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전자책 생태계를 위한 제언 - 공병훈 교수
[오피니언]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전자책 생태계를 위한 제언 - 공병훈 교수
  • 공병훈 교수
  • 승인 2018.10.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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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한송희 에디터]
[이미지 = 한송희 에디터]

출판 생태계의 디지털 기술 확산의 두 가지 과정

[뉴스페이퍼 = 공병훈 교수] 미디어를 둘러싸고 다양한 행위자들이 기술적, 산업적, 정책적 환경에 적응하고 학습하며 상호작용하며 형성하는 체계(system)를 미디어 생태계라고 이야기한다. 전통적 출판산업은 저자, 출판사, 서점, 독자들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생태계를 형성해왔다.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미디어의 특성은 기술적 변화라는 변수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출판 생태계의 질적 변화는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두 가지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나는 1971년 마이클 스턴 하트(Michael Stern Hart)에 의해 시작된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전자책의 창작과 배포에 대한 독려”하고, “전자책의 창작과 유통을 북돋우며”, “위대한 문학작품들을 디지털화하자”라는 목표로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하여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도서를 디지털화하여 아카이브로 구축하였고,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활동이었다. 

DTP 설명 자료
DTP 설명 자료

또 하나는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하여 입력, 편집, 인쇄 과정을 진행하는 전자편집시스템인 DTP(desk top publishing)의 출현이었다. 디지털 방식의 출판 제작의 시작은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책 미디어의 미래를 예고했다. DTP 기술은 1973년 제록스 PARC가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인 제록스 알토(Xerox Alto)를 통해 처음 구현되었다.

하지만 전자책이라는 새롭고 낯선 미디어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1980년대에 DTP가 대중화되고 1990년 중반 인터넷이 확산되면서부터였다. 초창기 전자책은 종이책의 디지털 재현을 목표로 하였지만 종이책의 보완적인 미디어 수준에 머물렀다. 15세기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중세 수도원 필경사들이 손으로 만들던 성경 제작을 재현하기 위해 인쇄기를 개발했던 것처럼. 

스마트폰 대중화와 전자 출판물의 혁신적 변화

본격적인 전자책 생태계 형성은 2010년을 전후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대중화를 기점으로 이루어졌다.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의 등장하였으며, 국내에도 교보문고 전자책(Kyobo eBook), 리디북스, 유페이퍼(U-paper) 등 다양한 출판 플랫폼 활성화로 이어졌다. 스마트폰의 급격한 확산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한 인터넷 사용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2010년대에 웹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하는 같은 출판물인 웹툰·웹소설·웹진·웹콘텐츠들이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콘텐츠들은 전통적인 책으로부터 분지(分枝)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들이지만, 그 창작, 제작, 유통, 사용방식은 기존의 종이책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웹툰 갈무리
네이버 웹툰 갈무리

따라서, 현재 전자책 시장을 구성하는 두 가지 큰 흐름은 종이책 출판을 재현하는 전자출판물과 종이책 출판과 관계없이 직접 디지털 콘텐츠로 출판되는 전자출판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오히려 웹툰이나 웹소설, 그리고 다음스토리펀딩이나 브런치(brunch)의 웹콘텐츠들이 종이책으로 출간되거나 영화나 드라마로 개발되는 흥미로운 현상들도 관찰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흐름이 디지털 퍼블리싱(digital publishing)이라는 다이내믹하고 복잡도 높은 생태계를 형성시키고 있다. 디지털 퍼블리싱은 ‘생산과정으로서의 전자출판’과 전자책, 웹툰, 웹소설, 웹진, 웹콘텐츠, 앱북 같은 웹과 모바일 기반 출판을 모두 포함한 디지털 출판 활동을 뜻한다. 

국내 전자책 생태계에 중요 변화 요인이 된 2개의 정책

미디어 생태계란 기술적, 산업적, 정책적 환경에 대한 적응과 학습의 과정을 통해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비즈니스적 관계와 체계를 뜻한다.  2018년 시점에서, 디지털 기술 환경이 본격화된 지난 20여년간의 국내 전자책 생태계에 중요 변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2개의 정책이 있다. 2014년 개정안을 통해 전자책에도 적용된 도서정가제와  2018년 전자책 대여 방식에 대한 정책이다. 

