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드라마, 남성적 시선 아닌 여성주의적인 시선으로 해석하자! 이정옥 교수, 대중서사학회 “감정과잉시대와 멜로드라마”에서 여성주의적 드라마 해석의 필요성 주장해
멜로드라마, 남성적 시선 아닌 여성주의적인 시선으로 해석하자! 이정옥 교수, 대중서사학회 “감정과잉시대와 멜로드라마”에서 여성주의적 드라마 해석의 필요성 주장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1.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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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문화예술계에 남성의 시각에서 읽히던 작품을 여성주의적 시점으로 다시 읽어보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문학사를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보자는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부터 시각예술 작품 20여 점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소개하는 “이미지페미니즘 : 젠더정치학으로 읽는 시각예술” 등 다양한 시도들이 돋보인다. 이런 가운데 드라마 역시 여성주의적 시점으로 보자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 3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107호에서는 오후 1시부터 2018 대중서사학회 가을 학술대회 “감정과잉시대와 멜로드라마”가 개최됐다. 

이정옥 숙명여대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정옥 숙명여대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첫 발제를 맡은 이정옥 교수는 “멜로드라마, 도덕규범과 감정을 조율하는 근대적 상상력의 역설”이라는 제목으로 멜로드라마의 형성 과정을 살피고, 멜로드라마가 그간 어떻게 남성적 시선으로 읽혔는지 점검해보았으며, 멜로드라마를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새롭게 살펴볼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정옥 교수는 초기 멜로드라마에 대한 연구는 “연극의 하위 장르로 정착한 멜로드라마에 방점을 두는 예술사적 접근”이 대다수였으나, “프랑스혁명에 관한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멜로드라마를 프랑스혁명기의 사회분열과 정치적 모순을 반영한 시대적 산물로 보는 관점”이 부상했다고 이야기했다. 

근대 멜로드라마는 프랑스 혁명의 기본이 되었던 루소의 큰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교수는 “루소의 저서를 읽은 수많은 독자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도덕적 개심을 실천하고 그 도덕적 개심을 인생의 규범으로 삼았던 막대한 파급력”이 있었기에 프랑스혁명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 자크 루소의 초상화. 모리스 켕탱 드 라 투르의 그림.
장 자크 루소의 초상화. 모리스 켕탱 드 라 투르의 그림.

문제는 루소의 사상이 여성에 대해 모순되고 역설적인 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옥 교수는 “자율적인 시민사회를 구현한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루소사상은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한 남성사회의 정립으로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프랑스혁명에서 혁명 권력은 “절대왕권의 구체제를 부정하고 새로운 시민사회를 수립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적대세력을 제거하는 ‘처단정책’과 반발세력을 포섭하고 저항 심리를 유화하는 ‘정화정책’을 병행”했다며, 이는 ‘희생양 메커니즘의 폭력성“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이정옥 교수가 말하는 ’희생양 메커니즘‘은 ”어떤 공동체가 파멸과 분열의 위기에 처하게 될 때 무고한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안정과 질서를 회복하는 한편, 그 책임을 희생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정옥 교수는 혁명세력이 이런 희생양 메커니즘에 의해 “여성들을 세금 낼 능력이 없는 하층계급의 남성과 이민자, 정신병자, 어린이 등과 동일하게 수동적 시민으로 분류하여 시민권에서 배제했다.”며, 프랑스혁명은 “여성에서 사회적 신체를 소거하고 오직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육체적 신체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한 “혁명권력은 모든 정치적 반대를 공화국에 대한 반역으로 몰아세우는 맥락에서, 여성의 시민권을 요구한 여성들을 ‘진보를 가로막는 죄수’이자 ‘미래의 적’으로 낙인을 찍어 무대에서 추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정옥 교수는 “프랑스혁명의 역설과 여성 배제의 정치가 중첩된 지점에서 탄생한 근대 멜로드라마”는, “여성을 숭고한 도덕적 도상으로 미화”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사회를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을 희생양 삼았던 “성차별적 비극성과 폭력성을 엄폐하는 ‘여성의 희생과 눈물의 미학’을 재현”한다고 전했다. 

당대 멜로드라마는 행복한 남편과 아내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으며, 이는 “남성 중심적이고 부르주아적인 도덕적 규범을 정립”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멜로드라마에 대한 “비판적 읽기나 전복적 읽기”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정옥 교수는 실망감을 표했다. 심지어 감정을 “개인의 본성적 성향이나 인식론적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산물로 보는 감정연구자들”조차 여성의 희생과 눈물은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근대 멜로드라마에서 ‘여성의 희생과 눈물의 미학’은 학문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것이 이정옥 교수의 생각이다. 

멜로드라마를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멜로드라마가 품고 있는 모순과 역설을 파악하고, 그동안 그늘에 감춰져 있던 부분들까지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옥 교수는 이런 연구가 이뤄져야 ‘여성의 희생과 눈물의 미학’에서 ‘약자의 희생과 눈물의 미학’으로 확산되는 등, 사회의 모습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멜로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대중서사학회의 연구자, 교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이정옥 교수의 발제 뒤에는 정혜경 순천향대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