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소외와 변경을 찾아가야 한다” 서아책방에서 독자들 만난 손택수 시인, 시의 역할 이야기해
“문학은 소외와 변경을 찾아가야 한다” 서아책방에서 독자들 만난 손택수 시인, 시의 역할 이야기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12.1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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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수원역 인근에 위치한 동네책방 ‘서아책방’이 지난 11월 24일 오후 7시 “책방에서 만난 작가”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초대 작가는 손택수 시인으로, 행사에 참여한 손택수 시인은 문학은 언제나 소외와 변경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작가는 소외받는 이들을 향한 관심을 거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택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손택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손택수 시인은 1998년 한국일본 신춘문예에 시가,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며 데뷔했다. 시집으로는 “호랑이 발자국”과 “목련 전차”,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등이 있으며, 신동엽문학상과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임화문학예술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노작 홍사용 문학관에서 관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 시는 소외와 실패, 상실의 체험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손택수 시인은 “문학의 역할은 이력서에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문학은 자신에게 있어 아주 중요하지만 이력으로는 끼워 넣지 못할 소외와 실패, 상실의 체험들을 다룬다는 것이다. 때문에 손 시인은 ‘시’는 실패했던 경험과 그때의 상처로부터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했다.

손택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손택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인간의 삶은 빛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삶의 많은 부분은 그늘로도 이루어져 있습니다.”

손택수 시인은 인간의 삶에서 그늘이 차지하는 영역은 매우 많다며, 그늘을 아는 사람은 그만큼 삶의 지평이 넓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살면서 빛이 되는 부분만을 알려고 한다며, 손 시인은 “이런 사람들은 그늘을 체험하게 되면 견디지 못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좋은 것만을 듣고 알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삶의 의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20세기를 추동한 표어는 ‘올림픽’이었습니다.” 손택수 시인은 ‘더 빨리, 더 높게, 더 멀리’를 추구한 올림픽의 정신이 긍정적으로 인식되던 때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무한경쟁은 많은 문제점을 만들어냈다. 언제나 1등일 것만 같던 이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나이를 먹고 주류에서 밀려나 경쟁에 끼지 못하게 된다. 빠른 것, 높은 것, 먼 것만을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낙오자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 시인은 낙오자들이 오히려 삶의 즐거움을 누려볼 수 있는 이들이라고 전했다. “사람들이 경쟁하고 고속도로로 갈 때”에 이 ‘낙오자’들은 “샛길로도 가보고 완행버스도 타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을 추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이러한 성격은 특히 문학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손 시인은 말했다. 대부분의 문학 작품에는 성공한 사람 대신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거나 실패한 사람, 패배의 경험을 간직한 문제적 인간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손택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손택수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손택수 시인은 자신의 상처와 실패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아울러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고 추방을 당해서 사기를 썼다.”고 언급했다. 손 시인은 “사마천이 그늘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 책(사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마천을 ‘나비를 잡는 소년’이라고 한 연암 박지원의 말을 인용했다. 나비는 몰래 다가가 손에 움켜쥐어도, 손을 펼쳐보면 그 안에 없다. 손택수 시인은 사마천이 추방을 당했던 아픈 경험을 한 사람, 즉 ‘나비를 잡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기’를 쓰게 된 것이라 말했다.

손택수 시인은 사마천처럼 나비를 놓쳐본 사람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때의 그리움과 눈물은 스스로를 맑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나비’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손 시인은 그렇다 보니 “성공한 사람은 그리움을 모른다.”며 “실패한 사람이 글을 잘 쓴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시’는 결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그늘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손택수 시인은 이것이 시의 매력이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손택수 시인은 “저는 변경에서 벗어났고, 중심에서 벗어난 소수자라는 생각을 해왔다. 항상 소수자였다.”며 “시가 문학의 중심이 되거나, 헤게모니를 갖는 자리에 있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시는 설령 중심에 있다 하더라도 소외와 변경을 찾아갈 줄 알아야 하며, 시를 쓰는 이들은 늘 자기 자신을 변경에 위치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손택수 시인은 “문학은 항상 소수자의 것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택수 시인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손택수 시인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행사는 수원 주민들과 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들의 참여 속에서 끝을 맺었다. 한편 강연 뒤에는 노작 홍사용의 업적과 행보를 설명하는 영상물을 감상하는 시간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