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종교가 강요되는 세상은 지옥에 가깝다” 서아책방에서 독자들 만난 김중식 시인, 시 세계 이야기해
“이념과 종교가 강요되는 세상은 지옥에 가깝다” 서아책방에서 독자들 만난 김중식 시인, 시 세계 이야기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0.2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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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이란의 정치체제는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신정과 삼권분립이 결합되어, 정권을 쥔 시아파 이슬람교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밑에 대통령 중심의 공화제가 형성되어 있다. 대통령보다는 최고 지도자에 의존하는 사실상의 신정독재체제이다. 그렇다 보니 이란에서는 이념과 종교가 강요되며, 이것이 생활을 제한하기도 한다. 

김중식 시인은 지난 2012년 주이란 한국대사관에 3년 반 동안 근무하며, 당시에 느낀 답답함과 자유에 대한 생각을 시로 써냈다. 지난 7월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출간된 시집 “울지도 못했다”이다. 이 시집은 1990년 문학사상을 통해 데뷔했으며, 1993년 시집 “황금빛 모서리”를 펴낸 이후 시인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김중식 시인이 25년 만에 펴낸 책이다. 

김중식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중식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김 시인은 지난 9월 22일 서아책방 “책방에서 만난 작가” 행사에 참여하여, 시집 “울지도 못했다”를 중심으로 시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삶의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야기했다. 

“슬프지만 막차를 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시에) 연민이 듭니다.” 김중식 시인은 이천년간 인간의 삶에 크게 기여해온 시는, 이제는 많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말했다. ‘문학’이라는 이름의 공동체가 왜소화됐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시는 여전히 인간임을 가장 치열하게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자신이 미친 듯이 시에 몰두하게 된 이유 역시 인감임을 치열함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 결과물이 바로 1999년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출간된 첫 시집 “황금빛 모서리”였다. 차창룡 시인은 시집 “황금빛 모서리”에 대해 “한국 시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매우 실험적인 듯하면서도 시의 전통을 버리지 않았고, 시의 본령을 지키면서도 자유로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시인은 이 시집을 쓸 당시 “나의 미래를 포기하면서까지, 나를 망쳐가면서까지 언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치열함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그 태도가 자신에게는 “시인으로 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 이란에서 목도한 거짓된 천국, 숨을 쉬기 위한 선택한 시 쓰기... 

김중식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중식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25년간 시를 쓰지 않았던 김중식 시인은 주이란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면서 다시 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공화국이라는 허울 속에서 자행되는 독재에 깊은 답답함을 느껴, 이것을 해소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김중식 시인은 “자유니 뭐니 거창하게 말할 수 있었지만, 시를 쓰지 않으면 도무지 살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를 다시 쓴 것은 숨을 쉬고 살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김중식 시인은 답답하게 한 것은 바로 억압이 가져온 아이러니였다. 이란에서는 국영이 아닌 방송을 금지하여, 외부에 안테나를 달고 있으면 경찰이 방문하여 그것을 떼어간다. 그러나 잠시 뒤 시장에 방문하면 경찰이 떼어갔던 안테나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또한 공식적으로는 술이 없는 나라이지만, 알코올 치료센터에는 주정뱅이들이 가득하다. 마약이 많이 생산되는 아프가니스탄이 지척에 있어,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마약에 취해 길거리를 배회한다. 

이 답답함은 시집 “울지도 못했다”로 구체화되었다. 시집 “울지도 못했다”에는 김중식 시인이 천국과 지옥, 사랑과 평화, 혹은 전쟁과 평화 같은 대비적인 이미지를 상상하며 쓴 시 66편이 담겨있다. 지옥과 연옥, 천국 3부가 각 스물두 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시집 "울지도 못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집 "울지도 못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집의 해설을 쓴 차창룡 시인은 “이번 시집의 1부는 이 세계를 ‘지옥’이라고 본다.”며 시 ‘철한낸보서에국천’을 인용했다. 이 시는 제목과 내용의 글자를 거꾸로 배열한 시로, 바로 고치면 ‘천국에서 보낸 한철’이 된다. 시에는 “천사들이 자살테러하는/하늘의 뜻을 지상에 이루지 마소서/신이여, 우리가 거기로 갈 테니 이리 오지 마소서/주여, 못 본 듯하소서”라는 구절이 있다. 차창룡 시인은 이 대목은 “천국은 하늘에 어울리는 것이어서, 천국을 지상에 세우는 것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는 절규”라며, “천사들이란 곧 문명인들을 말하고 지상에 건국한 천국은 우리 문명인들이 만들어놓은 천국이란 이름의 지옥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중식 시인은 “이란은 신정국가로, 주권이 인간이 아닌 신에 있고 통치 역시 인간이 신 대신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곳에서의 ‘자유’는 신에게 복종하고 그 섭리 하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말하며, 종교를 따르지 않는 이를 적극 배제한다는 것. 그리하여 시집의 1부는 ‘천국’이라 일컬어지지만, 사실상 “당신들의 천국인데, 그 사상과 종교를 우리들에게 강제하는 지옥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상황”을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멸균된 사회이다. 거기에서 생겨난 부조리와 비극, 부정부패가 들끓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런 매 국면이 저를 힘들게 했으나, 집에 와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상황은 저로 하여금 시를 쓰게 만들었다. 이 세상의 어떤 이념도, 어떤 종교도 그것이 강제될 때 우리가 사는 곳은 지옥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중식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중식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앞으로 김중식 시인은 어떤 시를 써나갈까? 이 책에는 “첫 시집은 어머니께, 두 번째 시집은 ‘마담 주얼리’(아내)에게, 유고 시집은 세상의 딸들에게”라는 헌사가 적혀있다. 김 시인은 다음 시집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아주 많은 시인들은 첫 시집이 그 사람이 평생 낸 것 중 최고인 경우도 많은데, (다음 시집이) 첫 번째나 두 번째보다 밀도 있는 시집이라 생각되면 내볼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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