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공부한 ‘타인의 슬픔’. 신형철 평론가,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 대한 강연 펼쳐
세월호 참사 후 공부한 ‘타인의 슬픔’. 신형철 평론가,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 대한 강연 펼쳐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2.0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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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476명의 탑승객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는 진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세월호가 침몰되는 과정은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참사를 목격한 이들은 큰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꼈으며, 국가적인 애도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슬픔에 빠진 것은 문학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문학인들은 문학이나 낭독회를 여는 등의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추모했다.

신형철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신형철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지난 7일 광주 대인시장에서는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맞아 진행된 ‘아시아문학난장’의 내부 프로그램인 신형철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북 콘서트가 진행됐다. 이날 신 평론가는 독자들과 만나 자신 역시 세월호 참사에서 슬픔을 느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밝혔으며,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형철 평론가는 자신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참사 이후 느낀 “타인의 슬픔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쓴 책이라 이야기했다. 신 평론가는 참사를 겪으며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꼈으나, 그것은 엄연히 타인의 감정이라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함과 안타까움, 답답함이 있었고 이로 인해 ‘슬픔’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공부를 하려면 내게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신형철 평론가는 고민 끝에 타인의 슬픔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에게 있는 “한계의 세 층위” 때문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이야기했다. ‘육체라는 경계’와 ‘영혼의 깊이’, 그리고 ‘심장이라는 조건’이다.

신형철 평론가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신형철 평론가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육체라는 경계’는 실질적으로 타인과 나의 ‘몸’이 다르다는 “일차적인 경계”를 의미한다. 신형철 평론가는 아내가 수술을 받았을 때 회복실에서 아내의 곁을 지켰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신 평론가는 침대에 누운 아내가 “너무 아프다”는 말을 반복했으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너스콜을 해도 간호사는 ‘일반적인 일이니 기다리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신형철 평론가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거의 이삼십 분 가까이 그냥 같이 엉엉 울었다.”고 이야기했다. 

‘영혼의 깊이’는 아무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는 한계를 말한다. 신형철 평론가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철학자 ‘장 아메리’는 “한 사람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에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는 그 사람을 제외한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맥락의 말을 했다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타인의 영혼에는 너무나 깊기 때문”에 그 슬픔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한계는 ‘심장이라는 조건’이다. 자신의 심장은 절대로 타인의 삶을 위해 멈추지 않으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의 생명을 우선시한다는 조건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사랑의 번역”이라는 책에는 “인간은 자기가 원인이 아닌 타인의 슬픔에는 깊게 공감할 수 있지만, 자기가 원인을 제공한 슬픔에 대해서는 냉정할 수 있다.”는 맥락의 말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타인의 슬픔을 인정하는 행위가 자신에게 죄악감을 느끼게 한다면, 우리는 그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 평론가는 이처럼 ‘심장’은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다양한 한계가 있지만, 신형철 평론가는 이 한계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못 하는 일을 인간의 한계로 취급한다는 것은 “나 하나 용서하자고 모든 인간을 용서하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형철 평론가는 한계를 구실로 자신을 용서하지 말고, 한계를 넘고자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형철 저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사진 = 육준수 기자
신형철 저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렇다면 인간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신형철 평론가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세 가지 측면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로 현장, 관점, 감정에 대한 공부이다. 다만 이 세 가지를 전부 몸으로 체득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형철 평론가는 독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에 가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현장’이라는 것은 대단히 범위가 넓고 포괄적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대신 현장에 가장 가까운 이들의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인 정혜신의 “적정심리학”과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적정심리학”에 대해 “적정기술에서 나온 말로, 이 사람에게 딱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심리학을 말한다고 말했다. 신 평론가는 “세월호 참사 때도 전문가들은 안산에 가서 유족에게 설문지를 돌렸다.”며 현장과 정부에서 하는 일은 다르다고 말했다. 김승섭의 “사회역학”에 대해서는 “고통을 받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고통이 커지는지”와 “다른 사람의 고통이 우리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 책이라 설명했다. 

‘관점’에 대한 공부는 현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의미한다. 기타노 다케시는 2만 명이 죽은 사건이 있으면 “이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한 명이 죽은 사건이 이만 번 일어난 것”이라 말했다며, 신형철 평론가는 “누군가의 아내와 자식 2만 명이 동시에 죽었다고 생각하면 이 사건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신형철 평론가는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우리는 쪼갤 수 없는 한 개인이 아니라, 쪼개져서 내 안에 내가 여러 명 있다.”는 맥락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다른 누군가와 만난 순간 A라는 내가 생긴다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순간에는 B라는 내가 생긴다는 것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이때 “어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이 사람과 나 사이에 있는 나도 같이 죽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관점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문학 작품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형철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문학 작품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형철 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감정’에 대한 공부는 바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문학이 하는 역할은 인간의 경험에 대한 비명제적 지식을 늘리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여기서의 비명제적 지식은 “알고는 있지만 경험하지는 못한 것에 대한 지식”으로, 가족을 잃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그 슬픔을 어림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신 평론가는 이런 지식은 실제 가족을 잃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으나, 실제 경험하기에 앞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문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형철 평론가는 소설이나 시 등을 통해 “슬픔을 알 것 같다가도, 한동안 문학 작품을 보지 않게 되면 다시금 슬픔을 모르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내 슬픔도 잊게 되며, 타인의 슬픔은 자연스레 잊게 된다는 것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슬픔을 잊고 자꾸 타인을 만나면, 악하지 않아도 타인을 상처 입힐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며 “주사를 맞듯이 시를 읽고 소설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독서가 대단한 습관은 아니지만, 그나마 덜 폭력적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주장이다.

신형철 평론가가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신형철 평론가가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행사는 광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참여 속에서 끝을 맺었다. 행사 뒤에는 신형철 평론가의 사인회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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