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비평가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요즘비평포럼, 새로운 비평 주체 살펴보는 제5차 포럼 성료
‘비평과 비평가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요즘비평포럼, 새로운 비평 주체 살펴보는 제5차 포럼 성료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12.0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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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요즘비평포럼이 열린 카페창비 지하 1층 [사진 = 김상훈 기자]
제5차 요즘비평포럼이 열린 카페창비 지하 1층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창비학당이 함께하는 요즘비평포럼 제5차 포럼이 지난 11월 29일 오후 7시 카페창비 지하 1층에서 개최됐다. 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포럼의 주제는 “비평/가들 – 비평과 비평 주체의 확장”으로, 비평과 비평 주체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새로운 비평과 비평가는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마련됐다. 

지난 3년 동안 한국 문학계는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으며,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비평은 항상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2015년 신경숙 표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문단권력 논쟁에서 비평과 비평가는 주된 비판 대상이 되었다.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비평과 비평가가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한 토론회 자리에서 오창은 중앙대 교수는 신경숙의 표절 이면에는 “비평의 무기력, 비평의 위기와 무능의 상황이 자리한다.”며 “담론을 담당하는 비평가들의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페미니즘 리부트, 촛불혁명 등 사회 변화와 문예지 매체의 변화에서 기존의 비평이 가진 위상은 급속하게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페미니즘 리부트의 과정에서 나타났던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미투 운동 등은 남성 위주의 문학장에 경종을 울렸고, 촛불혁명에서 보여주었던 독자, 시민의 정치 비평적 역량은 몹시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었다. 문예지 매체에서는 기존 문예지가 폐간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새로 등장한 문예지는 비평 지면을 축소하거나 없애는 경향을 보여줬다. 

사회를 맡은 김요섭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사회를 맡은 김요섭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제5차 요즘비평포럼의 사회를 맡은 김요섭 평론가는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성 비평가들의 지면 축소’로 이해할 일이 아니다.”며 “기존 제도에 의해서 비평적 역할이 승인된 ‘대학-등단제도-연구자’의 범위를 넘어서 다양한 비평적 주체로 구성된 해석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변화가 기성 비평 주체에 대한 적극적인 폐기의 선언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으며, “비평 주체의 변화와 그들에 의해서 만들어질 해석 공동체에 기존의 비평가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는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고 보았다.  

김요섭 평론가는 “새로운 비평/가들의 등장에 대한 문단에서의 비평적 논의들이 전개된 과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비평과 비평 주체의 조건이 무엇인지 여러 비평가들과 함께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제5차 요즘비평포럼은 김요섭 평론가가 사회를 맡았으며, 박혜진, 소영현, 오영진 평론가가 패널로 참여했다. 

- 편집자로서의 비평 통한 독자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

요즘비평포럼의 패널로 참여한 박혜진 평론가는 평론가보다 편집자로서 더 알려져 있다. 최근 100만 부를 판매하며 지난 수 년 사이 큰 붐을 불러일으킨 “82년생 김지영”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학 출판이 일반적으로 문학상을 통해 작품을 선발하거나 문예지를 거쳐 평론가들의 ‘확인’과 ‘검증’을 거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82년생 김지영”은 편집자의 안목이 발굴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초고가 민음사 작품 투고용 이메일에 투고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박혜진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마이크를 잡고 있는 박혜진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포럼을 찾은 박혜진 평론가는 편집자로서 비평을 수행하는 행위와 독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혜진 평론가는 먼저 편집자로 참여했던 “릿터”와 “오늘의 작가상”의 사례에 대해 밝혔다. 

“릿터”는 민음사가 “세계의 문학”을 폐간한 후 창간한 새로운 문예지다. ‘문학(Literature)’와 ‘하는 사람(-tor)’라는 단어로 만들어낸 조어로,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모두를 의미한다. 박혜진 평론가는 “‘릿터’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독자’가 주요 콘셉트”라며 “독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신작을 수록하며 호평받은 작품을 리뷰한다.”고 밝혔다. 

