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방희 시인, “문학이 밥 먹여줄 날이 올 것이다” 시인보호구역에서 ‘촉촉한 특강’ 진행
박방희 시인, “문학이 밥 먹여줄 날이 올 것이다” 시인보호구역에서 ‘촉촉한 특강’ 진행
  • 김정하 객원기자
  • 승인 2018.11.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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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특강’ 스물두 번째 행사가 시인보호구역에서 진행됐다. 사진 제공 = 박종천
‘촉촉한 특강’ 스물두 번째 행사가 시인보호구역에서 진행됐다. 사진 제공 = 박종천

[뉴스페이퍼 = 김정하 객원기자] 한국작가회의가 주최하고 시인보호구역이 주관한 ‘촉촉한 특강’이 지난 20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시인보호구역에서 개최됐다. 이번 특강은 2018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이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고 있다. 강사는 대구문인협회 회장인 박방희 시인이 초대되었으며, ‘시인의 육성으로 듣는 시와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촉촉한 특강’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지난해에는 시인 도종환, 박준, 이혜미, 김성규, 윤석정, 김용락, 손택수, 손미, 이선욱, 이원규, 이하석 등이 참여했다. 최근에는 대구시인협회 회장인 윤일현 시인,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장인 박승민 시인이 초대되었으며, 이번 특강은 스물두 번째 시간이다.

특강은 박방희 시인의 시를 노래로 한 ‘詩린입술’ 공연과 ‘대구시낭송예술협회 회원’들의 시 낭독 무대 그리고 ‘박방희 시인’이 직접 들려주는 시 낭독 순으로 이루어졌다. 

박방희 시인은 1946년 경북 성주 출신으로, 1985년부터 무크지 '일꾼의 땅'과 '민의',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집으로는 동시집 "참새의 한자 공부", 우화동시집 "가장 좋은 일은 누가 하나요?", 동시조집 "우리 속에 울이 있다" 외 다수가 있다.

대구문인협회 회장인 박방희 시인이 낭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박종천
대구문인협회 회장인 박방희 시인이 낭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박종천

나무는 태생적으로 선골이다 
줄기 하나로 시작한
나무의 길은 하늘로 가고 
천수관음의 손으로 우주를 만진다
절망을 움켜잡으며
땅속 어둠에 박은 뿌리는
지구를 들고 있다
나무는 태생적으로 선풍이다
나고
성장하고
노쇠하여
고사목이 되고
마침내 한 짐 화목으로
스스로 다비 한다 
- 「나무 다비 茶毘」 전문

박 시인은 <나무 다비> 낭독을 마치고, “지난 여름에 강원도 설악산에 조오현 스님의 다비식을 다녀왔다”며, “스님의 다비식과 나무, 스스로 다비하지 않는 순간적인 어떤 느낌에서 시를 쓰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나무야말로 태생부터 진정한 선물”이라며, “하늘을 향해 똑바로 서 있고 겨울이 되면 잎들을 전부다 버리고 맨몸으로 아주 용맹적이다. 선사가 벽을 보고 파도를 품고 정기가 나듯이, 선물이라는 것은 신선의 골격이고 성품은 어떤 신선의 기품, 풍채다. 그래서 나무야말로 태생적으로 선물이고 성품이다. 그 나무가 위로 손을 뻗어서 하늘을, 우주를 받치고 열들과 우주를 어루만지고 뿌리는 땅에 박고 지상과 하늘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뿌리는 어둠 속에서 지구를 옮기고 있다. 지구가 떨어지지 않고 계속 돌아가는 것은 나무들이 지구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는 태생적으로 선사를 닮았다. 마침내 이 나무는 나서 성장하고 노쇠하여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서 스스로 다비한다.”고 말했다. 

대구문인협회 회장인 박방희 시인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진 제공 = 박종천
대구문인협회 회장인 박방희 시인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진 제공 = 박종천

이어 행사에 참석한 청중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앞서 질문을 좋아한다며, 어떤 질문이든 답변할 수 있다는 말에 질의응답이 한 시간 이상 진행되었다.

