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공지능(A.i), 예술창작의 확장인가 새로운 예술가의 출현인가? - 공병훈 교수
[오피니언] 인공지능(A.i), 예술창작의 확장인가 새로운 예술가의 출현인가? - 공병훈 교수
  • 공병훈 교수
  • 승인 2018.12.1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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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공지능, 예술창작의 확장인가 새로운 예술가의 출현인가?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오피니언] 인공지능, 예술창작의 확장인가 새로운 예술가의 출현인가?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고흐와 인공지능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뉴스페이퍼 = 공병훈 교수] 강렬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색채, 거친 붓의 터치, 뚜렷하면서도 애매하기도 한 인상적 윤곽의 그림을 통해 위대한 창조성의 화가로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28년 전 1890년 7월 27일, 37세의 고흐는 들판으로 걸어나간 뒤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았다. 동생 테오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고흐 '별이 빛나는 밤'.
고흐 '별이 빛나는 밤'.

미술품 거래를 싫어한 데다가 1874년 런던 태생의 한 아가씨에게 실연을 당하면서 인생관이 어두워졌다. 인간적 애정을 얻고 싶은 욕망이 좌절되자 점점 더 고독해졌고, 이런 상태는 평생 지속되었다. 가난한 사람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싶어 하던 그는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고, 때문에 그리스도 가르침을 지나치게 문자 그대로 해석했다는 이유로 선교사 자격이 박탈되었다.

10년동안 900점의 그림과 1100여점의 습작을 남겼지만, 그의 그림은 세상으로부터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후에야 그의 예술세계는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했다. 대중의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미술사 측면에서도 인상파, 야수파, 초기 추상화와 표현주의에 영향을 끼친 위대한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사랑받고 있는 고흐의 창조성(creativity)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인공지능(A.i)이 고흐의 스타일과 패턴을 익혀 그린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인공지능(A.i)이 고흐의 스타일과 패턴을 익혀 그린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신경 네트워크 알고리즘을 예술에 적용시킨 2015년 베지 연구소(Bethge Lab)의 인공지능(A.i)은 스타일과 패턴을 익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사진을 고흐의 그림인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의 느낌을 살려 그림을 그려낸다. 인공지능의 그림은 기존의 작품을 학습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창작 활동과 더욱 비슷해져가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인간이 지닌 지능적 행동의 특징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분야이다.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 학습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해 정보를 학습하고 습득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결부시켜 지식을 습득하고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여 패턴을 찾아내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덕분에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하여 추론하고 규칙을 찾으며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미래를 예측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구글 프랑스에 있는 ‘구글 아트 & 컬처 연구소’(Google Arts and Culture Lab, 아트랩)는 인공지능과 예술 장르를 교차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3월 연합뉴스 기자가 ‘art’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인공지능은 다음과 같은 시를 한편 지어주었다고 한다.

“Our art is gone / This energy of birds and fountains borne”(우리의 예술은 떠나가고 새와 분수의 에너지가 태어났다)

구글은 2016년 1월에 신경 네트워크 모델을 활용하여 인공지능에게 1만 200권을 읽히고 학습 시켰다고 밝히고 문장과 문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신경망 이론은 인간의 사고를 두뇌 작용의 산물로 보고 이 두뇌 구조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에서 출발한 이론이다. 과거에는 이 이론을 적용하기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할 방법이 없었다. 침체기를 맞았던 이 연구가 부활한 것은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의 발전 덕분이다.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은 인간의 두뇌와 같은 유기적 구조가 작용하는 원리를 닮은 컴퓨터 프로그램인 인공신경망 개발로 이어진다. 이 기술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신경망 네트워크(neural networks) 구조로 이루어진 디프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으로 발전하면서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2016년 3월 호시 신이치의 공상과학문학상 공모전에 1차 심사를 통과한 인공지능이 쓴 A4용지 3페이지 분량의 일인칭 소설의 주인공이 인공지능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그 날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어두침침한 날이었다.
방안은 항상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 씨는 단정치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의미없는 게임으로 시간을 끌고있다. 그렇지만 내게는 말을 걸지 않는다.
따분하다. 따분해서 어쩔 수 없다.”

