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 시인 친일시의 전략적 조명 강조, '문학적 기법으로 한 반인륜행위 규명해야'
하린 시인 친일시의 전략적 조명 강조, '문학적 기법으로 한 반인륜행위 규명해야'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1.24 2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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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시인 친일시의 전략적 조명 강조, '문학적 기법으로 한 반인륜행위 규명해야'.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하린 시인 친일시의 전략적 조명 강조, '문학적 기법으로 한 반인륜행위 규명해야'.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국민총동원령의 강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징용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친일문학을 썼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일” 
- 나의 문학인생 7장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미당 서정주는 1992년 월간 ‘시와 시학’ 가을호에 실린 ‘나의 문학인생 7장’에서 자신의 친일 행위에 대해 변명했다. 친일시를 쓴 것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서정주는 자살공격을 종용하는 ‘마쓰이 오장 송가’와 전두환의 독재를 칭송하는 시 등 다수의 반인륜적인 시를 쓴 문인이다. 그가 친일시를 쓴 것이 과연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을까? 

친일 문인을 옹호하는 이들은 주로 작가의 친일이 시대 상황에 의한 강압적 행위였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친일문인들의 시나 소설에 자발성이 있다고 밝혀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친일시’가 설득을 위한 효과적 담화구조를 취한 시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친일문인들이 친일을 전파하기 위해 문학의 기법을 적극적으로 동원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담양전남도립대학에서는 ‘제19회 동아인문학회 국제학술대회’를 맞아 문학 및 인문학에 대한 7개 분과 발표가 진행됐다. 하린 시인은 ‘문학’ 제3 분과에서 “친일시 연구의 다층적 접근 방법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하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하린 시인은 ‘친일시’에는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친일시가 가지고 있는 교묘함과 전략성 등을 소상하게 알 수 있으며, 친일 문인들이 얼마나 ‘진정성’있게 친일시를 썼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린 시인은 친일시는 선동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목적지향시’라고 정의했다. 때문에 이러한 시를 연구할 때에는 ‘친일’이라는 용어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 내용적 측면에만 접근하면 담화구조를 파악하지 못할 수 있으니, 다층적 접근 방식으로 그간 보지 못했던 전략과 목적 등을 파악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방식은 친일시를 옹호하는 것이 아닌, 보다 본질적 측면을 세밀하게 탐구하는 것이라고 하린 시인은 이야기했다. 예컨대 임종국은 “방대한 실증자료를 통해 친일 문학의 배경과 단체, 간행물, 문학인들의 친일 행위”를 밝혀내 친일문학 연구의 초석을 다졌으며, 이후 후발주자들의 연구는 친일시가 비윤리적, 비문학적 행위의 소산임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하린 시인은 세 편의 친일시를 예로 들며, 그 시들의 담화구조를 살폈다. 

하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하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하린 시인은 친일시의 담화구조에서 가장 많이 드러나는 형태는 “청자 지향성을 갖는 화자가 ‘선동’을 노골적으로 발화하고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이광수의 시 ‘새해’와 모윤숙의 시 ‘내 어머니 한 말씀에’에는 혈족인 ‘엄마’가 화자로 등장해 자식의 학도병 지원을 종용한다. 이광수의 ‘새해’에는 “씩씩한 우리 아들들은 총을 메고 전장으로 나가고”라는 구절이, 모윤숙의 ‘내 어머니 한 말씀에’에는 “중하지 않으냐 가정보다 나라가 크지 않으냐”라는 구절이 있다. 

또한 김종한의 시 ‘살구꽃처럼’은 비유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살구꽃처럼 
살구꽃처럼 
전광 뉴스대에 하늘거리는 
전쟁은 살구꽃처럼 만발했소 

음악이 혈액처럼 흐르는 이 밤 
살구꽃처럼 
살구꽃처럼 흩날리는 낙하산부대 
낙화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살구꽃처럼」 부분

하린 시인은 “전쟁은 살구꽃처럼 만발했소”라는 구절은 “살구꽃이 만발하는 장면과 수도 없는 포탄이 터지는 장면이 교차되는 효과”를 보여준다고 말했으며, 낙하산부대와 살구꽃의 결합은 “전쟁의 순간을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로 다가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음악이 혈액처럼 흐르는 이 밤”이라는 구절은 시 전체에서 반복되어, 역동적 이미지까지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하린 시인은 이같은 담화구조를 살피면, 김종한이 단순한 청자 지향성에서 벗어나 “문학적 표현 방법에 상당히 신경을 쓴” 미학적 요소가 가미된 친일시를 썼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친일 문인들은 문학 작품의 미학적 특성까지 고려해가며 친일에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린 시인은 이러한 담화구조를 연구할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부류의 친일시가 가지고 있는 구조와 요소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시 창작의 다층적인 방법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9회 동아인문학회 국제학술대회 제3 분과발표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제19회 동아인문학회 국제학술대회 제3 분과발표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동아인문학회 국제학술대회의 제3분과 발표는 하린 시인의 발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분과 발표 뒤에는 1~7 분과의 연구자들이 함께한 ‘종합토론’이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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