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문학정신 왜곡하고 가치 오염시켰다’ 동인문학상 폐지 촉구 집회 열려
‘동인문학상, 문학정신 왜곡하고 가치 오염시켰다’ 동인문학상 폐지 촉구 집회 열려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11.2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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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참석자들 모습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위 참석자들 모습 [사진 = 육준수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조선일보에서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시상식이 11월 23일 오후 5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렸다. 시상식장 앞에는 민족문제연구소,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역사정의실천연대, 인천 민예총 등 시민단체들이 모여 동인문학상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친일문인기념문학상(이하 친일문학상)인 동인문학상이 “문인들의 문학정신을 왜곡하고 민족의 정신사를 말살하고 문학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마저도 오염시켰다.”며 동인문학상의 운영 중단, 수상 및 심사 거부 등을 촉구했다.

동인문학상은 소설가 김동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학상으로 현재는 조선일보가 주관하고 있다. 동인문학상이 친일문학상으로 비판받는 것은 김동인의 적극적인 친일행보가 배경에 있다. 김동인은 다른 친일문인들이 으레 하는 “순진해서 그랬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작용하기 어려운 인물인데, 일제의 태평양 전쟁, 강제 징병, 내선일체 등을 적극적으로 옹호 및 홍보했으며, ‘황군 위문단’을 결성해 중국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군을 위문 방문했기 때문이다. 해방을 맞이하는 1945년 8월 15일 오전에는 조선총독부 정보과장 아베 다쓰이치를 만나 더 효과적으로 친일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단체 결성을 허가받고자 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광폭적인 친일 행보를 보였던 김동인이기에 친일문학상에 대한 비판이 재점화된 2016년 이후 동인문학상 폐지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육당 춘원 문학상 제정 철회, 5.18 문학상 논란, 미당문학상 잠정 폐지 등의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인문학상이 수상자로 이기호 소설가를 선정하고 11월 23일 시상식을 진행하자 시민단체들이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에 이른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인천 민예총,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 및 일반 시민 40여 명이 자리했으며, 성명서 발표, 규탄 발언, 구호 제창 등이 이뤄졌다.

성명문을 읽고 있는 인천 민예총 정세훈 이사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성명문을 읽고 있는 인천 민예총 정세훈 이사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성명서 발표는 인천 민예총 정세훈 이사장이 맡았다. 정세훈 이사장은 “한국의 문학계에는 여전히 ‘친일문인’을 기리는 기념사업과 함께 ‘친일문인기념 문학상’이 도사리고 있다.”며 이들은 “일제에 적극 옹호하고 일본국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자고 했던 문인”이자 “민족을 배반한 자”, “제국주의와 식민지 전쟁의 앞잡이 노릇을 한 ‘전범들’”이라는 것이다.

이어 “친일문인들은 한국문단의 권력자가 되었다.”며 “단 한마디의 사과나 반성도 없었다.”고 지적했으며, 나아가 친일문학상을 주고받는 문인들이 “문학정신을 왜곡하고 민족의 정신사를 말살하고 문학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마저도 오염시켰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친일문학상에는) 보수언론이 문단에 개입하여 문화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행사하려는 의도적인 음모가 들어있다.”며 “문학적 자존심을 지녀야 할 작가들이 이같은 공모에 영혼을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하여 조선일보를 대상으로 동인문학상 운영 중단을, 작가들에게는 “최소한의 고민도 없는가?”, “문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후대의 작가들에게 정말 부끄럽지 않은가?”를 묻고 심사와 수상 거부를 촉구했다.

성명문을 읽고 있는 인천 민예총 정세훈 이사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방학진 기획실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성명문 발표에 이어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이 김동인의 친일 행적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으며, 김동인이 일제에 부역하며 남긴 어록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미 자란 아이들은 할 수 없지만, 아직 어린 자식들에게는 '일본과 조선'의 별개존재라는 것을 애당초부터 모르게 하련다. 대동아전쟁이야말로 인류 역사 재건의 성전(聖戰)인 동시에 나의 심경을 가장 엄숙하게 긴장되게 하였다.”(매일신보, 1942.1.)
"내 몸은 이제부터는 내 것이 아니요 또는 가족의 것도 아니요 황공하옵게도 폐하 것"(매일신보, 1944.1.)
"학병제야말로 조선인의 황민화의 정도, 조선인의 일본인적 애국심의 강도를 다루어 보는 저울"(매일신보, 1944.1.)

방학진 기획실장은 “김동인은 해방 이후에도 자신의 친일에 대해 변명을 일관하며 조선민족을 살리기 위해 앞장섰다고 이야기했다.”며 “동인문학상에 축하를 보내시는 분들은 그 김동인의 글부리에 죽어갔던 조선인 청년을 생각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위 중인 시민단체 모습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위 중인 시민단체 모습 [사진 = 육준수 기자]

규탄 발언에서 박몽구 시인은 “유력한 소설가들이 동인문학상의 상금과 명예에 눈이 어두워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수상한다는 것은 문인으로의 이름을 더럽히고, 명예를 더럽히고, 한국문단을 추하게 만드는 온상이라 생각한다.”며 올해 수상자인 이기호 소설가를 비판했다. 박 시인은 “이번 수상자 이기호 씨는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고 한국의 살아있는 정신을 대표하는 곳인데, 그런 도시에서 문학을 하고 제자를 가르치는 교수가 이런 상을 수상한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치욕스러울 뿐더러 한국 민주주의의 숭고한 정신을 몰각하고 망가뜨리는 사태라 생각한다. 이기호 씨는 즉각 반성하고 상의 수상을 취하하기를 진정으로 바라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규탄 발언 중인 박몽구 시인과 김자현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규탄 발언 중인 박몽구 시인과 김자현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자현 시인은 “문학상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사상과 삶과 정신을 높이 기리고자 자손만대 길이 보전 계승시키고자 하는 것이다.”며 때문에 “친일문학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고 시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규탄했다.

조선일보 미술관 정문. 시위대의 입장을 제한하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조선일보 미술관 정문. 시위대의 입장을 제한하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친일문인 김동인을 기념하는 동인문학상을 폐지하라”, “조선일보는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문인을 기리는 행위를 중지하라”, “친일문인 기념문학상을 버젓이 주고받는 자들은 반성하라!”, “거액의 상금에 눈이 먼 수상자들은 반성하라!” 등의 구호를 제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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