“릿터”가 창간됐을 당시 가장 강조됐던 것은 독자였다. 기존 문예지 시스템에서 편집위원이 기획과 작품 청탁, 편집을 맡았다면, “릿터”는 편집자가 독자를 위해 작업한다는 지점이 강조됐다. 창간 기자간담회 당시 민음사 측은 “독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직원의 마음으로 릿터를 만들었다.”며 편집자로서의 직업윤리로 문예지를 만든다고 밝힌 바 있다. 

박혜진 평론가는 “릿터”는 “독자들이 원하는 것과 작가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문학 작품에 대한 기획도 시작된다.”며 “독자를 중심에 두는 것은 잡지뿐만이 아니다. ‘오늘의 작가상’ 개편을 통해 비평 주체에도 변화를 주었다.”고 밝혔다. 과거 문학평론가 심사위원을 위촉해 심사를 보았던 “오늘의 작가상”은 현재는 문학평론가 뿐 아니라 전문기자, 독립서점 대표, 북큐레이션 업체 대표 등 독자 중심으로 작품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작품 선정을 맡았으며, 독자들의 투표 또한 중요하게 여기도록 바뀌었다. 

박혜진 평론가는 “지난 3년 동안 민음사 문학팀에서 경험한 것들은 독자 친화적인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측면이 문학적 전문성을 떨어뜨리거나 대중영합주의로 빠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본 일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민 끝에 고개를 젓는 일을 반복했다는 박혜진 평론가는 민음사에서 이뤄졌던 이러한 작업들이 “전문성의 다양화를 반영하는 방식이자 전문성을 키우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민음사에서 선보인 방법이 전문 편집자를 양성하는 방법이며, 양성된 편집자들이 문학장을 풍성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보인 것이다. 

이는 현재 출판계의 주를 이루고 있는 ‘선비평 – 후출판 시스템’이 전문 편집자를 양성할 수도, 가감 없는 비판을 제기할 수도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문학 출판은 문학상 제도와 문예지 작품 발표 시스템으로 인해 완결되어 있는 측면이 강하다. 문학상과 문예지의 편집위원 및 심사위원의 눈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 평가되고, 이렇게 평가된 작품이 지면을 통해 발표되고, 그 이후에야 작품 출간이 이뤄진다.  

박혜진 평론가는 “선비평-후출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순)문학출판이 보다 역동적인 흐름을 불러일으키려면 선출판-후비평 시스템과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안정적인 선비평-후출판 시스템은 문학 편집자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작품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도 제한된다. 더 많은 논쟁적 작품, 불만족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 튀어날 때마다 문학 독자는 물론 문학계 담론도 풍성해질 것”이라고 보았다. 

- ‘비평 시대’의 종말은 비평의 죽음을 의미하지 않아

먼저 소영현 평론가는 지난 3년간의 변화 가운데 하나는 “비평 영역의 협소화와 비평적 관점의 약화로 요약” 되지만 이를 “비평에 요청되는 변화가 문학과 문학 내부의 것으로만 환원될 수는 없고, 그것이 비평(가)의 몰락으로 지칭될 수도 없다.”고 보았다. 

소영현 평론가는 비평 영역의 협소화, 비평적 관점의 약화는 소위 ‘비평 시대’라 지칭할 수 있는 “비평을 중심으로 하는 계간지 형태의 문예지 시스템”이 마감하고 있는 것이며, 이 ‘비평 시대’의 종말은 “외부로부터의 힘에 떠밀리듯 맞이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비평 시대’의 종말이 비평의 죽음이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비평의 자리를 둘러싸고 충분한 논의 없이 소거되거나 누락되어버린 지점들에 대한 환기, 즉 새롭게 열리는 비평적 국면 자체의 복잡성에 대한 환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소영현 평론가는 “‘비평은 무엇이 되어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세 각도에서 갈래화 하여 논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소영현 평론가가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소영현 평론가가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첫 번째 갈래는 새로운 경향의 문학이 어떤 새로운 비평의 등장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문학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고, 최근의 한국문학은 ‘페미니즘’과 ‘퀴어’가 중요한 두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영현 평론가는 “‘페미니즘’과 ‘퀴어’는 한국문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그러한 변화는 어떻게 의미화되어야 하는가. 풍문으로 먼저 오고, 이론으로 먼저 습득한 새로운 문학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 등장하는 문학을 이곳의 지형 위에서 읽어내는 풍요로운 방법론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보았다. 

