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예술의 거리 위에 펼쳐진 책을 읽어보자, 와우 북페스티벌
[탐방기] 예술의 거리 위에 펼쳐진 책을 읽어보자, 와우 북페스티벌
  • 남유원 객원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1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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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남유연 객원칼럼니스트]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 자신만의 패션을 뽐내는 사람들, 골목 구석구석의 라이브 클럽, 미술인들의 집합소, 음악인들의 버스킹, 홍대. ‘홍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예술’이다. 10월에는 홍대에서 조금 색다른 조합을 찾아볼 수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 서울 와우 북페스티벌에서 예술의 거리 위에 펼쳐진 책을 즐겨보자. 

올해로 14회 째를 맞는 서울 와우 북페스티벌 ‘취향의 시대’는 10월 3일부터 10월 7일까지, 닷새동안 개최되었다. 예술의 거리 위에서 펼쳐진 북페스티벌 답게 포스터부터 감각적이었다. 와우 북페스티벌에서는 야외 이벤트와 실내 이벤트가 있었다. 야외의 홍대거리 주차장에서는 책 부스들을 만날 수 있는 책거리가 준비되었고, 실내의 서교예술실험센터, 윤디자인갤러리, KT&G 상상마당, 레드빅스페이스 등의 건물 안에서는 강연이나 전시, 토크 등의 이벤트가 마련되었다. 무료 이벤트도 있었고 5000원의 소액을 지불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었다. ‘상상만발 책그림전’ 전시회 등 그림 전시와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체험 이벤트 등도 곁들여져 책에 대해서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와우 북페스티벌의 최고 장점은 북페스티벌을 목적으로 일부러 홍대를 찾아오지 않더라도 길을 걷던 사람들이 쉽게 북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홍대와 합정의 음식점, 카페 등을 찾아왔던 사람들, 친구들과 놀러왔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북페스티벌 부스들에 들려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독립출판사들의 부스였다. 몇 년 전 팟캐스트에서 개인 라디오가 성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인 방송의 시대가 꽃피었고, 개인 창작에 대한 열기는 도서 분야에서 독립출판의 형태로 성행하고 있다. 북페스티벌의 이름 ‘취향의 시대’도 개인의 독창성과 창작을 중시하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독립출판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나만의 소설’을 써주는 부스도 만날 수 있었다. 3분 소설 ‘바이트’ 부스에서는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즉석에서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작가가 30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3분 정도 안에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을 써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들뜬 표정의 사람들은 테이블에 앉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작가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원래 ‘바이트’ 어플리케이션은 짧은  글을 적고 이를 다른 유저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앱이다. 나만의 소설을 써주는 것 외에도 이 부스에서는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 책의 한 구절로써 위로를 얻도록 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고민스러운 현재 상황에 대해 책의 한 구절이 적힌 책갈피를 주는 형식으로 상 처를 잠시나마 달래는 ‘처방’을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독립출판뿐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또 하나의 트렌드는 ‘리커버’이다. ‘리커버’란, 이미 출판된 책의 표지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다시 출판하는 것이다. 보통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의 리커버 특별판이 출판되는 경우가 많다. 양장으로 다시 디자인되어 출판되는 애장판과 비슷한 개념인데, 양장이 아닌 리커버도 많이 있으며 가격도 기존 책과 같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다. 맨부커 상으로 유명해진 한강 작가의 ‘여수의 사랑’이라는 책의 경우, 문학과 지성사에서 2017년 4월 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리커버를 내놓았다. 한강 작가의 ‘여수의 사랑’이나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처럼 미니멀리즘, 단순함, 세련됨을 돋보이게 하는 최신 유행을 따르는 리커버가 있다면, 과거의 책 디자인을 가져오는 리커버들도 있다. 출판사 더 스토리에서는 ‘데미안’, ‘프랑켄슈타인’, ‘인간실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위대한 개츠비’, ‘햄릿’, ‘주홍색 연구’, ‘사슴’, ‘자기만의 방’ 등 유명한 고전들의 초판 커버 디자인을 가져와 리커버 특별본을 선보였다.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책의 표지 디자인까지 신경쓰는 독자들이 많아지고 있기에 리커버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SNS에 포스팅하는 개인들이 늘어나며, 인테리어 소품으로 책을 사용하는 카페 등의 공공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는 트렌드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

