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작가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광주아시아문학페스티벌, 세계 작가들 참여한 평화포럼 마쳐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작가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광주아시아문학페스티벌, 세계 작가들 참여한 평화포럼 마쳐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2.0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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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작가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팔레스타인과 오키나와 등 현재 분쟁을 겪고 있거나, 과거 분쟁의 여파로 시름을 앓고 있는 나라의 작가들과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평화를 위해 현 시대 작가들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기 위함이다. 

평화포럼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평화포럼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지난 7일 광주아시아문화전당 지하2층 국제회의실에서는 해외의 작가들이 참여한 “평화포럼 :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가 진행됐다. 이날 포럼은 2018 제2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다양한 국가의 작가들이 발제자나 토론자, 청중으로 참여했다. 

행사의 1세션에는 팔레스타인 소설가 자카리아 무함마드와 오키나와 소설가 사키야마 다미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작가들은 평화에 큰 위협이 되는 요소로 ‘전쟁’을 꼽으며, 작가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자카리아 무하마드. [사진 = 육준수 기자]
자카리아 무하마드. [사진 = 육준수 기자]

- ‘평화가 포위당한 시대, 평화의 노래 멈추지 말아야’

팔레스타인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자카리아 무하마드는 ‘평화’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력에 의해 만들어진 평화는 진짜 평화라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자카리아는 과거에는 ‘평화’라는 말이 “어느 곳에서나 귀하게 여겨지고 칭송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이 칭송이 “입에 발린 말에 불과하며, 정치계 권력자들은 평화의 깃발 아래에서 전쟁 사업을 진행”했으나, 적어도 대외적으로나마 ‘평화’를 추구하는 체하며 하나의 깃발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평화라는 말이 옆으로 치워진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고 자카리아는 말했다. 이제는 겉으로도 평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몰염치한 이익’을 깃발 삼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카리아는 “미국 우선주의”를 이익을 추구하며 전쟁을 하는 예로 제시하며, “이제는 토마호크가 신성한 깃발이다.”라고 비꼬았다.  

때문에 자카리아 무하마드는 “현재 평화는 포위당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평화’라는 단어는 실질적인 힘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이 평화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평화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자카리아는 강조했다. 또한 “사막에 고립된 가엾은 부족”과 같은 평화의 생존을 위해 우리는 “물과 대추야자 열매를 제공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평화’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저절로 솟구치는 것이 아닌 세계 곳곳에 살아가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며, 설령 평화가 이미 사라지고 없더라도 평화를 새로이 만들어낼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해 자카리아는 이 평화에는 존엄성과 권리, 공평함, 민주주의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강압에 의해 만들어진 평화는 “죽은 평화”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끝으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가 가진 것은 오직 이 짧은 글 뿐”이라며, 자카리아 무하마드는 “시는 항상 나를 간명히 말하도록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시를 쓰기 때문에 자신은 적극적으로 평화를 말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시를 통해 이러한 생각을 관철해나가겠다는 뜻이다.  

사키야마 다미. [사진 = 육준수 기자]
사키야마 다미. [사진 = 육준수 기자]

-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월경광장’을 상상하다

오키나와의 소설가인 사키야마 다미는 전쟁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오키나와의 민중을 이야기하며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월경광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키나와는 2차 세계 대전 아시아태평양 전쟁 당시 격전지로, 20만 명의 오키나와 인구 중 5만 명이 사망한 ‘비극의 섬’이기도 하다. 전쟁 이후에는 미군 기지가 들어섰으며, 미군 기지로 인한 사건사고를 안고 있기도 하다. 

사키야마 다미는 “‘오키나와 전투’의 상처는 표면화되기 힘든 오키나와 사람들의 정신생활에도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전쟁 체험자들의 폭력의 연쇄는 현실 문제로 여러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오키나와의 가정 폭력 피해가 다수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폭력의 연쇄가 미묘하고도 심각하게 드러나는 한 예”인 셈이다.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의한 사건사고도 다발했다. 가장 오래된 사건으로는 1955년에는 6세 소녀를 미군이 살해한 ‘유미코 양 사건’이 있으며, 지난 2016년 5월에는 우루마 시의 20대 여성이 폭행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키나와 전투를 경험한 오키나와는 과거의 희생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감각을 갖추게 된다. 사키야마 다미는 “오키나와 전투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전쟁에 대한 신체화된 저항감각은 오키나와 민중의 ‘뿌리’가 되었다.”며 작년에 열린 현 지사 선거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노코에 새로운 미군 기지를 건설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오나가 전 지사의 의지를 이은 다마키 데니가 지사로 선정된 것이다. 

오키나와는 전쟁의 직접적인 전장이었으며, 그로 인한 상처로부터 힘겹게 치유의 길을 가고자 하고 있다. 사키야마 다미는 “지난 전쟁에 대한 반성은 왜 현실의 평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를 생각해보았다고 밝혔다. 사키야마 다미는 국가의 이기주의적 발상과 경계 내의 규범이 사람들을 옭아 메기 때문에 타자를 배제하게 된다고 보았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될 수 없을까? 이를 위해 사키야마 다미는 사상 잡지 ‘월경 광장’을 창간한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경(越境)은 국경을 넘는다는 의미의 한자어로, 사키야마 다미가 동료들과 2015년 창간한 “월경 광장”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타자, 즉 대만,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사람들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사키야마 다미는 “오키나와는 대국의 힘의 정치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사유할 수 있는 장소”이며 “메시지가 경계를 넘어 전달되기 위해서는 언어 장벽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언어로 번역되기를 희망하는데, 느린 리듬으로 진행되더라도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발제자들의 발제 이후에는 토론자들이 함께한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많은 문학인들의 참여 속에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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