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돈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12/31203_22172_4224.jpg)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은평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도서관’이면서 동시에 ‘마을’을 표방한다. 이는 구산동도서관마을의 독특한 위치와 탄생 배경에 기인한다. 구산역 인근 주택가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는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낀 시민들이 서명운동을 하며 탄생하게 됐다. 2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한 결과 은평구청이 도서관 터를 마련해주었고, 세 개의 연립주택을 리모델링해 2015년 11월 개관에 이르렀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도시재생, 도시공동체의 새로운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단순히 책을 쌓아둘 뿐인 도서관이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도서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15개가 넘는 동아리가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함께하는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자유시민대학 '네트워크시민대학'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구산동 주민들에게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에 대해 전파하기도 했다.

구산동 주민들의 문화 허브이자 공동체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는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지난 11월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정지돈 소설가와 함께 공동체를 꾸려나가게 되었다. 정지돈 소설가는 대학에서 문예창작과 영화를 전공 후 2013년 "문학과 사회"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한 젊은 작가다. 2015년 젊은 작가상 대상과 2016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역사와 기억, 예술과 정치,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뛰어넘는 소설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은 전국 공공도서관에 문학인이 상주하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뉴스페이퍼는 구산동도서관마을 상주작가 활동을 시작한 정지돈 소설가와 만나 구산동도서관마을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도서관상주작가 지원 사업에 응모하게 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지인 중에 오한기 소설가 있습니다. 오한기 소설가가 도서관상주작가지원사업 1회 때 상주작가를 했는데,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을 주면서, 책도 가까이 있는 환경이 긍정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대학시절 내내 도서관에서 지냈기에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친숙했기에 기회가 되면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막상 해보니 책과 관련되어 주민들과 소통하는 사업이다보니 부담감보다 즐거움이 더 많습니다.
Q.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어떠한 일을 맡고 계신가요?
아직 한 달 밖에 안 되긴 했지만, 산책하는 글쓰기라는 강연을 두 강 진행했습니다. 산책하는 글쓰기는 도서의 연속 강의인데, 이런 강의를 하는 건 처음입니다. 아침 10시 반부터 시작되는 무료 강의인데, 사람들의 참여가 저조할 거라 생각했지만, 주민들이 엄청 많이 찾으시고 출석률도 좋고 과제도 성실히 제출하셔서 약간 놀랐습니다. 주민들이 열의가 있으시더라고요.
그 외에는 기획, 이를테면 구산동도서관마을 문화사업팀에서 다양한 강연자를 모시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럴 때 의논에 참여하곤 했습니다. 영화 상영회를 열기도 하는데 영화를 제가 선정한다거나, 영화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고요.
![정지돈 작가가 함께한 '작가와의 만남' 행사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12/31203_22173_433.jpg)
Q. 구산동도서관마을을 찾은 소감은 어떠셨나요.
구체적으로 도서관을 다 잘 알진 못하지만 구산동도서관마을은 확실히 특이한 것 같아요. 일단 지어진 방식이 특이합니다. 도서관 입구를 들어오면 방이 많지만, 열람실과 종합자료실의 구분이 굉장히 모호해요. 일반적인 도서관은 종합자료실에는 엄청나게 많은 책이 쫙 쌓여있고, 닫혀 있는 서고라는 느낌입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로비와 열람실과 종합자료실이 다 열려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고라는 느낌보다 자유롭게 걸으며 곳곳에 있는 책을 뽑아 그 자리에서 앉아서 볼 수 있는 공간, 일종의 카페나 책들의 집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닫힌 서고로서의 도서관은 책이 많다는 거지만, 책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골라야할지 부담감을 느낄 수 있어요. 주민들이 굉장히 도서관을 편하게 이용한다고 생각돼요. 주민친화적이라 생각되고, 실제로 동아리나 프로그램 같은 것도 적극적으로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12월 5일 진행됐던 작가와의 만남에서 강연 중인 정지돈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12/31203_22174_440.jpg)
Q. 도서관상주작가지원사업 종료까지 약 반년 가량이 남았습니다. 혹 주민들과 어떤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으시다거나 하시는 건 있으실까요?
도서관 팀과 많은 논의 중입니다. 오늘(12월 5일)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여는데,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를 듣고 싶어서 열게 됐습니다. 때문에 다른 곳에서 하는 작가와의 만남과는 약간 성격이 다를 수 있어요. 주민들의 의향을 수집하는 단계이고, 주민들이 하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 부분을 들어보고 거기에 맞춰서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사업 내용에는 집필 활동 진행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을 집필하고 계실지 들을 수 있을까요?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이 너무 많아요. 계약이 너무 많아서.(웃음) 일단 도서관에 머무는 동안 소설을 두 편 정도 쓸 생각이고, 그것 외에도 많이 쓸 생각입니다.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구산동도서관마을 내부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12/31203_22175_4458.jpg)
정지돈 소설가와 합류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정지돈 소설가의 문학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11월 22일부터 오는 12월 20일까지는 "산책하는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강좌는 '걷기'를 예술적이고 철학적 행위로 보고 이 ‘걷기’를 통해 글쓰기를 새롭게 발명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12월 5일에는 지역 주민들과 만나는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기도 했다. ‘작가와의 만남’에서 정지돈 소설가는 자신의 작품인 “건축이냐 혁명이냐”와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새로운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무엇인가”라는 두 질문을 던지며 문학적 새로움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