표지 리커버와 더불어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을 선두로 책과 관련된 굿즈들이 많이 출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북 페스티벌에서는 보지 못했지만,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뛰어난 디자인의 굿즈들은 이미 유명하다. 책 굿즈 시장이 예전보다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보문고의 부스에서는 시의 구절로 디자인된 전자파차단 스티커, 책갈피, 엽서, 북 퍼퓸 등을 볼 수 있었다. 북 퍼퓸은 책에 뿌려 향기와 함께 책을 읽도록 고안된 제품으로 사람에게 뿌려도 된다고 한다.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일 듯한 책과 퍼퓸이 세트로 출시된 제품들도 있었다. 

와우 북페스티벌에서도 굿즈들을 준비했다. 책 거리에 늘어선 부스들에서 책을 구매하면 구매액을 기준으로 마스킹 테이프, 북마크, 유료 강연권, 컵, 기념품 백 등 각종 굿즈들을 받을 수 있었다. 와우 북페스티벌에서만 받을 수 있는 굿즈를 받기 위해서라도 현장에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홍익대학교가 미대로 유명해서인지, 미술 혹은 디자인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들의 부스를 찾아볼 수 있었다. 미술 서적을 전문으로 파는 온고당 서점의 부스가 있었다. 미켈란젤로부터 앤디워홀까지의 많은 화가들의 작품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도록들, 미술 관련 교양서들과 만날 수 있었다. 전문가 혹은 매니아들을 위한 책들부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까지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어 미술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이들도 쉽게 흥미를 가질 만했다. 해외잡지와 디자인북을 중심으로 전시한 부스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일본에서 직수입한 디자인 서적, 인테리어 서적 등 쉽게 구하기 힘든 서적들도 있었고, 과거에 출판되었지만 지금은 절판된 유럽, 미국 등지의 패션 잡지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굳이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도 화려하고 신기한 책 커버와 구성에 발길을 멈추고 구경하고 있었다.

예술 장터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수공예 가죽 제품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부스들도 줄지어 있었다. 직접 만든 제품들을 판매하는 부스들은 다른 북 페스티벌들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올해 와우 북페스티벌에서는 독특하게도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의 부스와 만날 수 있었다. 작가 리강은 사람들에게 얼굴 그림을 선물하는 <페이스 투 페이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길거리의 사람들을 모델로 모집하여, 화선지에 먹과 동양 물감으로 동양풍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다. 보통의 길거리 초상화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모델이 된 사람들이 당장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의 초상화를 사가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작가 리강의 초상화 전시회가 끝난 다음 자신의 초상화를 가져갈 수 있다. 초상화도 선물 받고, 프로젝트의 일원도 되고, 전시회에 걸리게 되는 그림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홍대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다. 와우 북페스티벌에서는 잔다리페스티벌 2018 레이블마켓 ZONE에서 인디 뮤지션들이 소속된 소속사나 음반사들이 운영하는 부스를 찾아볼 수 있었다. 매년 홍대에서는 인디 뮤지션들이 주가 되는 음악 페스티벌인 잔다리페스티벌이 개최되는데, 올해는 9월에서 11월에 걸쳐 진행된다. 홍대의 라이브 클럽들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잔다리 페스티벌의 여러 프로그램들 중 레이블 마켓 섹션으로서 와우 북페스티벌에서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가 열리는 것이다. 홍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앨범과 굿즈들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었다. 이미 절판된 옛날의 LP판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누렸다. 책과 음악은 언뜻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시에 멜로디를 붙여 만든 노래들도 많으며 가사와 문학적 가사 사이에는 연관성이 많다. 2016년에 유명 작곡가이자 가수인 밥 딜런이 그의 곡들 안의 시적 표현을 인정받아 노벨 문학상을 탄 것을 볼 때도 음악과 문학의 연관성을 무시할 수 없다. 부스에서 앨범과 굿즈의 형태로 만날 수 있었던 ‘9와 숫자들’, ‘뷰티핸섬’ 등의 인디밴드들은 감성적인 가사로 유명한 밴드들이다.