두 번째는 비판 민주화 시대에서 독자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다. 소영현 평론가는 “문학3”에 게시했던 “민주화 시대의 비평”에서 "사회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권위의 탈중심화의 여파로 비평적 권위가 상실되면서, 비평은 비평이라기보다 개별적 취향들의 다양한 공존 즉 취향 집합체가 되었다.”며 “전문가 시대가 끝나고 비판의 민주화가 시작”되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소영현 평론가는 “긍부정의 판단을 떠나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블로거들과 SNS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것이 사실”이며 “비로소 가시권으로 진입한 이들 독자와 어떻게 조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비평가의 소임 가운데 “독서공동체의 수립, 독서 가이드로서의 비평의 자리를 어떻게 마련하고 비평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문학과 삶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논의하고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영현 평론가는 “비평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자리”에서 “문학을 둘러싼 시대맥락적 범주의 재구축 작업을 요청” 받는다며, “문학과 삶의 관계설정에 관한 논의는 ‘삶이 문학 쪽에’ 갖는 관계 뿐 아니라 ‘문학이 삶 쪽에’ 갖는 관계에 대한 논의로도 진전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문학과 자본의 관계 재편에 비평은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시장과 무관한 문학의 가치를 말하는 데에서, 우리와 삶에서 문학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얘기하는 쪽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 대중들에게서 등장하는 비평 활동은? ‘로쟈’부터 ‘김리뷰’까지.

문화연구자이기도 한 오영진 문화평론가는 이번 포럼에서 자신이 바라본 새로운 비평 주체와 새로운 비평 주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영진 평론가는 먼저 제도권 혹은 질서 바깥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사람으로 ‘로쟈’와 ‘김리뷰’를 예시로 들었다. ‘로쟈’는 200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에서 활동을 시작한 서평가이며, ‘김리뷰’는 페이스북에서 수십 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리뷰어이다. 오영진 평론가는 “새로운 비평이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이미 많이 출현한 것 같다.”며 다만 “이들을 메인스트림화 시키거나, 그들 자신이 자기 정체성화 시킬 만큼의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라고 보았다. 

발언 중인 오영진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발언 중인 오영진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2000년대 중반에 크게 활동했던 ‘로쟈’부터 지난 3년 동안 활동했던 ‘김리뷰’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지났고, 대중들이 비평을 소비하는 방식 또한 바뀌었다. 오영진 평론가는 “대중적인 차원에서 평론이라는 개념은 크리틱이라는 개념보다, 리뷰의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으며, 김리뷰의 리뷰를 읽는 대중들의 심리를 크게 “소비자로서 리스크를 없애고자 하는 것”과 “가상적 체험”에 있다고 보았다. 특히 리뷰가 가상적 체험으로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를 ‘수동적 능동성의 세계’라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진 평론가는 “김리뷰와 같은 경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고민해봐야 한다.”며 현재의 대중 콘텐츠는 크리틱을 원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를테면 일선의 웹소설 작가, 웹툰 작가들은 ‘비평 당했다’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는 불필요한 간섭을 당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아울러 디지털 네트워크 플랫폼의 작동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리뷰’의 경우 페이스북 플랫폼 내에서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다가 수익 구조의 문제로 인하여 절필을 선언한 상태이다. 플랫폼 내에서 창작자가 적합한 보상을 얻을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영진 평론가는 “김리뷰가 분노했듯 모든 것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조회수로 대비되는 수량화된 평점, 그리고 그것이 돈으로 환수되는 시스템 안에 있다.”며 “이것을 인정해야 하며, 이 환경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