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도시는 역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신간] 도시는 역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1.1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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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을 위해서라면 역사적 장소와 흔적의 파괴도 손쉽게 이뤄지는 한국의 도시들은 곧잘 집단 기억 상실증에 빠져버리는 사회의 체질을 부추겨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동체의 기억(기록), 공간의 고유한 정체성, 과거를 성찰할 수 있는 도시환경의 구축에 가치를 둔 흐름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2016년 미술, 건축 분야 등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 공공미술자문단’이 출범해 도시 조형물, 공공시설, 공간 디자인의 수준을 높이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둔 도시재생 사업들이 제안, 시행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겪으며 사회적 참사를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는 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을 기반으로 ‘4.16기억저장소’가 만들어졌고 ‘4.16기억교실’이 조성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한 공동체가 겪은 참사를 기록하는 작업, 그 기억을 건축, 공공미술 등의 물리적 형태로 남기는 작업의 의의에 대한 인식 역시 높아졌다.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표지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표지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의 저자 백종옥 씨는 조형예술을 공부하고 미술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공공미술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기념문화가 성숙한 독일의 수도이자 “도시 전체가 기념 공간”이라 할 만한 베를린을 200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한국의 기념조형물이 높이 솟은 기념탑, 위압적인 조형물, 사실적인 위인 동상처럼 여전히 권위적이고 낡은 형식에 머물러 있는 반면, 현대적이며 예술적 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과 호흡하도록 설계된 베를린의 기념조형물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베를린의 공공미술을 찾아다니며 작품과 설치 장소의 맥락, 그곳을 찾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느끼고, 경험했다. 긴 기간 동안 여러 번 답사하면서 기념조형물들이 어떻게 유지, 관리되는지, 주변 환경과 방문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살폈다.

또한 기념조형물의 역사적 배경, 설계 의도 및 제작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다양한 문헌, 시청각 자료를 꼼꼼히 조사, 정리했다. 현재 우리에게 참고가 될 만한 기념조형물의 좋은 선례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 부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왔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한국 공공미술의 성장을 위해 오래 품어온 공공미술에 대한 생각 그리고 베를린 기념조형물 10곳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은 기념조형물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기록하고 형상화했는지를 세심하게 살핀다. 이로써 하나의 예술 작품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을 발견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