도서정가제는 서점에서의 도서할인을 제한하는 법규로서 출판계의 요구로 2003년부터 종이책에 적용되던 정책이다. 이 법규는 2014년에 신간과 구간 모든 책의 할인을 15%로 제한되며 전자책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강화된다. 도서정가제는 서점 또는 플랫폼과 출판사가 정하던 책에 대한 판매 가격 결정권이 출판사에게 넘어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종이책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전자책은 종이책 가격 대비 70%에서 80% 수준에 공급된다. 국내의 종이책 대비 가격은 아마존에서 30% 전후인 사실과 대조되는 특별한 현상이 되었다. 2015년부터 국민 독서량이 줄고 지역 중소서점 수가 급감하고 전자책 플랫폼의 수익률이 떨어지지만 대형 온라인 서점의 매출이 증가하는 정책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에 2017년 기준으로 주요 출판사의 매출액 1.4% 감소, 영업이익은 20% 감소하고 알라딘 중고서점 같은 온오프라인 재판매 시장이 활성화된다.  

전자책 대여 방식은 월정액으로 전자책들을 사용하거나 일정한 기간 대여 방식으로 사용하는 서비스이다. 이 방식은 도서정가제의 제한에 해당되지 않으며 할인되지 않는 가격에 축소되는 전자책 독자군에 대한 대안으로 전자책 플랫폼들이 시작되었다.  2015년에 북큐브를 시작으로 예스24, 알라딘, 리디북스 등의 월정액 도서 대여나 10~24년의 장기대여를 확대되었다. 2018년 4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업계 등 18개 단체와 도서정가제와 공정한 유통 관행의 정착을 위해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전자책 대여를 3개월로 제한하며출간 6개월 이내 중고책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2018년 5월 도서정가제 폐지를 위한 국민청원이 시작된다. 

도서정가제 폐지 국민청원
도서정가제 폐지 국민청원

도서정가제에서 전자책 대여 제한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공급자 중심의 정책과  여기서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라는 의미는 출판사 중심의 정책이라는 것을 뜻하며, 전자책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창작자, 독자, 플랫폼 기업의 이해와 요구는 상대적으로 고려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책의 실행은 그 효과를 측정하고 새로운 정책에 다시 반영되어야 한다. 2014년 도서정가제의 실시는 전자책 플랫폼으로 하여금 기대여라는 대응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된 전자책은 종이책과 달리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자녀에게 상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지 않는 입장에서, 전자책 장기대여만을 비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국 독자들은 전자책 구입보다는 중고책 구매를 선호하게 되었으며, 알라딘의 중고서점과 북코아 같은 중고책판매 플랫폼의 활성화가 그 사례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전자책 대여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미디어 생태계 관점에서 볼 때, 생태계 활성화를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자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한 방안의 제안

이제 전자출판은 ‘생산과정으로서의 전자출판’과 전자책이라는 좁은 범주의 정의에서 벗어나서 전자책, 웹툰, 웹소설, 웹진, 웹콘텐츠, 앱북, 멀티미디어 콘텐츠, 오디오북 같은 웹과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 출판을 모두를 포함하는 디지털 퍼블리싱(digital publishing)이라는 범주로서 정의되어야 한다. 

디지털 퍼블리싱의 범주에서 창작자와 저자, 출판사, 서점, 플랫폼 기업, 독자라는 주요 행위자들은 스마트 디바이스와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출판 가치 네트워크를 작동시킨다. 따라서 정부의 출판 정책은 전자출판에 대한 확장된 범주의 정의에 기반하여 주요 행위자 모두의 활동과 역할을 강화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개발 행위자는 서로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선순환되어 생태계 전체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구조이다. 