잔다리페스티벌 2018 레이블마켓 ZONE. 앨범과 책들을 구매할 수 있다.
잔다리페스티벌 2018 레이블마켓 ZONE. 앨범과 책들을 구매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려 있는 부스는 어린이들을 위한 영어 원서 책 할인 부스였다. 뜻하지 않게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부모님들은 모두 한 번씩은 이 부스에 들리는 듯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단순한 책들에서부터 제법 큰 아이들을 위한 긴 책들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예전부터 유명했던 ‘월리를 찾아라’ 등 재미만을 위한 책들도 있었다. 책의 등장인물들의 피규어나 인형들도 전시되어 있고, 아름다운 그림이 주가 되는 동화책들도 많아 어린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구경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음성 기능이 있는 책들도 있어 책에 나오는 동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들, 혹은 등장인물들의 짧은 대사를 영어로 직접 들을 수 있는 책들도 구경했다.

어린이 영어 원서 부스는 어린이 책놀이터 코너의 한 부스였는데, 어린이 책놀이터 코너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 부스들, 체험 부스들도 많았다. 어린 자녀와 북페스티벌을 방문한 가족들을 위한 코너였다. 감각적인 그림책들뿐 아니라 팝업북이나 커팅 기술을 이용하여 보다 예술적으로 만든 동화책들도 눈에 띄었다. 2017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아시아 지역 ‘올해 최고의 출판사 상’을 수상한 보림 출판사에서는 ‘지젤’, ‘불새’, ‘레베카의 작은 극장’ 등의 예술적인 책을 선보였다. 그 외에도 어린이 책 놀이터에서는 안 읽는 책을 활용하여 팝업북을 만드는 체험 부스, 보드게임 부스, 동물 가면 만들기 부스 등 어린이와 함께 방문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 활동 부스들이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날 야외에서의 공연 무대였다. 많은 부스들이 주섬주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북페스티벌에 참여한 부스들과 사람들 모두를 배웅해주는 듯한 무대였다. 무대 앞에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마지막까지 그 곳에 앉아서 무대에서의 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려고 앉은 이들이 공연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듯했다. 

책 매니아들, 혹은 책에 대해서 매우 깊고 많은 정보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와우 북페스티벌이 ‘책’ 자체에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와우 북페스티벌은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고 진행되는 페스티벌이며, 볼거리 놀거리가 많은 거리에 들뜬 마음으로 놀러나온 사람들이 책과 어울릴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을이라는 계절과 독서가 어울리고, 음악과 미술의 거리라는 장소와 ‘상상만발 책그림전’ 전시회나 잔다리 페스티벌 마켓존 등의 페스티벌 컨텐츠들이 서로 어울리며 자연스레 문학과 책을 끌어안아 진정한 축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와우 북페스티벌을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기 위해서는 실내의 강연과 전시에 찾아가보는 것이 좋다. 거리와는 또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올해 특징적인 것은 일본의 국민 극작가로 유명한 이노우에 히사시의 「아버지와 살면」이라는 희곡이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렸다는 것이었다. ‘상상만발 책그림전’ 전시는 와우 북페스티벌과 네이버의 그림 업로드 사이트 그라폴리오가 함께 주최하는 전시로 올해로 4회를 맞는다. 7월에서 8월 즈음에 진행된 그림책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들의 책 그림 원화가 전시되고, 전시 장소에서 관련 굿즈와 그림책 가제본을 만나볼 수 있다. 만약 그림책 창작에 관심이 있다면, 이 공모전에 도전해봐도 좋을 것이다. 그 외 황현산 작가의 책을 낭독하는 낭독회, 각종 강연과 토크들이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되었다. 매우 많은 이벤트들이 있으니 정확한 정보를 웹사이트에서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와우 북페스티벌의 주제는 해마다 당시의 핫한 이슈로 정해진다. 2015년 11회 페스티벌에는 ‘책, 삶을 살피다 : 사유의 복원’을 주제로 하여 인문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고, 2016년에는 ‘질문하는 문학, 상상하는 과학’을 주제로 과학에 대한 고찰을, 2017년에는 ‘다음에 오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올해 와우 북페스티벌 ‘취향의 시대’에서는 다양한 개인의 취향과 그에 대한 존중과 관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매년 주제가 달라지는 만큼 다음 해에는 과연 어떤 주제로 북페스티벌이 진행될지 기대된다. 아 참, 주제에 맞는 포스터 디자인에 대한 기대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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