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도시 경성을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권은 교통대학교 교수, 제35회 한국문예창작학회 세미나에서 재조선 일본인 문학 연구 필요성 강조해
이중도시 경성을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권은 교통대학교 교수, 제35회 한국문예창작학회 세미나에서 재조선 일본인 문학 연구 필요성 강조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1.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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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작년에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은 일제시대의 서울 ‘경성’이다. 미스터 션샤인에는 한복을 입은 배우와 양장을 입은 배우가 동시에 등장하며 건물도 동양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혼재한다. 경성이 한국의 전통성과 식민지배로 인한 근대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장소였음을 보여준 것이다.

현대 매체에 경성의 모습이 그려질 수 있는 데에는 역사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경성을 바탕으로 한 당시의 창작물, 즉 ‘경성 텍스트’가 많은 부분 기여한다. 경성 텍스트는 우리가 경성을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근거 중 하나이다. 그러나 작품에는 작가의 의도가 개입하므로 정보가 편향되거나 누락되어 인식이 실제와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드라마에는 경성 내에 조선인과 일본인의 거주지역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으며 생활권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경성’의 텍스트를 연구할 때에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작년 11월 10일 대전에 위치한 한남대학교 문과대학 창의홀에서는 문예창작학회 제35회 정기학술세미나 “세계의 한민족문화공동체와 한국어문예창작”이 열렸다. 이날 권은 한국교통대학교 교수는 ‘한민족문화공동체와 한국어문예창작’ 세션에 참여하여 ‘재조선 일본인 작가의 경성 텍스트 연구’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권은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권은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발표에서 권은 교수는 경성이 ‘이중도시적 공간’이었다며 “경성은 조선인 구역인 ‘북촌’과 일본인 구역인 ‘남촌’으로 양분”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1935년 경성에 체류한 일본인이 전체 인구의 28퍼센트였다는 점, 경성 전체 면적 절반가량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 더해 일본인과 조선인의 외양이 흡사하고 문화적 수준이 비슷했다는 점을 짚으며 ‘식민지 조선’은 다른 식민지와 비교했을 때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경성의 텍스트는 다른 식민 국가의 텍스트와 전혀 다른 양상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권 교수는 일제시대 ‘경성’의 텍스트를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당시 경성에 거주한 재조선 일본인의 ‘문학’을 살필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문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당시 경성은 ‘이중도시’였으므로 재조선 일본인의 텍스트에 나온 ‘경성 재현 양상’을 살핀다면 그간 보지 못했던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은 교수는 경성 지역을 배경으로 한 한국 근대문학 텍스트에서는 일본인이나 남촌의 흔적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인물이나 공간의 재현이 불균등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촌이 등장하는 소설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다. 그러나 권 교수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도 경성의 남촌 지역은 충분히 묘사되지 않고 피상적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조선은행 입구에서 갑자기 다른 장소로 이동하거나, 술집에서 혼자 생각하며 술을 마시는 정도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는 남촌이 피상적으로 그려지는 이유를 “판옵티콘적 성질 때문”이라 분석했다고 권은 교수는 이야기했다. 조선이 피지배층이므로 소설에 일본인과 남촌의 모습을 그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허나 정말 그렇다면 재조선 일본인의 텍스트에는 조선인과 북촌의 모습이 등장했어야 한다고 권은 교수는 말한다. 피지배자가 지배자를 제대로 그릴 수 없었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그리지 않는 것은 대단히 이상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권은 교수가 제시한 텍스트는 ‘다나카 히데미쓰’의 소설 “취한 배”이다. 권은 교수는 해방 이후 집필한 “취한 배”는 “경성의 공간 재현 양상과 심상지리적 특성”이 잘 드러난 텍스트라고 소개했다. 식민도시인 경성의 실제 모습과 그곳을 바라보는 재조선 일본인의 시각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근대문학을 전공한 김형섭 교수의 연구논문 “소설 속에 나타난 일제강점기 조선의 사회상”에 따르면 소설 “취한 배”는 “퇴폐와 체념으로 가득 찬 식민지 조선의 사회적 분위기와 당시 조선 문단과 그것을 이끌었던 ‘조선문인협회’를 둘러싼 조선 문인들과 일본인 관계자”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논문에서 김 교수는 소설 “취한 배”에 실제 조선 문인과 일본인 관계자들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주인공 ‘사카모토 고키치’는 작가가 스스로를 모델로 만든 인물이고, 여주인공 ‘노천심’은 완전한 허구의 인물로 추정되지만 이름만은 친일 여류시인 ‘노천명’에서 따왔으리라 생각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작품이 당시 조선 문단과 문인의 실체를 파악하는 실마리가 된다는 것이 김형섭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소설 “취한 배”는 고키치와 노천심을 중심으로 남촌과 북촌 지역을 오가는 모습을 그린다. 권 교수는 “취한 배”에서는 재조선 일본인 작가 다나카가 남촌과 북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키치는 남촌을 자유자재로 안내하는 반면, 북촌에서는 오직 노천심의 안내에만 의존할뿐더러 있지도 않은 허구의 공간을 그려내 공포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돈다는 것이다.

재조선 일본인의 텍스트로 그들이 가진 북촌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면 “식민도시 경성의 이중도시적 특성이 문학에 발생시킨 독특한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권은 교수는 강조했다. 특히 권 교수는 다나카가 조선인 창씨개명을 주장한 데에 반해, 작품의 주인공에게는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의식을 반영시킨 이율배반적 인물이라는 점을 짚었다. 작가의 심리 상태에서 일본인이 식민지인 경성 땅을 어떻게 보았는지, 패전 이후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권은 교수(좌)와 토론자 주지영 군산대 교수(우). 사진 = 육준수 기자
권은 교수(좌)와 토론자 주지영 군산대 교수(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일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성장한 식민지 경성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억은 다소 편향되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식민지 경성을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발제를 마치며 권은 교수는 타국에서 식민지 시대 선교사나 외국인 여행자의 기록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점을 환기했다. 재조선 일본인이 남긴 기록을 우리가 “고의적으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텍스트까지 가져와 우리 문학 연구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권 교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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