롤랑 바르트의 저서 "작가의 죽음".
롤랑 바르트의 저서 "작가의 죽음".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저서 《작가의 죽음The Death of the Author》에서 “작가란 그 시대의 재능 있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라던 글을 생각하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은 예술가의 행위를 모방이라고 불렀다. 인간은 지상에서 가장 모방적인 인재이며 처음에는 모방으로써 배우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먼스 윌리엄스는 예술가의 행위를 현실을 재현하는 ‘창조’라고 정의하며 인간의 창조성이라는 맥락에서 설명한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평생을 읽어도 못 읽을 방대한 데이터들 속에서 의미와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처럼 천재적인 인간들조차도 할 수 없는 분석 작업을 수행한다.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빅데이터는 인간이 만들어낸 자료들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지만 세상에 없던 새로운 데이터를 생산할 수 없다.

모짜르트가 작곡한 곡의 패턴을 익혀 비슷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모짜르트나 베토벤처럼 매번 천재적인 작품들을 창조해내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민은 또다른 모순에 빠진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작곡가들의 음악을 학습하고 창의성의 패턴을 분석한 후 시장에서의 음악 수용자들의 취향과 특징을 파악한 후에 작곡한 작품은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 것인가.

싱귤래리티, 예술 창작의 동료일까 새로운 예술가 집단인가?

1993년, 컴퓨터 과학자이자 공상과학 소설가인 버너 빈지(Vernor Vinge)는 <다가오는 기술적 싱귤래리티: 포스트 휴먼 시대에 살아남는 법>이란 논문에서 싱귤래리티(singularity)의 시기를 2005년으로 예상했다. 그는 소설들을 통해 감각과 의식을 구성하는 영혼과 같은 근원이 인간에서 기계로 이동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singularity’는 ‘특이성’, ‘특이점’이라고 나와 있다. 기술에서 싱귤래리티는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발전하여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을 말한다. 이 개념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의 내장형 프로그램을 처음 고안한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영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인공지능의 선구자인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 미국 컴퓨터 공학자인 버너 빈지 등이 발전시켜 왔다. 최근 싱귤래리티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밝힌 사람은 미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레이먼드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이다. 커즈와일은 2005년 자신의 저서 『특이점이 다가온다(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를 통해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지만 세상에 없던 새로운 데이터를 생산할 수 없다면 창작자의 예술 창작 활동의 확인인가. 이론적으로 싱귤래리티 기점을 뛰어넘은 자의식을 지닌 강한 인공지능은 새로운 것을 생산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학습하고 활동할 수 있지만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점을 넘어서는 것은 충분히 상상이 가능한 예정된 미래이다.

영화 '선스프링(Sunspring)' 일부.
영화 '선스프링(Sunspring)' 일부.

컴퓨터 공학자인 로스 굿윈(Robert Goodwin)과 함께 오스카 샤프(Oscar Sharp) 감독은 수십 편의 1980년대와 1990년대 SF영화와 TV 프로그램 각본을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켜 우주정거장으로 보이는 공간에 2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등장하는 영화 시나리오를 만들어 인공지능이 쓴 시나리로로 만든 최초의 영화인 <선스프링Sunspring>의 제작한다. 그는 “인공지능은 인간이 창의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창작 영역에서 인간의 위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인간의 창의력을 높여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과정에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으며, 인간의 창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스카 샤프 감독의 사례는 누구나 인공지능으로 창작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음을 예측하게 한다. 우리 모두의 두뇌는 모두 자신 나름의 세계를 창조해낸다. 남녀노소 사용자에서 전문 예술가들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과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결합되면서 2018년은 창조적 콘텐츠의 대폭발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협업자와 함께 100% 창작은 아니지만 창의성을 가지고 있는 개인의 취향에 맞춘 형태의 미술, 음악, 문학의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싱귤래리티를 넘어서 인류의 창조성을 넘어서는 인공지능 예술가들이라는 새로운 존재들의 출현인가.

인공지능 예술가에 대한 고민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연구의 수준을 넘어선다. 예술가의 창조적 행위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진정한 중요성이 무엇인지, 기술이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예술가는 물론 보통의 사용자들조차 무수히 연결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를 창작하고 공유하면서 즐거워하고 슬퍼하며 공감하는 행위를 왜 한도 끝도 없이 거듭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확실성과 혼돈이 심화되는 2018년 12월에서 미래의 이상적인 사회질서가 인류의 역사 속에 내재해 있다던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의 말처럼 되기 위해 우리는 예견하기 위해 관찰하고 분석하며, 참여하고 실험하는 행위를 멈출 수 없다.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 학회장. 서강대 신문방송학과에서 앱(App) 가치 네트워크의 지식 생태계 모델 연구에 대한 박사논문을 썼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디어 비즈니스, PR, 지식 생태계이며 저서로는 『4차산업혁명 상식사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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