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사물의 감각으로 쓴 시 낭독하는 ‘분리수거 낭독회’, 4회 맞아 진부책방스튜디오에서 근황과 소회 전해
분리수거 사물의 감각으로 쓴 시 낭독하는 ‘분리수거 낭독회’, 4회 맞아 진부책방스튜디오에서 근황과 소회 전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9.0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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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연희, 임지은, 강혜빈, 김은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왼쪽부터 한연희, 임지은, 강혜빈, 김은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강혜빈, 김은지, 임지은, 한연희 등 네 명의 젊은 시인은 지난해부터 “분리수거 낭독회”라는 이름의 독특한 행사를 진행해왔다. 분리수거 낭독회는 인간에게 버려지고 재활용 되는 네 가지 쓰레기인 유리, 종이, 플라스틱, 캔이 가져다주는 감각을 느껴봄으로써 우리가 흔히 보는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강혜빈 시인은 유리, 김은지 시인은 종이, 임지은 시인은 플라스틱, 한연희 시인은 캔을 각각 맡아 작성한 시를 낭독한다.

분리수거 낭독회는 여러 동네책방의 요청에 따라 지구불시착, 베어카페 등 장소를 바꿔가며 행사를 열어왔으며 지난 해 12월 29일 진부책방스튜디오에서는 제4회 행사를 진행했다. 진부책방스튜디오 책방지기의 사회아래 진행된 낭독회는 그간의 행사를 복기하고 정리하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 이날 네 시인은 신작시를 낭독하고 분리수거 낭독회에 참여한 소회를 밝혔다. 근황을 밝히며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 ‘유리’ 맡은 강혜빈 시인, 분리수거 낭독회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 새해에는 사진가로서의 활동도 돌아볼 것.

강혜빈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강혜빈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강혜빈 시인은 분리수거 낭독회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이야기했다. 강 시인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작가로 데뷔하여 길지 않은 습작기를 보냈다. 때문에 한동안 자신의 시를 가늠할 수 없었고 시를 쓰고 읽으면서도 ‘나는 어떤 스타일을 가진 시인일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러던 중 강혜빈 시인은 ‘분리수거 낭독회’에 참여하게 됐다. 강 시인은 낭독회에서 ‘유리’가 가진 감각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시를 써본 경험은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을 다질 기회였다고 말했다.

신년을 맞아 강혜빈 시인은 근황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강혜빈 시인은 ‘파란피’라는 닉네임의 사진가로도 활동 중이며 인물화보나 아티스트의 앨범재킷, 뮤비 등의 작업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해왔다. 강 시인은 새해에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색감 위주로 작업한 자신의 스냅 사진과 필름 사진 등을 정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문예지 ‘시인동네’에 ‘강혜빈의 팔레트’라는 코너에서 매달 정한 테마 색깔에 대한 에세이와 사진을 연재할 것이라 밝혔다.

- ‘종이’ 맡은 김은지 시인, 팟캐스트 ‘세너힘’ 책 출간 예고해

김은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은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자신을 ‘책방중독자’라 밝힌 김은지 시인은 종이의 성질은 자신과 무척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기록이 되는 종이의 특징, 종이가 잔뜩 있는 책방이 주는 안락함, 어떨 때는 날카로워 베이기도 하는 성질까지 자신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은지 시인은 직접 종이가 되어 종이에 대한 글을 쓰는 느낌은 색다르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은 마감이나 시 모임이 있어야 글을 쓰고 읽는 것을 활발히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분리수거 낭독회’가 직접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팟캐스트 ‘세너힘(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다 그래서 힘들다)’을 곧 종이로 만나볼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김은지 시인은 “세너힘은 독립출판물과 제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팟캐스트”라며 1월 중으로 독립출판물과 추천 도서를 소개하는 책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객석에서 독립출판물에 대한 관심이 충분한지 잘 모르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김은지 시인은 현재 대학로 책방 pit a pat(핏 어 팻)에 상주작가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히며 의외로 많은 독자가 독립출판물을 찾아본다고 답했다.

- ‘플라스틱’ 맡은 임지은 시인, 신간 소설집 출간 임박해

임지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임지은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임지은 시인은 ‘시인과 화자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시를 쓰다보면 일부 독자는 시인과 화자를 동일하게 본다고 말했다. 때문에 시 작업을 하는 폴더에 일부러 ‘외부세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시인과 화자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발견한 것들에 대한 글을 쓰며 임지은 시인은 소재가 고갈되고 경험이 쌓이지 않는다는 한계를 느꼈다. 그렇기에 시에 대한 생각을 넓힐 수 있는 ‘분리수거 낭독회’는 시 쓰기에 자극을 가져다주는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시 쓰기’는 임지은 시인의 일인 동시에 취미이기도 하다. 임 시인은 근처 동사무소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강좌를 듣고 복싱과 수영 등 여러 운동을 해봤으나 자신에게 질리지 않는 즐거움을 주는 것은 ‘시 쓰기’였다고 전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매일 써내려간 시들은 어느새 시집을 출간할 정도로 모였다. 임 시인은 작년 11월에 시집이 출간될 계획이었으나 내부적 문제로 다소 지연되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현재 책의 제목이나 시는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1월 중으로는 시집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캔’ 맡은 한연희 시인, 분리수거 낭독회 통해 자신의 시에 숨은 성질 발견했다

한연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한연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한연희 시인은 처음 ‘분리수거 낭독회’를 기획하고 네 품목을 떠올렸을 때 품목들이 각 시인에게 저절로 달라붙었다고 이야기했다. 임의로 정한 품목이지만 기본적으로 네 시인에게 저마다 내재된 성질이 뚜렷했다는 것이다. 또한 집에 돌아와 이전에 쓴 시를 검토하다 보니 시에 이미 ‘캔’의 성질이 있었다고 한연희 시인은 말했다. 자신의 시가 참치 캔의 뚜껑처럼 날카로우면서도 밟으면 납작하게 찌그러지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한연희 시인은 분리수거 낭독회가 ‘캔’을 생각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시가 가진 성질까지 알게 하는 유의미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문학 독자와 분리수거 낭독회의 고정 방문객들의 참여 속에서 끝이 났다. 행사를 마치며 시인들은 관객에게 자신을 물성에 빗대어보자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제의했다. 관객들은 각자 재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는 종결성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일반쓰레기를, 식재료에 대해 자주 생각해왔다는 점에서 음식물쓰레기를, 가만히 있을 때도 홀로 보글보글 끓으며 마시면 청량감을 준다는 점에서 탄산음료를 이야기했다.

분리수거 낭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분리수거 낭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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