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사태 겪고도 심의위원 제도 문제점 여전’... 한국예술경영연구소 공청회에서 문제 제기돼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사태 겪고도 심의위원 제도 문제점 여전’... 한국예술경영연구소 공청회에서 문제 제기돼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2.07 2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의혹은 2015년 9월 경 국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되었으며, 2016년 10월 도종환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의해 그 존재를 확실히 알리게 됐다. 박근혜 정권이 다른 정당을 지지하거나 현 정권에 부정적 의견을 보인 예술인들을 지원 사업에서 배재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 중 하나는 심의위원 제도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산하 기관에서 이뤄지는 많은 지원 사업은 심의위원들이 심사를 맡게 되는데, 이 심의위원들이 정부의 간섭에 의해 특정 인사를 배제하는 등 블랙리스트를 실행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권 교체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나섰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제도개선 권고안을 수렴하여 개선에 나섰다. 

예술활동증명제도 개선방안 연구 공청회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예술활동증명제도 개선방안 연구 공청회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지난 5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비전 2030 발표를 통해 옴부즈만 제도 전면 확대, 외압 신고제 도입, 공개심의제, 심의자료 심층검토제 도입 등을 통해 공정성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심의방식을 고도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관여자 처벌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개선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따라오기 시작했고, 지난 11월 22일 “예술활동증명제도 개선방안 연구 공청회” 자리에서는 심의제도가 아직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 

예술활동증명제도 개선방안 연구 공청회는 한국예술경영연구소가 예술활동증명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서는 현재 심의위원 운영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행사에 참여한 청중. 사진 = 육준수 기자
행사에 참여한 청중.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한 청중은 예술활동증명제도에서는 심의기준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하며, 심의위원 위촉 권한이 아직도 문체부에 고정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심의위원은 각 기관에서 추천하기도 하지만, 문체부 각 과에서도 추천을 계속 하고 있으며 그것을 모아 문체부 예술정책과에서 선정을 한다는 것이다. 청중은 “선정해서 주면 승인은 재단이 하지만, 실질적으로 권한은 문체부가 갖는다.”며 과거에도 위원들이 지속적으로 블랙리스트로 인해 배제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민 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대표는 심의위원 제도가 개선이 되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심의위원이 누구였는지를 끝나고 무조건 밝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 청중은 “회차 별로 공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으나, 김상철 책임 연구원은 “그것은 반대가 심했다.”고 이야기했다. 연구 과정 초기에는 심의위원들의 회의록을 공개하는 방안을 생각했으나, “그럼 심의위원은 누가 하냐”는 실무기관의 반대에 부딪쳐 절충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한 청중은 “심의위원 명단 공개는 필수라 생각한다.”며 “즉각적으로는 아니더라도, 1년 단위로는 공개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중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김상철 책임연구원(좌)과 정안나 보조연구원(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청중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김상철 책임연구원(좌)과 정안나 보조연구원(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심의위원 풀 제도 또한 문제가 제기됐다. 한 청중은 심의위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심의위원 풀’ 제도 역시 블랙리스트의 명목이 될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심의위원 풀’은 예술인 단체 추천, 문체부 선정, 복지재단 자체 추천 등으로 선정된 심의위원들의 전체를 이야기한다. 예술인복지재단 등 지원사업 주체들은 이 심의위원 풀 내에서 심의위원을 선정하여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때 심의위원을 심의위원 풀에서 어떻게 위촉하는지 아무도 알고 있지 못하다. 한 청중은 “연극 분야에서는 다섯 명이 심의위원 풀에 있는데, 실제로는 이 중 세 명만 심의위원에 들어가고 두 명은 계속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며 “풀 제도에 대한 근거규정도 없는 게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청중은 “1~2년 사이에 똑같은 사람이 15회 연속으로 심의하는 것도 봤다.”며 “이거에 대한 변명이 심의위원 풀이라고 한다면 어이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의위원들이 심의를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의 기준이 객관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심사에 누가 들어오는지에 따라 심의 결과가 급변한다는 것이다. 청중은 “모호한 문구들로 장식된 기준을 가지고 심의위원이 공정, 정당하게 결정할 거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는 “이 제도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은 심의위원들이 정치적이거나 민원 차원의 공세에 시달리지 않게 하는 것이 의무라고 강변했다. 심의위원 공개 및 심의 내용 공개는 많은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의 이 같은 항변에 이동민 대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지금의 문화지원기관이 가지고 있는 신뢰성은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만든 것”이라고 일침 했다. 심사결과가 밝혀지지 않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행동으로 일반 예술인들이 접근하기 어렵게 장벽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동민 대표은 “민원 발생은 당연한 것이고, 그게 생기면 해결하는 창구가 기관”이라며 “기관들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악계 관계자 역시 “저도 심사를 하지만, 거기에 반박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행정이 마비된다고 공개를 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옴브즈만 제도 같은 대책을 마련한다면 기관이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여한 청중. 사진 = 육준수 기자
행사에 참여한 청중. 사진 = 육준수 기자

심의에 있어 공정함을 기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나선 문체부이지만, 현장의 예술가들은 심의위원 선정에는 문제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술인복지재단을 비롯해 문체부 산하의 많은 기관들은 여전히 심의위원 풀 및 심의위원 제도를 통하여 지원 사업을 심의하고 있다. 심의위원제도는 모든 지원정책의 단초가 되는 매우 중요한 제도이며, 예술인복지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심의위원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기관들은 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개선을 위하여 더욱 노력하여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