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학포럼] 히라노 게이치로, “저자 은폐하는 것은 무리... 작품과 저자는 함께 존재”
[동아시아문학포럼] 히라노 게이치로, “저자 은폐하는 것은 무리... 작품과 저자는 함께 존재”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10.1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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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중인 히라노 게이치로 [사진 = 김상훈 기자]
발언 중인 히라노 게이치로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2018 한중일 동아시아 문학포럼에 참석한 일본의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가 저자와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저자를 은폐하고 작품의 ‘순수감상’이라고 부를 만한 입장을 관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작품과 저자는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포럼에서 히라노 게이치로는 저자와 작품을 둘러싼 특정 개념들에 대한 생각을 밝혔으며, 특히 작품에서 저자를 제거하는 다양한 주장들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에서 저자를 제거한다는 것은 작품을 읽을 때 저자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에서는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는가, 작가가 어떠한 사람인가, 작가의 작품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등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하고, 그저 작품 그 자체가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주장 중 하나는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론 이후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독해의 목적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곤 했다.”며 “이 이론이 소설의 독해에 가져다 준 개방감은 엄청났지만, 반면에 독선적인 해석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폐단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히라노 작가는 “문학의 ‘감상’으로서는 그런 독해에 어떤 문제가 있지는 않지만, 종교적인 광신도나 과격파의 불전이나 성서, 코란의 해독에는 종종 그 해석의 역사적인 축적과는 전혀 무관한 텍스트의 독해가 있으며, 그것이 사람들을 생각지도 않은 행동으로 내모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에는 전후 일본의 헌법에 ‘저자의 의도’를 둘러싸고 복잡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자의 의도’라는 것을 일체 무시하고 자의적인 해석을 시도하기보다는 그가 이제까지 어떤 작품을 써왔으며, 어떤 작가에게 영향을 받아왔는지, 그리고 소설 이외의 장소에서 어떤 언동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저자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해석을 시도하는 편이 즐거운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무리 ‘저자의 죽음’을 운운하며 큰소리를 친다 해도 어떤 작품을 한 사람이 썼다고 하는 사실 자체는 절대로 은폐할 수 없으며, “그 사실을 절대로 의식하지 않겠다는 태도에는 너무나도 관념적이며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어떤 작품을 한 사람이 썼다”는 사실은 작품과 작가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가라는 문제가 봉착하게 된다. 비윤리적인 예술가가 만들어낸 작품은 부정되어야 하는가, 혹은 여전히 작품은 작품으로서 별도로 생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에서는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미투 운동 등으로 성차별, 성폭력을 저지른 작가의 작품이 시장에서 제거되기도 했다. 또한 작품에 자신이 당한 피해가 묘사되어 있다는 피해자의 지적이 제기되며 출간된 만화 작품이 모두 회수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고, 일본의 츠츠이 야스타카가 위안부에 관한 경솔한 발언을 했다가 한국에서 작품이 전부 회수조치되기도 했다. 

히라노 작가는 “가령 카라바조는 사람을 죽였지만, 그의 작품은 미술관에서 전시하면 안 되는 걸까? 프랑수아 비용이 살인을 범했고 그 사실을 시에도 적었다. 미시마 유키오는 여전히 문학과 정치행동의 관계로 독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며 “이런 사례들을 보면 저자를 은폐하고 작품의 ‘순수감상’이라고 부를 만한 입장을 관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저자와 작품이 ‘무관계’에 가까울 정도의 거리라는 발상은 “미디어의 발전에 의해 생긴 현상 중의 하나일 것”이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히라노 작가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예술가, 문인의 작품은 감상할 가치가 없다는 태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문제가 있는 예술가가 표현활동의 기회를 갖는 것은 피해자의 감성에서 용서하기 힘든 일이며, 피해자가 직접 작품에 묘사되는 경우에는 강제적인 조치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히라노 작가가 중시 여기는 것은 문제가 있는 저자의 작품을 즉각적으로 폐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저자 그 어느 쪽도 은폐하지 않고, 그 어느 쪽에도 ‘죽음’을 선고하지 않는 것”이다. 작품과 저자 모두를 고려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라고 하는 불가사의한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히라노 작가는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어찌 되었든 작품과 저자는 함께 존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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