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등록제, 허가제로 변경해야’ vs ‘허가제 추진은 과잉입법’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토론회 열려
‘동물원 등록제, 허가제로 변경해야’ vs ‘허가제 추진은 과잉입법’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토론회 열려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9.01.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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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해 대전동물원을 탈출한 퓨마가 사살된 사건 이후 동물 복지와 동물원의 필요성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동물원에 가지 않는 운동이 SNS에서 확산되기도 했으며 동물원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15일에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되어 동물원과 수족관이 더 엄격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공동으로 주최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는 동물원 및 수족관에 대한 국가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이항 서울대 수의과 교수와 영국의 본 프리 재단의 크리스 드레이퍼 대표가 발표자로 참여했으며, 토론자로는 정부 부처, 동물권 단체 등 각계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 이형주 어웨어 대표 ‘현행법 한계 명확.. 등록제, 허가제로 전환해야’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2018년 9월 기준 동물원 84개소, 수족관 23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나 적절한 동물에 대한 관리,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업체도 많다고 지적했다. 수유 중인 고양이를 목줄에 묶어 사육하며 새끼고양이를 체험용으로 사용하거나, 동물원으로 등록했지만 분양, 번식,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 [사진 = 김상훈 기자]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 [사진 = 김상훈 기자]

이형주 대표는 현행법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 등록제, △ 사육환경 및 관리기준 미흡, △ 유사동물원 난립, △ 안전 위생관리 등을 언급했다.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등록제로 되어 있으며, 시설 소재지, 전문인력 현황, 보유 생물 종 및 개체 수 목록 등을 갖추면 누구나 등록이 가능하다. 이형주 대표는 “질병관리계획, 서식환경 제공 계획, 안전관리계획, 휴폐원 시 보유 생물 관리 계획 등을 제출해야하지만 이 계획대로 운영할 수 있는지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법에는 사육환경 및 관리기준에는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식으로만 명시되어 있어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의 동물원 및 수족관을 다니며 사례를 수집했다는 이형주 대표는 대형 동물을 좁은 철창에 전시하거나 작은 동물을 아크릴 상자 안에 담아 전시하는 등 사육면적이 협소한 사례, 흙을 파야하는 동물을 새장에 전시한다거나 사회화가 필요한 동물을 홀로 전시하는 등 생태적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례, 수의학적 관리가 미흡해 질병에 감염된 동물의 사례를 사진과 함께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동물원 및 수족관 법과 관련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 유사 동물원 난립과 안전 및 위생관리 미흡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형주 대표는 체험동물원이나 이동동물원 등 최소한의 복지도 고려되지 않은 사육환경인 경우가 많으며, “체험이 목적이다보니 적정한 사육 공간 없이 관람객과 동물간의 경계가 무너져버렸고, 무경계 근거리 전시가 성행하고 있다. 이동 동물원은 안전하게 수송해야한다는 조항마저 없다.”고 지적했다.

이형주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동물원을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전환하고 생물 종 별 적정 사육환경 및 관리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람객과의 직접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야생동물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형주 대표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형주 대표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토론에는 윤익준 부경대 법학과 교수,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이기원 사단법인 카자 사무국장, 정지윤 한국수족관발전협회 사무국장,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 명노헌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에 이르기까지 정부, 관련 단체, 교수, 운동가 등 각계에서 참여했다.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높은 수준의 복지기준을 만들었을 때 동물원, 수족관이 이를 따르지 않거나 비용부담으로 인한 폐쇄 수순을 밟을 수 있다며 “명백하게 나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동물에게 옷을 입히거나 자전거 타기, 물구나무 서기 등을 시키는 것, 전시관에 구멍을 뚫어놓고 관람객이 먹이를 주는 행위, 제한 없이 동물을 만지는 행위 등을 전면 금지시키고, “나쁜 기준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금지하면 동물원과 수족관은 큰 부담 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 명노헌 해양생태과장은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허가제 전환이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 같이 생각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를 강화하는 게 기본적으로 쉽지 않고, 허가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등록제를 강화해 허가제와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 명노헌 해양생태과장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해양수산부 명노헌 해양생태과장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특히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18년 6월에 공포되어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명노헌 과장은 “아직까지 동물원 수족관에 대한 관리 종합계획이 수립된 적이 없다. 1월부터 금년 내로 관리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법이 막 만들어졌는데 이를 시행조차 하지 않고 변경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명노헌 과장은 “환경부에서 동물원 수족관 관리종합계획을 잘 세워 제기됐던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