 너무 좋아 소설로 쓰게 됐다.”고 밝혔다. 

뮤지션 ‘백아’를 고른 이유에 대해서는 “유튜브에서 신곡들을 찾아 듣던 중 알게 됐다. 하루 종일 듣고 또 들어도 더 듣고 싶은 노래였다.”며 “사실은 만나보고 싶어서 이분을 선정했다. 저도 오늘 처음 봤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백아는 드라마 하트시그널에 소개된 바 있는 ‘테두리’ 등 자신의 노래 4곡을 불렀다.

최정화 소설가(좌)와 밴드 화분(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정화 소설가(좌)와 밴드 화분(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정화 소설가는 2012년 창작과비평 신인소설상에 단편소설 “팜비치”가 당선되며 데뷔했다. 소설집으로는 “지극히 내성적인”, “모든 것을 제자리에”가 있으며 장편소설로는 “없는 사람”이 있다. 음악에 관심 있는 문인들과 함께 ‘김준연 밴드’라는 이름의 그룹을 결성하여 공연한 이력이 있다. 

최 소설가는 “사실 제가 문학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많다.”며, 평소 음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악기를 직접 연주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글을 쓸 때에도 음악을 자주 듣는다고 덧붙였다. 쌈바 밴드 ‘화분’을 초청한 이유는 “쌈바 음악을 들으면 건강한 에너지를 선물 받는 느낌이다. 그래서 (독자들과) 같이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밴드 ‘화분’은 “쌈바라고 생각하면 빠르고 경쾌한 음감만 생각하지만 사실 정말 다양하다.”며 자신들의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을 순차적으로 불렀다.

정현우 시인(좌)과 음악 공연(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정현우 시인(좌)과 음악 공연(우). 사진 = 육준수 기자

1부 무대가 끝난 뒤에는 노래하는 작가들과 만나볼 수 있는 2부 행사 ‘내 안의 음악’이 이어졌다. 해당 코너에는 13년 전 1집 앨범을 낸 뮤지션이자 현역 시인이며, ‘문장의 소리’ 등에서 구성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현우 시인이 참여했다. 정 시인은 오는 11월 “문학 작품으로만 구성된 앨범”을 출시할 예정이라 밝히며, 수록될 예정인 노래 다섯 곡을 처음으로 청중에게 불러주었다. “빛의 호위(조해진)”와 “소멸하는 밤(정현우)”, “개여울(김소월) 등이다. 정현우 시인의 공연 뒤에는 연희문학창작촌 입주작가인 임곤택, 신미나, 차성환, 김은주, 진연주 작가로 구성된 ‘복근당’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많은 관객들의 참여 속에서 끝을 맺었다. 밤이 깊어가며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으나, 관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열띤 호응에 힘입어 공연은 기존 종료 예정 시간인 7시가 지나서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