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과잉공급 시대, 북 큐레이션 중요도 커진다!’ 책생태계비전포럼 ‘북 큐레이션의 힘’ 성료
‘책 과잉공급 시대, 북 큐레이션 중요도 커진다!’ 책생태계비전포럼 ‘북 큐레이션의 힘’ 성료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12.0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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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에 발행된 신간 도서의 종수는 약 5만 3천 종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약 147권의 신간이 발행되고 있는 셈이다. 출판사 또한 새로이 늘어나고 있고, 신간 발행 종 수는 많아지는 한편 독자 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으며, 연간 독서량은 성인 8.3권으로 15년 대비 0.8권 감소됐다.

책을 만드는 사람도 새로운 책도 늘어나고 있지만 독자는 점점 감소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과도하게 책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너무나도 많은 책은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독자에게 다가갈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시된 키워드가 바로 ‘책의 발견성’이다. 책이 독자에게 발견되거나 독자가 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성질, 즉 책의 발견성 강화 및 확보를 위해 출판 브랜드 구축, 전문성 확보, 독자 관리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강조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수 년 사이 발견성 강화를 위한 노력은 출판계 전반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출판사들은 독자 공동체를 육성하기 시작했으며 동네서점은 공간을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독자들이 책과 더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 큐레이션 또한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서점은 서점 MD(머천다이저)를 적극 기용하여 독자들에게 도서를 추천하고 있으며, 장서의 수가 부족한 동네서점들은 지역 주민들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행사가 열린 프레스센터 20층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가 열린 프레스센터 20층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렇듯 북 큐레이션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큐레이션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고 도서관, 서점,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는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이 11월 29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2018책의해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로, 책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책, 저자,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독자 등을 살펴보고 비전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해외 연사 마이클 바스카, 리야 크레소와티, 호시노 와타루와 국내 연사 오지은, 이용주의 주제 발표 및 사례 발표가 진행됐으며, 첫 발표를 맡은 마이클 바스카는 큐레이션이 어떤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강연 중인 마이클 바스카 [사진 = 김상훈 기자]
강연 중인 마이클 바스카 [사진 = 김상훈 기자]

마이클 바스카는 영국의 경제학 연구자이며 저널리스트이며 디지털 퍼블리싱 콘텐츠 기업 카넬로(Canelo)의 발행인이다. 국내에는 큐레이션의 개념을 살펴보고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는 책인 “큐레이션”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마이클 바스카는 미술관과 박물관의 등장으로 인하여 18세기 말부터 지금과 유사한 형태의 전문적 큐레이터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며 예술의 경계선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지 설명할 수 있는 큐레이터의 역할은 더더욱 커졌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미술관과 박물관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큐레이션이 지금에 와서 왜 커졌을까”를 생각해보았다며, 이 원인을 인터넷의 발달에 있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으로 인하여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콘텐츠 및 상품 공급이 너무나도 ‘과다(superabundance)’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이클 바스카는 “우리의 삶과 사회에서 희소성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됐다.”며 상품 뿐 아니라 정보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바스카는 “정보생산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며, 인류 역사에서 전례 없는 양의 정보가 생산되고 있다.”며 “3백경 바이트에 달하는 정보가 매일 생산되고 있고,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이뤄질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하여 더 많은 생산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늘어났다는 것이 곧 소비자의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이클 바스카는 “너무 많은 제품이 있다는 것은 선택할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선택권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들은 선택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당황스러워 한다.”고 말하고 콜롬비아 대학 쉬나 아이엔가 교수의 ‘잼 실험’을 소개했다.

쉬나 아이엔가 교수의 ‘잼 실험’은 더 많은 선택이 주어지는 것이 꼭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쉬나 아이엔가 교수는 슈퍼마켓의 진열대 한 쪽에는 6종의 잼을 두고, 다른 한 쪽에는 24종의 잼을 두고 사람들이 어느 쪽의 잼을 더 많이 구입하는지를 관찰했다. 실험 결과 6종의 잼을 둔 진열대에서는 30%가 잼을 구입했지만, 24종의 잼을 둔 진열대에서는 불과 3%만이 잼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4배나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지만 소비자는 선택을 통한 실수를 피하고 싶어 했고, 때문에 선택지가 적은 쪽을 선호했던 것이다. 

‘잼 실험’을 소개한 마이클 바스카는 “시장에서 완전 포화가 일어나면 큐레이션의 중요성이 높아진다.”고 이야기했다. 큐레이션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선별(Selecting)과 배치(rearrange)라는 과정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마이클 바스카는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 회사를 비롯해 오프라인 유통, 판매에서도 ‘하이퍼 큐레이팅’ 된 매장만이 살아남고 있으며, 출판의 세계 또한 큐레이션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마이클 바스카는 매년 영어로 발간되는 신간의 종 수는 100만 종을 넘었다고 밝히며 “백만 권을 출판하는 것과 독자에게 딱 맞는 완벽한 책을 찾는 것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출판사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더 밝혀야 한다. 좀 더 명확하고 잘 정의가 된 큐레이션 전략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바스카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마이클 바스카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포럼은 리야 크레소와티(영국 북초이스 디렉터)의 “독자를 만드는 북 큐레이션”, 호시노 와타루(일본 문화통신사 편집장)의 “책의 현장과 북 큐레이션” 발표를 통해 해외의 북 큐레이션 사례를 살펴보는 자리가 이어졌으며, 국내 사례로는 오지은(광진정보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의 큐레이션 사례를, 이용주(우분투북스 대표)가 서점에서 이뤄지는 북 큐레이션 사례를 살펴보았다.

한편 책생태계 비전 포럼은 오는 12월 13일 “책의 해 결산과 책 생태계의 과제”라는 주제로 책의 해로 지정된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살펴보고 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