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에 얽매이면 남는 것은 불행 뿐, 진정한 자신은 스스로 찾아내야. 문정희 시인, 책방이듬 낭독회 참여해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면 남는 것은 불행 뿐, 진정한 자신은 스스로 찾아내야. 문정희 시인, 책방이듬 낭독회 참여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1.1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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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착한사람 콤플렉스’는 남들의 시선에 착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적으로 굳어진 증상을 말한다. 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은 남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크게 신경 쓰며, ‘나쁘다’고 규정 지어진 것들을 과하게 기피한다. 착하게 보여야 하니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고, 때로는 그것이 잘못됐음을 알아도 멈추지 못한다.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를 과하게 신경 쓰고 걱정하다 보면, ‘착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얻을지언정 오히려 진짜 자신을 잃게 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심하게 억누르다 보니 내면은 위축되고, 우울한 감정이 쌓이게 된다.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강하게 피력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인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남들의 눈에 ‘착한 사람’으로 보이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문정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문정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지난 10월 31일 책방이듬에서는 문정희 시인과 만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제20회 일파만파 낭독회가 진행됐다. 문정희 시인은 1969년 월간문학을 통해 데뷔했으며, 시집으로는 “문정희시집”과 “새떼”, “오라, 거짓 사랑아”, “사랑의 기쁨”, “작가의 사랑” 등을 펴냈다. 현대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영어와 독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로 시가 번역된 바 있다. 동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날 문정희 시인은 지난 3월 민음사에서 펴낸 시집 “작가의 사랑”에 수록된 시를 낭독했다. 또한 문 시인은 세간의 평가나 타인이 붙여준 호칭에 집착하게 되면 진정한 자신을 잃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며, 진정한 자신은 내면에서 스스로 건져 올려야 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일파만파 낭독회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일파만파 낭독회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문정희 시인은 그간 자신의 삶은 세간의 평가와 남들이 붙여준 호칭에 얽매여 있었다고 고백했다. 문 시인은 진명여고에 재학하던 당시 각종 백일장을 석권했으며, 여고생의 신분으로 첫 시집 “꽃숨”을 발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자연히 그녀에게는 “백일장 장원을 휩쓸었다.”거나 “한국 여고생 중 최초로 시집을 냈다.”는 등의 수식어가 몇 십 년이나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런 수식어 때문에 문 시인은 “저는 생애의 젊은 시절이 많이 불행했다.”며, 데뷔 초에는 장원, 최선, 최고에 대한 심각한 강박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특히 마흔 넘고부터는 매일이 불행했어요. 이대로는 제명에 못 살겠다 싶었죠.” 

문정희 시인은 숨고르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으나, 자신 안에 깊게 뿌리박힌 ‘강박’과 ‘경쟁 심리’는 쉽게 떨쳐낼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문 시인이 택한 방법은 “예전에 내가 수재였다는 게 젖은 속옷처럼 몸에 붙어있는 한 해결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밀실에 틀어박혀 무작정 시를 쓰”는 것이었다. 문학 밖의 평가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귀 기울이지 않고, “밀실 속으로 끊임없이 파고 들어 구멍 속에서 나를 건져내”기 위함이다. 문 시인은 이런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시는 바로 ‘비행기에서 우산 쓰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우산을 쓰고 
시를 쓰는 시인은 내가 유일할 것이다 
기발하고 패셔너블하다 
역사 이래 최초와 유일이 나는 좋아 
비행기 안에서 비를 맞는다 
허공 경전을 읽으며 즐거이 시를 쓴다 
보라! 하늘 아래 오직 한 사람 
여기 있다

-「비행기에서 우산 쓰기」 부분

문정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문정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시 ‘비행기에서 우산 쓰기’는 문정희 시인이 스리랑카로 가던 중 비행기에 습기가 차서 물방울이 떨어진 때의 기억을 각색해서 쓴 시이다. 문정희 시인은 시에서 화자는 곧 본인이라고 밝혔다. 언뜻 불쾌할 수도 있는 비행기에서 물이 새는 상황을, 시인은 자신이 희소하고 유일한 사람이 된 순간이라고 즐거워한다. 일반적으로는 짜증스럽게 여겨지는 것들조차, 스스로의 내면을 통해 새롭게 발견했기에 전혀 다른 감정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문정희 시인은 내년으로 데뷔한지 50주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문 시인은 자신을 원로라 생각하지 않으며, 여전히 신인 시인들을 라이벌이라 생각하고 글을 쓴다고 밝혔다. 스스로 생각하는 ‘문정희’는 여전히 현역 시인이며, 그렇게 시를 써나가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문 시인은 “자신의 열정을 구가하며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서는 나이와 젠더를 무화시킨 당당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저 역시 그런 시인의 모습을 지향한다,”고 전했다. 

문정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문정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일파만파 낭독회에는 동네 주민이나 문학 독자들은 물론 서효인, 안경모, 김효은 시인 등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행사 뒤에는 문정희 시인의 사인회가 이어졌다. 행사 뒤에는 문정희 시인의 사인회와 페이퍼이듬 창간식이 이어졌다. 페이퍼이듬 창간식에는 페이퍼이듬 편집위원인 김이듬, 이문숙, 김효은 시인과 책방이듬 회원들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