박 시인은 “동화, 소설은 주제를 잡고 구성을 하고 스토리를 찾아야” 하지만 “시는 동시, 시조, 시 운문은 다 같다.”며, “순간적인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던지, 어떤 시상이 오면 그걸 잡아서 동심에 관련된 것이나 아이들 시선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동시로 쓴다.”고 밝혔다. 
또한 박방희 시인은 “제가 아이 같아서 그런지 동시를 가장 많이 쓴다.”며, “요즘은 어른이 되어 가는지 시조를 많이 쓴다. 그런데 30, 40대 때는 시를 많이 썼다. 그 느낌이 동심과 가까우면 동시로 가고, 전통적인 정서와 운율이 따라붙으면 시조로 간다. 철학이라든지, 복잡한 내용으로 가게 되면 시로 확 풀어서 간다. 그렇게 쓰는 게 행복하다. 길을 가다가 지갑을 줍는 느낌과 같다. 여러분들은 시 쓴다는 게 머리가 아프고 힘들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대구교육박물관에 선생님의 동시가 큰 돌에 새겨져 있다. 그것과 거리에서 자신의 시를 봤을 때나 다른 사람들이 내 시를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박 시인은 “그냥 이런 게 있네 하는 정도이다. 예전에 내 시가 서울 지하철에 게시된 적이 있었다. 그것도 큰 감동은 없었다. 그저 나도 시인이니까 길거리에도 게시되고, 버스정류장에도 게시되고, 대구교육박물관에도 시비가 세워지고. 교과서에 또 한 편이 실렸다. 그것 가지고 자랑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도 내가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것에 치중하다보면 그런 것에 잘 휘둘리게 된다.”고 밝혔다. 
  
한 청중은 “며칠 전에 노벨문학상 자체가 없어진다고 뉴스에 나왔는데, 순수문학상을 제안했던 우리 문학인들 입장에서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런 차제에 세계 문학도 걱정이 되지만, 우리 한국 문단의 미래도 걱정된다. 그래서 우리 문단의 길은 앞으로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박방희 시인은 “아마 노벨문학상이 폐지될 것이라는 건 가짜 뉴스 같다.”며 “현혹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국 문단을 우리가 실제로 저평가하고 있다. 한국 문학이 한국에 상당한 발전을 해왔고, 깊이와 폭도 상당하다. 세계 문학 대열에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앞으로 문단 인구와 치열성을 볼 때 문학이 사라지지 않나하는 우려 속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철학이 하는 일, 이야기하는 일, 예술이 하는 일을 문학이 할 수 있다. 문학이 지금은 ‘시가 밥 먹여주나’하고 통념되어 있는데 문학이 밥을 먹여줄 날이 올 것이다. 앞으로의 인류의 삶이 창조적인 것이 가장 근본이 되는 그런 시대가 멀지 않을 것이다. 시인들도 만세를 부를 날이 올 것이다. 포기하지 마시고 창작하시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SNS 시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시냐”는 질문에, 박 시인은 “인기에 부합해서 인기로 영업하는 사람들은 망할 것”이라며, “그런 건 메뚜기 한 철이듯 한 때이다. 길게 보면 바닥에 드러나기 때문에 부러워할 필요 없다. 시인은 가난해도 된다. 영혼이 풍부하고 정신이 부자인데, 조금 가난하면 어떠냐. 요즘은 밥 먹고 살지 않나. 굶주리고 옷 벗고 하는 사람들 없지 않느냐. 나도 돈벌이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전업 작가로 소개되어 있지만 쓰는 게 적다. 마음이 풍요로우니까 굉장히 부자인 느낌이다. 시인은 이런 게 좋다. 뭔가 많이 가지면 좋은 시를 못 쓴다. 정말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할 작품을 쓸려면 그런 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연필 한 자루만 쥐고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필은 세상을 벨 수 있는 칼이다. 그 칼을 휘둘러야 한다. 그래서 승부를 봐야한다.” 고 전했다. 

이야기를 마치며 박방희 시인은 “저는 자유롭다는 게 직장을 버렸기 때문에 자유롭다.”며 “먹고 사는 거는 해결되어야 한다. 먹고 사는 게 해결 안 되는데 일을 안 하면 안 된다. 저는 먹고 사는 게 해결되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고 여유롭다.”고 말했다.

‘촉촉한 특강’ 행사를 마친 후 촬영한 단체사진. 사진 제공 = 박종천
‘촉촉한 특강’ 행사를 마친 후 촬영한 단체사진. 사진 제공 = 박종천

이날 박방희 시인이 함께한 ‘촉촉한 특강’은 많은 사람들의 참석 가운데 성황리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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