전자책 생태계
전자책 생태계

전자책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 주요 행위자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및 생태계 활성화 방안은 다음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창작자들의 저작권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활성화가 필요하다. 방송 작가들의 경우에는 한국방송작가협회에 저작권료 관리를 위탁관리하게 하여 저작권 활용을 공공적 차원에서 활성화해왔다. 하지만 출판에서 원천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창작자의 권리는 공적인 제도와 체계를 통해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저작권자들이 종이책 출판권과 함께 디지털 출판권과 2차 저작권까지도 출판사에 양도하는 사례이다. 이 경우 출판사가 디지털 퍼블리싱이나 2차 저작권을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창작자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제한당한다.   

둘째, 독자들의 자유로운 독서 선택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도서정가제로 인해 독자들은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에서 다양한 가격 조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일반 분야 출판사들은 전자책 출판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 대비 70~80%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반면, 장르소설 출판은 이미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이동하였으며, 판매방식과 가격도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셋째,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증가하는 도서관 전자책 서비스를 전자책 생태계 발전에 긍정적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전자책 시장 성장에 B2B 판매는 큰 역할을 해왔으나, 그 실제적 사용도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자도서관 앱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도서관의 경우 종이책 구입은 장서공간 문제로 인한 한계가 존재하지만, 독자들의 실제 이용률이 증가한다면 전자도서관 활성화는 독서환경 조성이라는 공익적 효과와 전자책 출판 활성화를 위한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넷째, 플랫폼 비즈니스를 위한 실제적인 정책지원과 관점이 필요하다. 플랫폼과 공급자는 상생하는 관계이다. 아마존, 구글북스, 애플 앱스토어의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길을 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아날로그 상품과는 다른 유통과 가격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전자책을 포함하여 플랫폼 기반 디지털 콘텐츠는 스트리밍 기술을 통해 서비스되는 방식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소유의 개념’에서 ‘사용의 개념’으로 이미 바뀌었다. 사용자는 플랫폼에서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영구적으로 또는 일정 기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선택함에 따라 다른 가격을 지불한다. 심지어 멜론이나 넷플릭스는 월정액으로 서비스되는데, 사용자들은 이런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섯째, 출판사의 전자책 개발은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하여야 한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질적으로 다른 특성과 장단점을 지닌 미디어이다. 뿐만 아니라 책의 진화는 전자책을 지나 웹툰, 웹소설, 웹진, 웹콘텐츠, 앱북, 멀티미디어 콘텐츠, 오디오북 등으로 분지(分枝)하고 다른 미디어와 융합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출판사는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서 PD(producer)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장르의 창작자들과 함께 ‘종이책 프리미엄 버전으로서의 전자책’ 또는 ‘여러 장르/미디어가 융합된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개발하는 과정을 주도하는 ‘가치 네트워크의 허브’로서 활동해야 한다. 

여섯째, 저작권과 콘텐츠를 위한 공공적 관리체계와 사회적 협약이 필요하다. 창작자와 저자들의 저작권은 공공적 자원으로 관리되어 원천 콘텐츠가 다양한 미디어와 분야에서 활용되며 디지털 퍼블리싱의 활성화가 저작권자의 창작과 저술에 중요한 동력과 동기부여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적인 체계와 사회적 협약이 요구된다. 도서관들은 출판사들, 플랫폼 기업들, 저작권자들과의 사회적 협의를 통해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여 책의 공공적이며 다양한 사용을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자생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한 전자출판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종이책의 복제와 재현이라는 수준에서 벗어난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위한 전반적인 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종이책 출판에 기반한 정책으로 실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근본주의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출판생태계를 콘텐츠 산업 범주로 확장하는 전략을 세우기 위하여 지난 십여년간 실행되어온 도서정가제의 과실에 대해 분석하고 가치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새로운 정책으로 보완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 이 글은 2018년 10월 20일에 열린 <한국언론학회 2018 가을정기학술대회> 출판과 커뮤니케이션 분과 섹션에 토론문으로 발표된 내용을 재정리한 글입니다.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서 앱(App) 가치 네트워크의 지식 생태계 모델 연구에 대한 박사논문을 썼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디어 비즈니스, PR, 지식 생태계이며 저서로는 『4차산업혁명 상식사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